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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강정마을 주민등으로 구성된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 3일 오전 여의도문화마당에서 서울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용산참사 유가족인 고 양회성씨의 부인 김영덕씨가 참사현장인 남일당터에 도착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강정마을 주민등으로 구성된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 3일 오전 여의도문화마당에서 서울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용산참사 유가족인 고 양회성씨의 부인 김영덕씨가 참사현장인 남일당터에 도착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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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선생님의 중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내려 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요즘 이 시에 공감해야할 분들이 많습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씨가 그렇죠. 정권을 잡기 위해 올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주변의 꽃들을 못 보는 것 같습니다. "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선 후보를 등산객에, 국민을 꽃에 비유했다. 그의 말은 대선 후보들이 정상을 향해 올라가느라 정작 중요한 꽃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많은 꽃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고통 받고 있기에 후보들의 관심은 물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비판이다.

대선을 46일 앞둔 3일, 외면받고 있는 꽃들의 외침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교육시설의 비정규직 노조의 집회, 쌍용자동차 범대책위원회의 3000인 동조단식 결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 복직·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도 이어졌다.

깜짝 방문 한다고 해결되는 것 없는 꽃들의 외침

용산참사 유가족들, 쌍용자동차 노조, 강정마을 주민등이 주최가 되어 지난 10월 5일 제주도 제주도청에서 시작한 평화 행진인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 3일 오후 최종목적지인 서울광장에 도착하여 환호하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 쌍용자동차 노조, 강정마을 주민등이 주최가 되어 지난 10월 5일 제주도 제주도청에서 시작한 평화 행진인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 3일 오후 최종목적지인 서울광장에 도착하여 환호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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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가 이어진 것은 대선 후보들이 너도나도 경제민주화, 복지국가를 약속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 용산참사로 인해 경찰과 세입자 6명이 숨졌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는 2646명의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쫓겨나게 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강정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코오롱, 콜트·콜텍, 재능교육 등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로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이들이 여전하다.

후보들도 물론 고통 받는 이들을 방문해 문제 해결을 약속한다. 2일 안철수 후보가 제주 강정마을을, 3일에는 문재인 후보가 25일째 단식 중인 김정우 쌍용자동차 노조 지부장을 만났다. 잠깐 이들을 방문한다고 이전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후보들이 말하는 '사람이 먼저다', '내 꿈을 이루는 나라'는 아직 멀어 보인다. 미해결 문제들을 쌓아 둔 채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달라질게 뭐가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쌍용자동차 범대위는 오후 4시 서울역 광장에서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을 위한 3000인 동조단식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정우 지부장을 응원하고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의 움직임이다. 온라인으로 2200여 명의 단식 참가 의사를 밝혔으며 이날 현장 접수에서 300명이 추가돼 총 2500명이 넘는 이들이 24시간 동조 단식에 참가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 쌍용자동차 노조, 강정마을 주민등이 주최가 되어 지난 10월 5일 제주도 제주도청에서 시작한 평화 행진인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 3일 오후 최종목적지인 서울광장에 도착한 가운데 대한문에서 단식농성 중인 쌍용차노조 김정우 지부장이 무대에 올라와 투쟁을 외치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 쌍용자동차 노조, 강정마을 주민등이 주최가 되어 지난 10월 5일 제주도 제주도청에서 시작한 평화 행진인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 3일 오후 최종목적지인 서울광장에 도착한 가운데 대한문에서 단식농성 중인 쌍용차노조 김정우 지부장이 무대에 올라와 투쟁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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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가운데 동조 단식 한 명 없어 아쉬워"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무대에서 시인 고은의 시를 언급하며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후보는 올라가고 있느라 어디에 진짜 꽃이 있는지 생명의 메시지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처장은 "올라가는 사람들이 민중에게 한 줄기 빛이 될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가 빛이 되고, 길이 되고, 희망이 돼야하지 않겠나?"며 "제발 함께 살자. 우리 모두가 하늘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 부위원장도 같은 무대에서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 민주주의, 복지를 이야기하지만 시급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등의 현안 문제를 책임있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데도 새 정부가 얼마 만큼의 진정성을 갖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정 부위원장은 대선 후보들 대신 민중들의 연대로 풀어가자고 강조했다. 정 부위원장은 "투쟁하는 이 땅의 민중들의 힘을 하나로 묶어 전국적인 투쟁을 계속 전개해야만 후보들의 공약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식에 참가했던 시민들도 후보들의 동참을 요구했다. 아내와 함께 동조 단식에 참가한 김천택(38, 경기 고양)씨는 "후보들이 TV에 나와 이거 하겠다, 저거 하겠다고 외치지만 말고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온기 있는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동조 단식에 후보 한 분도 참가하지 않았다는 게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단식에 참가하기 위해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손희영(28)씨는 "밥을 구하다 공장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심정을 알고 싶어 단식에 참가했다"며 "후보들도 정리해고, 비정규직 해결 말만 하지 말고 직접 하루 굶어보면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 걸어온 생명평화대행진단 "고통과 파괴에 귀 기울여라"

3일 오전 여의도문화마당에서 시작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 서울일정에서 행진참가자와 응원하러 나온 시민들이 용산참사현장인 남일당터에 모여있다.
 3일 오전 여의도문화마당에서 시작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 서울일정에서 행진참가자와 응원하러 나온 시민들이 용산참사현장인 남일당터에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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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유가족들, 쌍용자동차 노조, 강정마을 주민등이 주최가 되어 지난 10월 5일 제주도 제주도청에서 시작한 평화 행진인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 3일 오후 최종목적지인 서울광장에 도착한 가운데 문정현 신부와 행진참가자들이 무대위에 올라와 연설을 하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 쌍용자동차 노조, 강정마을 주민등이 주최가 되어 지난 10월 5일 제주도 제주도청에서 시작한 평화 행진인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 3일 오후 최종목적지인 서울광장에 도착한 가운데 문정현 신부와 행진참가자들이 무대위에 올라와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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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출발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은 용산 남일당 건물, 국방부, 서울역을 거쳐 오후 6시 서울광장에 도착해 한 달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지난 4일 제주 강정마을에서 출발해, 강원도 삼척, 경기도 평택 등을 거쳐 이날 서울에 도착했다.

이들은 서울광장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선언문을 낭독했다. 대선 후보를 향한 민초들의 외침이었다. 행진단은 "대선 후보들은 사회 곳곳에 있는 고통과 파괴에 귀를 기울여 정당한 해법을 제출하라"며 "더 많은 돈벌이를 위해 정부가 비인간적 경쟁지상주의와 반생태적 개발주의를 절대적 가치로 내세우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파괴적인 인간중심주의가 아닌 인간과 자연이 공존, 공생하는 가치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후보들이 책임 있게 응답해 줄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요구가 분명히 관철될 때까지 완강히 싸울 것"이라 밝혔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금, 고통받는 국민들을 보듬어 줄 후보가 나타나야 할 때다.


태그:#생명평화대행진,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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