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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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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 사람들도 많이 죽었고 산천도 무너졌습니다. 악과 거짓은 날로 번창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약자들의 눈물과 통곡은 일상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민심의 절반은 악의 미소에 이끌리고 있습니다. 하느님, 이 모든 것이 마귀의 소행임을 깨닫게 하소서. 유신 40년을 맞아 저희의 마음부터 맑고 향기롭게 하옵소서."

하루종일 쏟아진 비에 흠뻑 젖은 서울 중구의 서울광장. 비가 그쳤지만 찬바람 부는 날씨에도 촛불을 들고 선 이들이 있다. 40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강력히 맞섰던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다.

사제단은 22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그들을 '시위꾼'으로 만든 유신시대를 회고하며 '10월 유신 40주년에 대한민국을 다시 생각한다'는 이름의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이날 시국미사는 유신선포 40년을 맞아 오는 28일까지 계속되는 '유신독재 알리기 위한 집중행동주간'의 주요 행사 중의 하나다. 엄혹한 유신 시대가 떠오르듯 찬바람이 불었지만 시국미사에 참가한 이들로 서울광장은 후끈했다.

시국미사라고 해서 엄숙하지 않았다. 미사는 노래 공연과 참가자들의 함성으로 서울광장을 가득 채웠다. 먼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축하 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는 사제단답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대표적인 민중가요 <지금 우리가 만나서>, <광야에서>, <행복의 나라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 서울광장에 울려 퍼졌다.

사제단은  지학순 천주교 원주교구장이 유신에 의해 탄압받자 이에 대항해 1974년 9월 26일에 창립됐다.

사제단의 신부들은 당대의 시위꾼으로 불렸다. 사제단이 탄생한 당시 제1시국선언이 "인간의 위대한 존엄성과 소명을 믿는다"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제단의 문정현, 문규현 신부 등이 용산참사와 4대강 사업, 쌍용차 사태, 제주해군기지 등 첨예한 사회 갈등의 현장에서 소명을 실천하고 있다.

이날 문규현, 문정현 신부를 비롯해 사제단 소속 150여 명의 신부가 무대에서 미사를 주도했으며 서울·인천·광주·부산·청주·전주 교구 등에서 온 신도와 시민 1000여 명이 미사에 함께했다. 신도들은 '유신체제 궁금하면 용산참사 다시보자', '산목숨 죽이지 말고 죽어가는 생명 되살려 내시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열린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에 신자들이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열린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에 신자들이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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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40년, 더 이상 미혹함에 빠져서는 안 돼"

시국미사를 주재한 전종훈 사제단 대표 신부는 유신 40년을 인간의 40, 미혹(迷惑)에 비유하며 "국민들이 더 이상 미혹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았던 분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의 특별 강론도 이어졌다. 함 신부는 1970년대 사제단 창립을 주도하고 군부 독재하에서 두 차례 옥고까지 치르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신부다.

그는 "비는 멎었는데 날씨가 춥고 바람이 부는 것이 시대의 상징은 아닐까 묵상했다"며 "40년, 유신의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도 유신의 잔재들이 어둠의 그림자들이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모두 마음속에 되새기면서 시대의 개선을 위해, 유신 타파를 위해 애썼던 분들의 열정을 모으자"고 말했다.

그는 "항일독립투쟁 순국선열들과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위하여 애쓰다가 숨져간 모든 이들, 특히 익명의 동지들을 기억하며 정성된 기도를 올린다"며 "하느님, 우리 시대에 정의와 평화를 실현해 달라, 저희 모두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그는 "저희 모두 정의로운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시고, 조중동 거짓 언론과 불의한 정치 세력들을 모조리 타파해 달라"고 덧붙였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열린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에서 함세웅 신부가 유신체제에 대해 강론하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열린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에서 함세웅 신부가 유신체제에 대해 강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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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신부는 대선을 위한 당부의 목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함 신부는 "유신 40년을 기억하며 불의한 독재 타파를 실현하고 다짐하는 우리는 거룩한 선택의 순간에 와 있다"며 그 선택은 바로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신 40주년의 청산 작업과 민족의 미래를 위한 창조적 작업은 현실적으로 대통령을 잘 뽑는 일"이라며 "바른 민족사관, 민주주의와 평화통일 원칙을 지닌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주해군기지 현장에서 온 문정현 신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자 참가자들이 환호했다.

"강정의 평화와 쌍용차의 평화와 용산의 평화를 외칩시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시국미사는 신부와 신도 모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마쳤다.

23일에는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영화 <유신의 기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를 최초로 공개하는 상영회가 열린다. 다카키 마사오는 일본에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를 쓰고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 관동군 장교가 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창씨 개명 이름이다. 이 영화는 5·16 쿠데타로 집권해 유신 선포로 영구집권을 꾀하다 피살되기까지 박정희 독재 18년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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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함세웅 신부, #박정희,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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