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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해 최북단 연평도 연평부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부대 내 포병중대에서 K-9 자주포를 둘러보며 장병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18일 서해 최북단 연평도 연평부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부대 내 포병중대에서 K-9 자주포를 둘러보며 장병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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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될 때까지는 우리 NLL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는 것을 전 해병 장병들이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평화를 유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처음'을 좋아하는 이명박 대통령, 독도를 전현직 대통령을 막론하고 처음 방문한 지 70여일 만에 이번에는 연평도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방문했다. 그리고 하신 말씀이 "NLL을 목숨걸고 지켜야 한다"였다.

이 대통령은 18일 헬리콥터를 타고 서해 연평도를 3시간 가량 머물렀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연평도 포격사태 2주년을 앞두고, 최전방 경계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고 <오마이뉴스>는 보도했다.

그렇다. 벌써 2년이 되었다. 북한군은 지난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서해 연평도의 우리 해병대 기지와 민간인 마을에 해안포와 곡사포로 추정되는 포탄 100여 발을 발사했다. 북한군 포격으로 해병대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은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1953년 7월 휴전협정 이래 민간을 상대로 한 대규모 군사 공격은 처음이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이었던 연평도는 공포와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섬으로 하루 아침에 변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18일 연평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연평도(포격 당시)도 (반격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해병대 병사들의 모범사례"라면서 "우리 국민들이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북한 사람들 혼이 났을 것이다. 아주 놀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은근히 자기를 자랑한 것인데 정말 그럴까? 당시 청와대가 공개한 이 대통령 발언은 한 마디로 '갈피지팡'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서해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 지난 2010년 11월 23일 저녁 대응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서해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 지난 2010년 11월 23일 저녁 대응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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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단호히 대응하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

그런데 민간인 희생자와 군전사자가 나오자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은 그런 말을 직접 한 적이 없다. 단호하게 대응하라는 말을 쭉 하고 있다"면서 "몇 배로 응징하라, 해안포 부근의 미사일 기지도 경우에 따라서는 타격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도발한 일촉즉발 상황인데도 국군통수권자 발언이 오락가락했다는 것은 진의 여부를 떠나 이명박 정권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여실히 증명했었다.

북한이 도발했을 때 군통수권자 발언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어야 한다. 발언하나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북한 도발 상황에서 대통령 발언이 언론을 통해 잘못 전달되었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천안함때처럼.

더 황당했던 것은 연평도 포격도발을 김대중·노무현 정부 책임으로 돌렸다. 연평도가 지역구였던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북한에 퍼준 40억 달러가 로켓포로 돌아왔다"며 "햇볕정책은 실패했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과 연평도 주민 무차별 포격 사건이 이를 증명한다"면서 "북한이 외치던 '서울불바다'가 '연평불바다'로 이뤄졌다"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김대중 정부 때는 서해에서 두 번 충돌이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없었다. 노무현 정부때 충돌이 없었던 이유는 김대중 정부가 북한이 도발을 해도 인내하면서 남북대화를 이어가 상호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서명했던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을 거의 폐기시켜버렸다.

특히 지난 2007년 10월 2차남북정상회담때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10·4 남북정상선언'에 포함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이명박 정부가 실현했다면 화약고 서해와  NLL를 '평화의 바다'만드는 절호의 기회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대국민보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해 해상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 군사적 대결의 관점이 아니라 경제협력의 관점으로서 이 서해 문제를 우리가 풀어나가자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서해에서 공동어로구역과 해상평화공원, 그리고 해주 공단 개발과 이를 개성공단·인천항과 이렇게 연결하고 한강 하구의 공동 이용을 묶어서 포괄적으로 대결 상태를 해소하고 평화를 구축하고 그리고 경제적 협력을 해 나가는 이런 포괄적인 해결 방안으로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방안을 제의를 했습니다. - 2007.10.04 남북정상회담 대국민 보고

얼마나 탁월한 '선견지명'인가. 실현되었다면 이명박 정권이 그토록 비난하는 남북관계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천안함 사건'도 터지지 않았을 것이고, 연평도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북한 포격으로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임자의 이런 탁월한 평화정책을 팽개쳐 '평화'를 날려버렸다. 4대강을 콘크리트로 쳐바른 것처럼 평화까지 콘크리트에 파묻어버렸다. 만약 이어 받았다면 한반도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영광은 김대중-노무현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또 NLL를 목숨으로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아니다. NLL를 목숨으로 지키는 곳이 아니라 평화로 지키는 곳이다. 목숨으로 지킨다는 말은 이미 도발이 전제되어 있다. 아직도 이 대통령 머릿속에는 '대결'밖에 없다. 북한이 도발하면 두 배, 세 배 아니 열 배 이상 보복하겠다는 발상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행인 것은 이 대통령 임기가 넉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될지 모르겠지만 이 대통령처럼 남북관계를 '대결'로만 생각하는 국군통수권자가 되면 안 된다. NLL은 목숨이 아닌 평화로 지킨다. 당연히 휴전선도 마찬가지다.


태그:#이명박, #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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