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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우리 제주도는 아픈 역사의 상처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곳이다. 4·3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4·3희생자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저와 새누리당 앞장서서 노력하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7일 새누리당 제주도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인사말에서 한 말이다. 박 후보가 제주 4·3사건을 우리 현대사 비극으로 인식하고, 희생자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을 치유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환영한다.

박근혜 "4·3희생자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 치유 노력"...

하지만 제주도 선대위 출범식 인사말에서 한 이른바 '립서비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4·3사건에 대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분명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4·3사건 당시 국가공권력이 자행한 학살에 대해 공식 사과했었다.

무력충돌과 진압의 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 되었던 잘못에 대해 제주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자랑스런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합니다. 또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랬을 때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보되고, 그 위에서 우리 국민들이 함께 상생하고 통합할 수 있을 것입니다.2006. 4. 3.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추도사

그런데 이명박 정권들어 4·3사건을 '무장공비반란'이라거나, 육군은 이를 진압한 것이 '육군의 자랑' 동영상을 홍보까지 했었다. 육군은 지난 8월 3일 게시한 '[대한민국 육군]제3보병사단 소개 영상 "천하무적 백골사단"'제목 유트브 동영상에서 "1948.4.3~7.3 해방 후 제주 무장공비 폭동 진압을 시작으로"라는 자막과 함께 쓰러진 사람들 위에 총을 들고 서있는 군인들의 사진을 소개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었다. - 9월 18일 <오마이뉴스> 제주 4.3 진압이 대한민국 육군의 자랑?

육군본부가 지난 8월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린 육군 3보병사단 홍보 영상. 이 영상에서는 제주4.3사건을 "제주 무장공비 폭동 진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육군본부가 지난 8월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린 육군 3보병사단 홍보 영상. 이 영상에서는 제주4.3사건을 "제주 무장공비 폭동 진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 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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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는 데도 육군은 이를 자랑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이명박 정권 하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조정환 육군참모총장은 17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해의 여지가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잘못을 확인해서 바로잡겠다"고 말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육참총장 "4.3사건=무장공비 폭동 표현, 바로잡겠다"

하지만 이 같은 육참총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4·3사건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이 이명박 정권하에서 더 활개를 치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4·3사건 위령제 참석한 적이 없다. 그리고 박근혜 후보의 4·3사건에 대한 역사인식도 비록 사과는 했지만 5·16군사반란과 유신쿠데타와 비슷하다는 의구심이 든다.

박근혜, 4·3사건을 '남로당 무장반란'으로 기술한 <대안교과서> 칭송

박 후보가 4·3사건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이에 대한 역사인식을 추론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지난 2008년 뉴라이트가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판 기념회 축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뜻있는 이들이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필자 여러분이야말로 후손들을 위해 큰 일을 하셨고, 덕분에 걱정을 덜게 됐다…나라는 인간에게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성장한 몸에 걸맞게 혼을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피와 땀과 눈물로 역사상 유례 없는 성취를 이루었다. 근현대사에 대해 국민이 정확히 알아 자긍심을 갖고 이를 토대로 국민통합과 결집을 이루어 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꿈꾸는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 2008.05.26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판 기념회 축사

요약하면 <대안교과서>야말로 제대로된 역사교과서라는 말이다. 그런데 <대안교과서>는 "제주 4·3 사건은 남로당이 일으킨 무장반란, 북한 김일성의 국토 완정론 노선에 따라 일어난 것"이라고 기술했었다. 그러므로 박 후보는 제주 4·3 사건을 좌파 세력 반란으로 규정한 <대안교과서>를 칭송한 것이 아직도 유효한지 답할 필요가 있다. 

4·3사건 역사인식부터 밝혀야...

보수우익세력은 4·3 사건을 '무장공비반란'으로 규정한다. 박 후보는 이들 주장에 동의하는 묻고 싶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력충돌과 진압의 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 되었던 잘못에 대해 제주도민"에게 사과한 것에 동의하는지도 말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사과함으로써 60년 동안 '빨갱이' 소리 들어가면서 고통 당했던 이들이 치유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들어 보수우익세력은 4·3 사건을 무장공비반란으로 몰아갔고, 박 후보 역시 <대안교과서>를 칭송함으로써 간접 동의했다. 결국 치유받기 시작한 당사자와 유가족들은 다시 고통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4·3사건 진상위원회에 신고된 희생자 숫자는 1만4028명이지만  2만5000~3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10세 이하 어린이(5.8%·814명)와 61세 이상 노인(6.1%·860명)이 전체 희생자의 11.9%, 여성 희생자(21.3%·2,985명)였다.

치유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 원인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평가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음으로 인식과 평가를 내렸다면 치유방법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4·3사건 희생자를 치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4·3사건이 무장공비반란이라는 보수우익세력 주장을 비판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과한 것에 동의해야 한다. 더 나아가 노무현 정부보다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17일 4·3사건 희생자와 가족을 치유하겠다는 박 후보 발언이 진정성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표를 얻기 위한 립서비스일뿐이다.


태그:#박근혜, #4·3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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