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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뉴스데스크>
ⓒ mbc

MBC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가 기존 오후 9시 방송에서 1시간 앞당겨진 8시 방송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재철 MBC 사장의 지시 때문이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15일 있었던 임원회의에서 다음 달인 11월 5일부터 평일 <뉴스데스크>의 방송시간을 오후 9시에서 8시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변경이 확정된다면 평일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변경은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시간대 변경의 이유는 <뉴스데스크>의 경쟁력 제고. 작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파업을 계기로 바닥까지 추락해 버린 탓이다.

파업 기간에는 저조한 시청률을 파업 탓으로 돌릴 수 있었다. 뉴스를 만드는 기자들이 거리로 나갔고, 그 때문에 방송시간은 터무니없이 단축됐다. 파업 초반 '10분 방송'이라는 굴욕을 맛 본 MBC는 부랴부랴 대체인력으로 시용기자를 채용해 뉴스 제작에 투입시켰다. 그러나 이는 보도 자체의 질적인 하락을 불러와 방송시간이 정상으로 회복된 이후에도 시청률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 번 떨어진 시청률은 파업이 끝난 뒤에도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파업이 한창이던 5월과 6월 평일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각각 5.5%와 4.8%(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 기준). 그러나 파업이 끝나고 방송이 정상으로 돌아온 8월과 9월 시청률은 각각 7.2%와 6.9%로 파업 때와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다.

타 방송사 뉴스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얼마나 참담한지 더욱 잘 드러난다. 8월과 9월 동시간대 경쟁 프로인 KBS <9시 뉴스>의 시청률은 각각 21.7%와 21.4%로 <뉴스데스크>와는 무려 3배 이상의 격차가 났고, 1시간 일찍 방송되는 SBS <8 뉴스>의 시청률은 각각 12.9%와 12.8%로 이 또한 2배의 차이가 났다. 이쯤 되면 창사 이래 최대의 굴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

MBC 낮은 시청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김재철 MBC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원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조재현

그러나 당장의 낮은 시청률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해법을 내놓아야 할 MBC 내부에서 딴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 바로 이번 김재철 사장의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변경 지시. MBC 노보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지난주 워크숍에 참석해 "시청자들의 뉴스 시청 패턴이 많이 달라졌다. 8시로 옮기는 방안을 생각해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철 사장의 이 발언이 얼토당토않다는 건 위에서 언급한 KBS와 SBS 뉴스의 시청률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의 뉴스 시청 패턴이 변화했다면 MBC 뉴스의 시청률만 내려갈 게 아니라 지상파 방송 3사 모두가 그래야 할 터. 그러나 KBS와 SBS의 뉴스들은 여전히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히려 KBS와 SBS의 뉴스 시청률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2011년 8월과 9월 KBS의 <9시 뉴스> 시청률은 각각 17.2%와 18.5%로 1년 사이 4.5%와 2.9%의 시청률 상승이 있었고, SBS <8 뉴스>의 시청률은 10.6%와 11.3%로 1년 사이 2.3%와 1.5%의 시청률 상승이 있었다. 반면 2011년 8월과 9월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각각 11.4%와 11.5%로 1년 사이 4.2%와 4.6%의 시청률 하락이 있었다.

1년 동안 KBS와 SBS의 뉴스 시청률은 적게는 1%에서 많게는 4%까지 오른 반면 MBC 뉴스의 시청률은 4% 이상 떨어졌다. 이를 제대로 해석하면 '시청자들은 MBC 뉴스를 외면하고 대신 KBS와 SBS 뉴스를 선택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시청자의 시청 패턴이 변한 게 결코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어째서 시청자들은 MBC 뉴스를 외면했을까? 원인은 '신뢰도'에 있다. MBC의 뉴스가 주는 정보를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시청자로 하여금 채널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은 266호에서 창간 5주년을 맞아 주요 대선 후보와 언론매체의 신뢰도를 조사했다. 이 결과에서 흥미로운 것은 MBC의 신뢰도 하락인데, 2년 전인 2010년 조사에서 'MBC를 신뢰한다'는 질문에 응답률 18.0%로 KBS에 이어 전체 언론매체 가운데 2위의 신뢰도를 보였던 MBC는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률 6.1%를 기록하여 KBS와 한겨레, 조선일보와 YTN에 이은 5위로 내려앉았다.

김재철 사장, 현실을 직시할 때도 됐건만...

이밖에도 MBC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도 하락의 징후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일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0.2%가 "시청했으나 현재는 잘 안 봄"이라고 응답했다. "계속 시청"하고 있다는 응답은 37.5%, "잘 안 봤지만 현재는 보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4%에 불과했다. 기존 시청자의 절반은 떠나고, 신규 유입은 미미한 상황.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5일 조사한 여론조사 자료에서도 '방송 3사 중 가장 공정한 방송사'를 묻는 질문에 MBC는 응답률 19.3%를 기록, KBS(32.0%)와 SBS(24.7%)에 이은 꼴찌를 차지했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서는 'MB 정부 들어 공정성이 가장 저하된 지상파'는 어디냐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3.9%가 MBC를 지목,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김재철 사장 체제 이후 정권의 입맛에 맞춘 편파 보도와 그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회사 내부의 목소리를 보복성 인사, 방송 폐지 등을 통해 철저하게 묵살하는 비민주적인 경영 태도에 따른 시청자들의 신뢰도 하락은 꾸준히 있어 왔다. 그리고 그것은 2010년과 올해 두 차례 벌어진 대규모 파업에서 가속도를 얻어 더욱 가파르게 곤두박질 쳤다.

파업이 끝난 뒤 MBC에게는 분명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잃어버린 시청자의 신뢰를 복구할 기회 말이다. 그러나 MBC는 그마저도 발로 뻥 차버렸다. 김재철 사장은 MBC 노조가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대규모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방송을 만드는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에게 드라마 세트장 관리, 신사옥 건설 업무 등 방송 제작과는 상관없는 일을 맡기는가 하면 명확한 사유도 없이 대기발령을 남발했다.

그 영향은 곧바로 유례없는 광고수익의 폭락으로 나타났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현재 MBC의 광고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082억 원이 떨어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약 6개월에 이르는 파업기간에는 698억 원이 떨어진 반면, 파업이 끝난 후 두 달 동안에만 무려 384억 원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파업이 끝난 후 어떻게든 회사를 정상으로 돌리려 하는 대신 공영방송의 책무를 내팽개치고 더욱 철저하게 친 정권화되어 가려는 경영진의 태도 앞에서 시청자는 시청률로, 시장은 광고수익으로 냉정하게 MBC의 현실을 판단한 것이다.

알맹이는 그대론데 시간대만 바꾼다고 시청률이 오를 거라는 기대는 도무지 공영방송사의 사장이 할 만한 생각이 아니다. 더군다나 평일 8시부터 9시 사이는 전통적으로 KBS의 일일드라마가 3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을 꽉 잡고 있는 상황. 옮겼다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그때는 무슨 핑계를 댈 것인가? 시청자의 시청 패턴이 다시 변했다고 말할 셈인가? 이만 하면 현실을 직시할 때도 됐건만, 어디까지 떨어져야 정신을 차릴 셈인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그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변화'를 고려해 이미 2년 전 방송 시간대를 8시로 옮긴 MBC 주말 <뉴스데스크>는 지금 어떤 꼴을 하고 있을까? 지난 8월과 9월 주말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각각 6.3%와 5.1%로 동시간대 경쟁 프로인 SBS <8 뉴스>의 9.6%, 10.2%의 딱 절반이다. 각각 19.1%와 15.6%를 기록한 KBS <9시 뉴스>에 비하면 1/3 수준인데, 이러고도 8시로 옮기라는 소리가 나온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태그:#뉴스데스크, #김재철, #시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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