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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텔레토비'의 한 장면
 '여의도 텔레토비'의 한 장면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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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SNL 코리아> 시즌3의 한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이하 '여의도 텔레토비')가 요즘 화제다. 대선을 불과 40여 일 앞두었지만 대선 후보들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은 반대로 씨가 마른 이때에 촌철살인의 대사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현 대선 정국을 날카롭게 풍자한 '여의도 텔레토비'에 시청자들은 호응을 보내며 날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박근혜 후보 빗댄 캐릭터 '또'만 문제 삼는 홍지만 의원

그런데 최근 이 높아진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 10월 24일 벌어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이 '여의도 텔레토비'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국감장에서 '여의도 텔레토비'를 자료로 상영하며 방송 중 수시로 등장하는 욕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그는 그중에서도 극중 박근혜 후보를 빗댄 '또'의 욕설과 폭력이 심하다는 것과 반대로 안철수 후보를 그린 '안쳤어'는 욕설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점잖고 순하게 얻어맞기만 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이런 점들로 인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게 "욕설, 폭력과 같은 부분은 표현의 자유가 많이 보장되고 있다는 미국에서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고 엄청난 제재가 가해진다. 이 부분에 대해 꼭 챙겨 달라"고 말하면서 <SNL 코리아>에 대한 제재를 당부했다.

이에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이 "방송에서 정치 풍자나 패러디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반박하자 홍지만 의원은 "정치 풍자는 재밌고 당연하지만 편향성은 문제가 있다"며 '여의도 텔레토비'에 대한 불만은 욕설이 아닌 정치색에 있음을 확실히 했다.

그런데 이러한 홍지만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의문이 드는 건, 정말 '여의도 텔레토비'가 그의 말마따나 정치적 편향성을 띤 방송인가 하는 점이다. 적어도 필자가 볼 때 이 방송은,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가 고르게 희화화되어 있다. 박근혜 후보를 연기하고 있는 '또'만 이상하게 그려진 게 아니란 것이다. (홍지만 의원의 요구에 따라 6일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연기됐다)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의 인기 캐릭터 '또'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의 인기 캐릭터 '또'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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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살펴보자. '여의도 텔레토비'는 성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그 첫 문장에서 방송의 색깔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낡고 구린 여의도 동산에 색깔이 다른 텔레토비 친구들이 살고 있어요."

'앰비'와 '구라돌이'도 있는데...

소위 '여의도'로 통하는 대한민국 정치계를 '낡고 구린 것'으로 그린 '여의도 텔레토비'. 뒤이어 등장하는 5명의 텔레토비 또한 그 '낡고 구림'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앰비'는 손수 만든 '녹조라떼'를 마시며 귀여운 오리 '레임 덕'과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다. 매회 첫 장면에 등장하는 '앰비'는 한 회도 빠짐없이 조롱과 놀림의 대상으로 희화화되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에 대한 풍자의 칼날은 더욱 날카롭다. 그녀를 빗댄 캐릭터의 이름은 '구라돌이'. 방송에서 어떻게 그녀를 그릴지 이름만 보아도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다. '구라돌이'는 방송에서 시종일관 무시당한다. 나머지 4명의 캐릭터 모두가 그녀를 투명인간 취급하기에 나중엔 아예 확성기를 들고 다니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 애쓴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차가운 시선과 냉대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갖은 무시와 조롱을 당하고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나는 '구라돌이'는 자신도 반장선거(대선)에 나갈 것이라며 '문제니'나 '또' 등에게 다가가 단일화를 제안한다. 자신이 반장선거에 대단한 변수가 될 것이라 확신하는 '구라돌이'의 모습에 한숨 쉬며 비아냥거리는 성우의 내레이션. 이쯤 되면 차라리 '또'의 욕설은 애교로 보일 지경이다.

그렇다고 문재인 후보를 풍자한 '문제니'나 안철수 후보를 묘사한 '안쳤어'는 긍정적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문제니'는 특전사를 상징하는 베레모를 쓰고 나와 '또' 못지 않은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다. 빈도수로 볼 때도 '또'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폭력을 행사할 때 "특공"을 외치는 데다 그 폭력의 대상이 주로 여성 캐릭터인 '또'와 '구라돌이'이기 때문에 어떤 관점에서는 최악의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다.

'안첬어'는 욕설도 폭력도, 고성도 없이 시종일관 조용하고 덤덤하게 여의도 동산을 어슬렁거려 일견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 출마와 후보 단일화 등의 중요한 문제가 닥칠 때마다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성우로부터 "안쳤어 얘기를 듣다 보면 머릿속에 핵융합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다"는 촌철살인의 평을 듣게 된다.

오히려 정치적 편향성 운운하며 문제 제기를 하려면 베레모 쓰고 여자 때리는 인물로 그려진 문재인 후보나 캐릭터 이름에 거짓말을 뜻하는 속어인 '구라'가 들어간 이정희 후보가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러나 정작 그 두 후보 측에서 '여의도 텔레토비'를 문제 삼는 발언이나 행동은 취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여의도 텔레토비'를 문제 삼는 유일한 사람

자그마한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대중에 대한 자신들의 이미지를 살피는 것이 대선 후보일진대, 그런 그들이 방송가에서 유일하게 자신들을 풍자하는 '여의도 텔레토비'의 존재를 모를 가능성은 적다. 그럼에도 후보 본인이나 캠프 관계자들이 방송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건 그것이 풍자이며 풍자에는 필연적으로 '깎아내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송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가치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SNS 상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며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놓고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따지면 안 된다."

누가 한 말일까? 작년 12월 29일 당시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의 말이다. 헌법재판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논평으로 그는 "박근혜 후보가 활발하게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표현의 자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며 이 과정에서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들이 한 말을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버리는 새누리당의 모습과 풍자 코미디에서 욕설을 하는 '또'의 모습, 둘 중 어느 게 더 유권자들에게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을까? 인터넷과 방송 가리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무한히 침해했던 현 정권이 지난 몇 년 간 대중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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