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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프랑스에서 간첩과 필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받고 12년 만에 재심으로 석방된 드레퓌스 사건을 이야기하며 "작가 에밀 졸라가 '나의 모든 문학적 명성으로 드레퓌스는 무죄다'라고 말한 것처럼 내 모든 양심을 걸고 그(강기훈)는 무죄입니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프랑스에서 간첩과 필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받고 12년 만에 재심으로 석방된 드레퓌스 사건을 이야기하며 "작가 에밀 졸라가 '나의 모든 문학적 명성으로 드레퓌스는 무죄다'라고 말한 것처럼 내 모든 양심을 걸고 그(강기훈)는 무죄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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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 에밀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의 문학적 신뢰와 명성을 걸고 말하노니 드레퓌스는 무죄다. 제 모든 양심을 걸고 그는 무죄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는 무죄'라고 말하자 1500석의 대강당에서 환호가 터졌다.1894년 드레퓌스는 자기 필체가 간첩과 닮았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받았다. 하지만 10년 만에 재심을 받았고 드레퓌스는 석방됐다. 프랑스의 장교 드레퓌스에 비유된 그는 유서 대필 사건의 강기훈(48)씨다.

박 시장은 "1991년 한국에도 너무나도 유사한 사건으로 한 젊은이가 투옥됐다"며 "그로부터 21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그는 재심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물론 그 과정에 대통령이 5명이 바뀌었고 또 진실화해위에서도 대필 의혹이 없다는 판정이 내려진 마당인데도 그는 여전히 그 굴레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하며 강기훈씨가 무죄라고 강조했다.

강기훈의, 강기훈에 의한, 강기훈을 위한 콘서트

가수 이은미(가운데)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 참석해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들과 노래 '난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를 열창하고 있다.
이날 이은미는 노태우 정권에서 조작된 유서대필사건의 재심을 촉구하며 "강기훈이라는 이름을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가수 이은미(가운데)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 참석해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들과 노래 '난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를 열창하고 있다. 이날 이은미는 노태우 정권에서 조작된 유서대필사건의 재심을 촉구하며 "강기훈이라는 이름을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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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손병휘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노래 '나란히 가지 않아도'를 부르며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가수 손병휘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노래 '나란히 가지 않아도'를 부르며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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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관우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노래 '달의 몰락'을 열창하자,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가수 조관우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노래 '달의 몰락'을 열창하자,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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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안치환과 자유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열창하고 있다.
 가수 안치환과 자유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열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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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대강당에서 '강기훈의 진실과 쾌유를 위한 콘서트'가 열렸다. '강기훈의 쾌유와 재심개시 촉구를 위한 모임'이 연 이날 콘서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말에 이어 가수 손병휘, 조관우, 조은미, '안치환과 자유'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청중들은 가수들의 열창에 환호하며 앙코르를 외쳤다.

1500명을 수용하는 대강당은 빈 자리가 없었다. 공연에는 이부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비롯해 이목희·인재근·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 심상정 무소속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공연 전 온·오프라인으로 팔린 4000여 장의 후원권은 강씨의 치료에 사용될 예정이다.

펜싱 경기복 비슷한 옷을 입고 나온 가수 이은미씨는 자기 옷을 가리키며 "이번 올림픽 펜싱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강기훈씨가 꼭 건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병휘씨는 "쾌유와 진실을 위한 콘서트 그것은 하나"라며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쾌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까?"라고 말하며 청중의 호응을 얻어냈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호은지(28, 서울 도봉)씨는 "이 열띤 분위기를 보면 강기훈씨에게 굉장한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그것은 그 시대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연대에서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유서대필 사건 당시 대학생이었다는 김천희(45, 서울 금천)씨는 "제가 대학생으로 안타까워했던 사건이 머리 희끗한 엄마가 되도록 아직 풀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다"며 "강씨의 몸이 먼저라도 나아서 진실을 되찾기 위해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실 밝혀내지 못하면 제2, 제3의 강기훈 나온다"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상임이사와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 참석해 강기훈씨의 근황을 전하고 있다.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상임이사와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 참석해 강기훈씨의 근황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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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관객들이 강기훈의 재심을 촉구하며 "강기훈은 무죄다"라고 외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관객들이 강기훈의 재심을 촉구하며 "강기훈은 무죄다"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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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씨는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총무부장이던 지난 1991년에 투신한 김기설씨(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의 유서를 대신 썼다는 혐의로 구속됐다.그는 징역 3년을 받고 만기 복역했다.

그 뒤 2007년에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과수 및 7개 사설감정기관 필적 감정 결과 유서는 김기설씨가 작성했다"고 판정하면서 국가의 사과와 재심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2009년에 서울고등법원이 재심개시를 결정했지만 이틀 뒤 검찰이 대법원에 항고했으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재심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간암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이다. 응원하는 많은 이들이 모였지만 정작 그는 공연장을 찾지 못했다.

청중은  다큐멘터리로 그의 상황을 다시 확인했다.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의 진행자였던 문성근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나와 짧은 다큐를 진행한 것이다. 문 고문 뒤편의 스크린에는 지난 1998년 방송된 <누가 유서를 썼는가>편과 2007년 <나는 유서를 쓰지 않았다>편이 나왔다.

문 고문은 "지난 역사에서 수많은 강기훈이 있었지만 그들의 억울함을 제대로 풀어준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제2, 제3의 강기훈이 생겨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문 고문은 "이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희생자가 현재 암에 걸린 것은 21년간의 고통 속에 살아온 결과"라며 "자기목적을 위해 누군가에게 누명에 갇혀 고통받게 했다면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조작 사건의 배후를 비난했다. 

"여러분 모두가 그의 치유자예요"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관객들이 다같이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며 안치환의 노래 '광야에서'를 부르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에서 관객들이 다같이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며 안치환의 노래 '광야에서'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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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를 관람한 시민이 강기훈의 쾌유을 빌며 모금함에 후원금을 넣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를 관람한 시민이 강기훈의 쾌유을 빌며 모금함에 후원금을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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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마인드프리즘 공동대표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가 나와 그의 근황을 전했다. 정혜신 대표에 따르면 그가 아직 21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가 김기설씨가 자살하던 그날 이후, 하루하루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20년이 지났지만 그는 그 현장, 그 시간에 레코드판이 튀듯 21년 째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의 심리상태를 분석했다. 그리고 해결책을 내놓았다.

"노태우 정권, 자신를 심문했던 검사, 고통을 주었던 당사자에 대한 원한이 아니라 내 동지, 선배, 후배 등 주변에 있던 사람에게 있었을 거예요. 기대했던 게 이뤄지지 않아 상처나 서운함으로 사무쳤던 것 같아요. 작은 표창을 하나씩 그의 가슴에 날려준 게 아니었나 생각해요. 여기 온 분들은 그의 치유자예요. 한 분, 한 분들이 강기훈씨의 지킴이로 힘을 합쳐서 그의 치유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박래군 이사는 "그의 진실을 향한 행진이 멈춰 있다"며 "강기훈의 21년 된 멍에를 우리가 벗겨주어야 한다. 그가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를 함께 외쳐달라"고 말했다. 그의 요구는 짧았지만 청중들을 울리게 했다.

"강기훈은 무죄다."

이날 공연은 청중 모두가 다같이 일어나 안치환의 <광야에서>를 부르며 마무리했다.


태그:#강기훈, #박원순, #유서대필, #노태우,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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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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