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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닷새 앞둔 지난 8월 10일 오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섬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광복절을 닷새 앞둔 지난 8월 10일 오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섬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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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우리 땅이다. 굳이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본 같은 대국이 마음만 먹으면 풀 수 있는데 일본 내 정치문제로 인해 소극적 태도를 보여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를 느꼈다." - 8월 13일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에서 국회의장단 초청 오찬

지난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방문했다. 이 대통령이 전격 방문하자 일본은 강하게 반발했었다. 일본 노다 총리는 같은 달 24일 "(독도)는 한국에 의해 불법점거돼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불법적으로 상륙했다"는 망언을 했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이번 달 중으로 단독 제소 수준을 밟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막걸리를 함께 마셨던 이 대통령과 노다 총리는 독도를 두고 갈라졌다.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나라 안에서도 광복절과 런던올림픽 한일축구 동메달 결정전을 앞둔 '쇼'라는 비판과 마지막 압박카드를 썼다는 비판도 일었다. 하지만 굳이 독도 방문을 쇼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 발언을 그대로 믿어야 한다.

평화박물관, 재정난 때문에 일본에 넘겨질 운명

그런데 독도까지 전격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정부의 과거사 인식은 충격이다. 한글날인 9일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이 단독보도한 기사는 우리 역사에 관련된 이명박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었고, 무관심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일본 침략 역사를 보관하고 있는 제주도 평화박물관(한경면 청수리 소재)이 결국 일본에 매각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평화박물관 가마오름 일본군 동굴진지는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308호다(<오마이뉴스> 일본 침략역사 박물관, 결국 일본에 팔린다).

평화박물관은 일제가 얼마나 만행을 저질렀는지 그 현장을 보여주고, 저제주의 처절한 가마오름, 무자비한 노역을 증거하고 있다.
 평화박물관은 일제가 얼마나 만행을 저질렀는지 그 현장을 보여주고, 저제주의 처절한 가마오름, 무자비한 노역을 증거하고 있다.
ⓒ 평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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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박물관(http://www.peacemuseum.co.kr) 누리집 '태평양전쟁관'에 대한 설명글을 보면 일본정보국이 발간한 주보 207권을 비롯한 국어독본, 일본과 한국 관련 세계각국 뉴스가 실린 일본판 신문든 전자책 500여권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 책 일부에는 일본군 정신대 모집, 창씨개명과정 자료, 일본군 사진첩, 화승총, 군복, 수통, 미싱 등이 전시되어 있다.

평화박물관이 일본에 팔리는 이유는 '돈'때문이다. 평화박물관 이영근 관장은 "지난 3월 누적된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매각 의사를 밝히자 문화재청이 매입 의사를 밝혀 조치를 기다려 왔지만, 문화재청은 시간을 끌며 사실상 우리가 알아서 매각하기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문화재청장, 내 세금 돌려줘!"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오마이뉴스> 기사 포털 다음 누리꾼 '리안이'는 "뺏긴 것을 찾아오지는 못할 망정, 이쯤 되면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정부군요"이라고 탄식했다. '눈사람'도 "아픈 역사의 흔적 조차 지키지 못하는 대한민국 정부 당신들은 무슨 이유로 존재 합니까?"라고 따져 묻고 분노했다. 문화재청장은 'ironical'이 쓴 절규를 들어야 한다.

"내가 꼬박꼬박 낸 세금은 도대체 어딜갔길래 !아이고!아이고! 일본 침략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을 일본에 판단말인가? 보시오. 문화재청 장관님! 댁은 거기 왜 앉아계시오. 발로 뛰어서 우리 역사를 지키라고 내가 세금 내고 있는데, 그 걸 왜놈들한테 줄 때까지 댁은 뭘하셨소? 걔네가 제주도에 들어와서 무슨 수작을 꾸밀 것인지 알면서도 그 자리에 앉아있으면 안되쟎소? 내가 낸 세금 내놔! 내놔! 날 장관시켜주오! 누리기만 하려하고, 자신의 책임과 의무는 떡사먹은 장관이하, 담당 공무원들 지금이라도 뭘해주오!

평화박물관이 일본에 넘어간다는 보도를 접한 날 <경향신문>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일본 '국왕'을 '천황'으로, 1987년 6월 항쟁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 사진을 다른 사진으로 교체하도록 권고했다고 보도했다(9일 <경향신문> 을사늑약은 '조약', 일 국왕은 '천황'으로… 국사편찬위, 중학교 역사교과서 수정 권고)

<경향신문>은 민주통합당 김태년 의원이 8일 국사편찬위로부터 '2009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 등을 제출받은 결과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을 보면 대한민국 국사편찬위원회인지, 일본국 역사편찬위원회인지 헷갈릴 정도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일본역사편찬위원회?

지난 6월 완료된 검증결과에 따르면 ㄱ출판사의 역사교과서에 나온 한·일 을사늑약을 국사편찬위는 을사조약으로 수정할 것을 권고했고, ㄴ교과서는 일본 역사를 설명하면서 '국왕 중심의 새로운 정부'라는 대목을 '천황 중심의 새로운 정부'로 수정하라는 권고를 했다. 결국 두 출판사는 국사편찬위 권고를 받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ㄹ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 임시 정부 요인들 사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김구 선생을 가리키며 설명하는 것을 삭제하고, 이승만·이동휘·안창호 선생만을 임시정부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고쳤다. 이 역시 국사편찬위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왜 우리는 을사조약이 아니라 을사늑약(乙巳條約)이라고 해야 하는가? 1905년 11월 17일 경운궁에서 어전회의가 열렸다. 5시간 동안 열렸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토 히로부미는 하세가와 군사령관과 헌병대장을 대동하고 일본 헌병 수십 명의 호의를 받으면 경운궁 안으로 들어가 위협과 공갈로 협박했다. 한규설 참정대신이 통곡했다. 히로부미는 "너무 떼를 쓰거든 죽여버리라"고 급박했다. 민영기 택지부대신, 이하영 법부대신은 무조건 '불가'(不可)를 썼다.

하지만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대신 권중현은 '가'를 표기했다. 그렇게 하여  "일본국 정부는 재동경 외무성을 경유하여 한국의 외국에 대한 관계 및 사무를 감리, 지휘하며, 일본국의 외교대표자 및 영사가 외국에 재류하는 한국인과 이익을 보호한다"와 더불어 4가지 내용으로 된 을사늑약이 체결된다.

▲일본국 정부는 한국과 타국 사이에 현존하는 조약의 실행을 완수하고 한국정부는 일본국정부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국제적 성질을 가진 조약을 절대로 맺을 수 없다. ▲일본국정부는 한국 황제의 궐하에 1명의 통감을 두어 외교에 관한 사항을 관리하고 한국 황제를 친히 만날 권리를 갖고, 일본국정부는 한국의 각 개항장과 필요한 지역에 이사관을 둘 권리를 갖고, 이사관은 통감의 지휘하에 종래 재한국일본영사에게 속하던 일체의 직권을 집행하고 협약의 실행에 필요한 일체의 사무를 맡는다. ▲일본국과 한국 사이의 조약 및 약속은 본 협약에 저촉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이 계속된다. ▲일본국정부는 한국 황실의 안녕과 존엄의 유지를 보증한다

과연 이 내용 중 대한제국을 국가로 인정하는 내용이 있는가? 없다. 당연히 국가간 맺는 조약이 아니라 늑약이다. 그런데 이를 조약으로 고치라고 했다. 그것도 국사편찬위원회가. 제정신이 아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1946년 창설된 국가기관이다. 1946년 3월 국사관설치규정이 제정·공포되어 경복궁 집경당(緝敬堂)에 처음 설치되었던 국사관이 현재 국사편찬위원회의 전신이다.

이한열 열사 사진 참혹하니 빼!

1987년 6월 항쟁 상징 사진은 누가 뭐래도 경찰 최루탄을 맞아 피흘린 채 동료의 부축을 받고 있는 이한열 열사 사진이다. ㄷ교과서는 이 사진을 실었는데 국사편찬위는 이 사진이 "학습자가 중학생임을 고려해 직접적이고 참혹한 사진 제시에 대해 재고려를 요망한다"며 다른 사진으로 교체할 것을 권고했고, 명동성당에 모인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 사진으로 바뀌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이한열 열사 사진이 중학생들에게 참혹하다? 전두환 정권이 얼마나 폭압 정권이 상징하는 사진이다. 당연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교육이다.

누리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 다음 누리꾼 '빠빠라기'는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선 일본 교과서 얘기하는 줄 알았다. 매국노짓 좀 하지 말라. 할 수만 있으면 나라라도 팔아먹을 놈들"이라고 분노했다. 'fact'도 "이건 뭐 친일 매국 간첩단 적발한 사건이네. 기가 막혀 웃음도 안 나온다"고 탄식했다. '내게다시'는 "임시정부요인 중에 김구선생을 빼면 그게 임시정부라 부를 수 있을까?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정도 것해야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MB "그 출판사는 정부가 두렵지 않느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한국현대사 책들을 수정하려고 압력을 행사하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한 출판사가 집필진 동의 없는 수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이명박 대통령은 "그 출판사는 정부가 두렵지 않느냐"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수정 논란'과 관련해 금성출판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미국·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인 26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에게 "그 출판사는 정부가 두렵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교과서 수정 논란'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 수석이 '교과서 수정 논란'에 대한 보고를 하자, "수정을 거부하고 있는 출판사의 입장은 뭔가", "출판사 쪽에서 '정부의 검인정 취소' 얘기가 나오는데, 이럴 경우 정부가 모든 부담을 짊어지는 것 아니냐. 연구는 해봤느냐"고 묻는 등 정 수석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이 대통령은 또 정 수석이 "특정 출판사는 '교과서를 모두 수정할 경우 전교조가 교과서 불매운동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기에 전교조만 두렵고, 정부나 다른 단체들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는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2008.12.01<한겨레>이명박 "도대체 어떻게 대처하기에…그 출판사는 정부가 두렵지 않느냐"

이것은 협박이다. 그것도 집권 초였다. 이 대통령의 현대사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알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리고 국사편찬위원회가 또 다시 역사왜곡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권고를 출판사에 했다. 문화재청은 일제 만행을 알리는 평화박물관이 일본에 팔려넘어가는 데도 뒷짐을 졌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기르는데 있다. 역사를 앎으로써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을 다룬다. 사람이 살아왔던 시간과 공간을 앎으로서 현재 학생들은 과거와 미래를 서로 공유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 사람들이 세계의 일원임을 배운다. 여기에는 왜곡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태그:#역사인식, #평화박물관, #을사늑약, #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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