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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관위에 대한 국정감사 도중 장준하 의문사 증인 채택문제로 여야가 대립해 정회가 선포된 가운데, 이찬열 민주통합당 간사와 고희선 새누리당 간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관위에 대한 국정감사 도중 장준하 의문사 증인 채택문제로 여야가 대립해 정회가 선포된 가운데, 이찬열 민주통합당 간사와 고희선 새누리당 간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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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의 첫 국정감사가 여야 의원들의 대립으로 세 번의 정회를 반복하다 결국 산회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 사이에서 삿대질과 고성이 오갔다. 5일 피감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김능환 위원장) 관계자 수십 명이 국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를 기다렸지만 하루 종일 여야 의원들의 공방만 지켜봐야했다.

발목을 잡은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고 장준하 선생 증인 채택건, 다른 하나는 선관위의 현영희 의원 고발장 제출건이었다.

야당의원들이 장준하 선생 의문사의 유일한 목격자인 김용환씨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여당의원들은 거부했다. 선관위 국정감사와 별개였지만 야당 의원들의 거센요구가 이어졌다.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논란은 대선을 앞둔 주요 이슈였기 때문이다.

국감이 시작되자 야당 간사인 이찬열 민주통합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장준하 선생 의문사 관련해서 지금까지 증인채택이 안 되고 있다"며 "선관위 해당 사항이 아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백재현 의원은 "김태환 (행안위) 위원장이 출장을 다녀오느라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한 것 같다"며 "장준하 의문사 증인을 채택하자고 간사 합의를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합의를 종용했다.

장준하 선생 의문사 유일한 목격자 증인 채택 놓고 공방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여당 간사인 고희선 새누리당 의원은 "장준하 선생 의문사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 몇 번이고 조사했던 것 아니냐"며 "또 다른 의혹이 있으면 조사하겠다. 정책 국감 안 하고 정략 국감 하자는 것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이에 김태환 위원장(새누리당)도 "국회법에는 국감 의제하고 관계없는 의사 진행발언은 못하게 돼 있다"며 거들었다.

결국 여야 의원들의 대치 속에 김 위원장이 전격 정회를 선포했다. 국감 시작된 지 15분만이었다. 먼저 여당 의원들이 자리를 뜨자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졌고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후 속개 됐지만 다툼의 양상은 같았다.

이번에는 선관위를 향한 여야 공방이었다. 선관위가 공천로비 혐의로 고발한 무소속 현영희 의원(전 새누리당)의 고소장과 수사 자료 제출을 놓고 다툼이 이어졌다.

지난달 12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2012년 국정감사 서류 제출요구건에 분명 현 의원의 선관위 고소장 사본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몰랐다"며 의결된 안건을 부정했다. 여기에 이종우 선관위 사무총장이 "자료 요청을 보고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가 "자료 제출할 수 없다"며 버텼다. 야당 의원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이찬열 의원은 "국회에서의 증언과 관련한 법률 2, 4조에 따르면 군사, 외교, 대북관계 와 관련한 기밀이 아니면 자료 제출에 응해야 한다"면서 "선관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된다는 핑계로 자료제출을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검찰에서도 수사하고 있는데도 너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종우 사무처장은 "사생활 침해 문제도 있지만 검찰 조사 중인 사건이라 자료 제출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루한 공방이 이어져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유승우 새누리당 의원은 "아침부터 장준하 선생 증인, 현영의 의원 자료제출 건을 가지고 우왕좌왕하는 게 국회의 모습인가"라며 "굉장한 자괴감을 느낀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시간 넘게 국정감사가 중단되자 결국 오후 5시 30분쯤, 김태환 위원장은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8일 여야 합의 하에 중선관위에 국감 일자를 통보하겠다"고 말하며 산회를 선포했다. 당시 국감장에는 새누리당 의원 5명만이 앉아 있었다.

국감 종료 후 기자들 앞에서 이어진 여야 비난

산회 후 여야의원들은 기자들 앞에서 다시 서로를 비난했다.

먼저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의 의사진행 발언을 가로막고 감사 중지를 선포한 김태환 위원장의 일방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새누리당은 더 이상 국정감사를 방해하지 말고 정상적인 국정감사가 디있도록 협조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찬열 의원은 기자회견 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자료 제출이 어렵다면 고발장을 직접 열람하게 해달라는 협의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여당은 여전히 선관위의 자료 제출 거부에 동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고희선 의원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정치 공세로 인한 행안위 국감 파행을 보고한다"며 "행안위는 선관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은 국감 시작하자마자 국감과 전혀 관련없는 장준하 증인채택을 무리하게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의원은 "민주당이 법원 판결에서 확정되지도 않은 현영희 의원 수사 자료를 무리하게 요구했다"며 "과거에도 피감기관들은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한 전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행안위는 오는 8일 행정안전부 국정감사를 벌이지만 또 다시 국감 첫날의 파행이 예상된다.


태그:#행안위, #국정감사, #장준하, #현영희, #이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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