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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25년(1592) 10월 5일부터 열흘 동안 진주목사 김시민과 3800명의 주민들은 왜장 나가오카 다다오키(長岡忠興)가 거느린 3만 명의 왜군을 격퇴시켰습니다. 역사는 이를 '진주성대첩'으로 부릅니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과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과 더불어 임진왜란 3대첩입니다. 하지만 진주성은 이듬해 6월 왜군은 10만명을 이끌고 다시 진주성을 공격합니다. 진주성 민관군은 처절하게 저항했지만 끝내 함락되어 7만명이 순절합니다.

진주성에 왠 배부른 아저씨가...

역사가 살아숨쉬는 도시 진주에 개천예술제(10.3~10.10)가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로 62회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입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아내와 함께 진주성에 갔습니다. 지난 봄에 갔을 때 없었던 다양한 설치물이 있었습니다. 진주성 답게 포졸과 병사들이 많았습니다.

영남포정사를 지키는 포졸들.
 영남포정사를 지키는 포졸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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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에는 조선시대 관찰사 감영 정문인 '영남포정사'가 있습니다. 관찰사 정문답게 포졸들이 쭉 늘어서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어떤 적도 이 문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시위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배부른 아저씨를 보고 배꼽을 잡았습니다.

"여보 배부른 아저씨 좀 보세요!"
"배부른 아저씨가 나라를 어떻게 지키지?"
"그래도 배부른 아저씨가 나라를 더 잘 지킬 수 있어요. 마른 사람들이 더 힘이 없어 전쟁이 나면 전투하기 힘들지 몰라요."
"아무튼 배부른 아저씨는 정말 대단해"

배부른 아저씨. 과연 진주성을 지킬 수 있을까요
 배부른 아저씨. 과연 진주성을 지킬 수 있을까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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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한 어떤 적도 이곳을 통과할 수 없다."

역시 기우였습니다. 영남포정사 앞에서 떡하니 서 있는 장군을 보니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 어떤 적도 이곳을 지날 수 없음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김시민 장군 모습이 바로 이 모습일 것입니다.

"영남포정사를 넘보지 말라"
 "영남포정사를 넘보지 말라"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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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영남포정사를 지키는 장군과 병사들을 보면서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하지만 진주성이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경계 근무를 서는 병사들 중에 술을 마시고, 담배 피우고 심지어 앉아서 잠자는 이들까지 있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할까요? 김시민 장군이 봤다면 불같이 화를 냈을 것입니다.

"여보 여기 술 마시는 포졸 좀 보세요."
"뭐 포졸이 술을 마셔요?"
"경계근무 서면서 술 마시고 있어요."
"이거 큰 일 났군요. '전투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어요."


"나는 막걸리 한 사발이 더 좋아요"
 "나는 막걸리 한 사발이 더 좋아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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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근무 중 술마시고, 담배피고, 잠만 자다가...

"그런데 이거 술이 아니라 물 아니예요?"
"아야 물병치고는 너무 작아요. 물잔이 저렇게 작을 수 없지. 분명 술잔이예요.
"군대서 술을 마실 수 있어요?"
"마시면 안 되지. 요즘 군대도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걸. 술을 마셨는데 적이 공격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럼 이 병사는 어떻게 될까요?"
"말이 필요 없지. 들켰어면 최소한 곤장 50대는 맞았을거요."


"이 사람은 담배 피우고 있어요!'
"뭐 담배를?"
"조선 병사들이 이렇게 군기가 없었을까요?"
"그럴리가 없지. 만약 군기가 이렇게 없었다면 왜놈에게 이길 수 없었지. 두 번째 전투도 결사항전이었잖아요."


진주성을 지키는 것보다, 담배 피우는 것이 먼저?
 진주성을 지키는 것보다, 담배 피우는 것이 먼저?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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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잠을 자고 있는 병사도 있었습니다. 아 이를 어떻게 합니까? 진주성 군기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진주성을 누가 지킨다는 말입니까? 왜놈이 눈 앞에 있었다면 큰일 날 일입니다. 잠자는 이 병사는 "잠자는 나를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는 더 큰 일 났어요. 아예 잠을 자고 있어요."
"정말 큰 일이네."
"당신도 근무 서면서 잠 잔 적 있어요?"
"있어서. 밤에 경계근무 서다가 안 자 본 사람은 거의 없을거요. 솔직히 적이나 아군이나 자는 줄 뻔히 알지."


"잠자는 나를 적에게 알리지 말라"
 "잠자는 나를 적에게 알리지 말라"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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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은 적에게 넘겨주지 않으리라...

군 생활을 한 사람들은 밤에 잠 안잔 이들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는 경비부대에 근무했습니다. 그래도 잤습니다. 이유는 워낙 피곤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안 자려고 해도 눈이 저절로 감깁니다. 어떤 때는 내가 잤는지 안 잤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서 잠자는 병사를 조금은 이해했습니다.

1592년에는 왜군을 물리치고, 이듬해는 마지막까지 결사항전 했던 진주성입니다. 과연 이들 때문에 적들에게 진주성을 내줄까요. 아닙니다. 이들은 일부입니다. 진주성을 지키는 수많은 병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국은 내가 지킨다는 장군을 보면서 진주성을 다시는 적에게 내주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습니다.

"왜적을 물러가라, 진주성은 내가 지킨다"
 "왜적을 물러가라, 진주성은 내가 지킨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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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주성, #개천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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