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평택에 소재한 와락센터를 방문해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평택에 소재한 와락센터를 방문해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문재인의 눈물'

지난 21일 각종 포털 검색 순위에 올랐다. 대통령 후보가 노동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낯설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시간 중 문성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심연을 울리는 연설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지만 자신과 연관된 일이었다.

문성근 전 최고위원은 "'노무현 눈물'은 다시 나올 수 없는 영상"이라며 "왜 사람들은 노무현 눈물에 감동할까요?"라고 했다. 아마 자기와 비슷한 서민 출신, 비주류가 흘리는 눈물로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 눈물을 본 많은 이들도 비슷한 동질감을 경험했을 것이다. 문 후보가 눈물을 흘린 곳은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치료 공간인 경기 평택의 '와락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은 "당장 복귀시켜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사람을 길가에 돌멩이 처럼 함부로 대한 것을 사과 받고 싶었다"면 울었고, 결국 문 후보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문 후보는 같은 자리에서 "어제(20일) 청문회를 통해 진실의 일단을 우리가 밝혔기 때문에 그걸 토대로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통해서 못해내면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우리가 해내겠다"고 국정조사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정조사와 책임자 처벌, 말이 아닌 실행돼야...

특히 2009년 8월 5일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 지시를 무시하고, 강제 진압을 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당시 경기경찰청장)에 대해서는 "경찰력 투입 부분도 어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스스로 밝혔듯, 결국 청와대가 지시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 규명도 있어야 할 것"이라며조 전 청장에 대한 책임 추궁 필요성도 제기했다.

문 후보의 이 같은 모습은 아직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찾지 않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보다는 훨씬 낫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문재인의 눈물'과 국정조사 '약속'이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국정조사는 약속이 아닌 실행되어야 한다. 책임자 처벌 역이 '말의 약속'이 아닌 공권력으로 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의 눈물은 어쩌면 '악의 눈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동안 정치권력자와 경제권력자들 즉, 이땅의 지배세력들이 흘린 '악의 눈물'을 숱하게 보아왔다. 지난 해 우리는 '희망버스'가 거대한 자본권력을 국회로 부른 위대한 경험을 했다. 김진숙 민주노총지도위원의 시작은 '겨자씨'였다. 이 겨자씨에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희망버스'를 만들었고, 김 지도위원은 죽음이 아닌 생명으로 내려왔다. 무엇보다 자본권력은 그 거대한 희망의 울림에 굴복해 국회에 나와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권력자들 숱한 '악의 눈물'

하지만 국회가 부르는 데도 국외로 도망갔다가 50여 일만에 돌아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예상치 못한 세계 경제 위기로 경영여건이 악화된 지난 3년여간은 저를 포함한 임직원 모두에게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는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하지만 아직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고통은 완전히 해결되자 않았다. 악의 눈물이다. 이명박 정권 언론탄압 상징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도 지난해 3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2기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 일부 언론 등에서 내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한 당사자라고 비판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억울하다고 호소하면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그는 지금 '뒷돈'을 받아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8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정선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아주 작은 흙더미다'라는 한비자의 경구를 인용하며 "사회생활을 마감하는 시점에 오늘 법정에 선 모습은 불명예스러워 견디기 힘들다"면서 "사회생활을 더 보람되고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 고난을 극복해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길 바란다"고 호소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언론을 탄압했다는 그 어떤 반성도 없었다. 이명박 정권 언론탄압때문에 고통당하는 수많은 언론종사자들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은혜를 베풀어 달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악의 눈물'이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눈물 많은 대통령이었다. 천안함 침몰 2주기 때, 지난 2010년 추석 때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고. 그해 성탄절 때도 울었다. 눈물 흘리는 대통령? 국민을 사랑하는 애틋한 지도자 모습으로 비친다. 하지만 눈물로 그치고 말았다. 서민들 삶은 팍팍하다. 노동자들 삶은 팍팍하다. 이 대통령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를 돌아봤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용산철거민들 아픔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청와대발 따뜻한 소식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서민들 앞에서 흘린 눈물에 대해 국민들이 감동하지 않는 이유다.

문재인, 2004년 쌍용차 매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문재인 후보가 흘린 눈물은 이들이 흘린 눈물과 달라야 한다. 문 후보는 국정조사와 진압 책임 규명을 약속했다. 그런데 국정조사를 하면 문 후보가 몸담았던 참여정부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20일 쌍용자동차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쌍용차 사태의 책임은 2004년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넘긴 참여정부에 있다"고 한 것은 2009년 8월 강제진압과 사측의 합의사항 불이행, 그리고 22명 해고노동자와 가족 죽음을 피하기 위한 정치공세로 마냥 비판할 수 없다.

2004년 쌍용차 노조는 기술유출 우려를 제기하면서 상하차로 매각을 반대했지만 참여정부는 밀어붙였다. 우려는 현실이었다.

20일 심상정 의원은 쌍용차 청문회에서 외교부 대외비 문서를 공개한 심상정 의원(무소속)은 "이러한 외교문서는 상하이차가 유동성 위기나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철수한 것이 아니라 기술유출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상황에서 다분히 정치적 이유로 철수를 결정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며 "상하이차 철수 직전까지 쌍용차 기술유출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이 격한 외교공방을 벌였고, 우리 정부가 위법행위를 확인했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이후 외교채널이 끊어졌다"고 말했다.-21일 <한겨레>쌍용차 정리해고 부른 '상하이차 철수' 경영위기 탓 아니었다

이 같은 사실에 근거해 문 후보는 참여정부 역시 쌍용차에 대해 책임 있다고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이명박 정권의 강제진압과 해고노동자와 가족을 "길가에 돌멩이 처럼 함부로 대한 것"을 정당화 시켜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문 후보가 만약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을 때 국정조사와 강제진압에 대한 책임을 추궁을 하기 위해서라도 2004년 쌍용자동차 매각에 대해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게 정도다.

문 후보, 힐링 눈물이 되려면...

문재인 후보가 흘린 눈물은 진심이었다. 아니 감동이었다. 진심과 감동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느낀다. 문 후보는 이제 진심과 감동을 힐링 눈물으로 성화시켜야 한다. 그 방법은 참여정부 책임 부분일 솔직히 인정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국가공권력이 강제진압한 것에 대해 솔직히 사과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주 4.3사건을 대통령이름으로 사과했듯이. 그리고 해고노동자 복직에도 적극나서야 한다. '22명 죽음'을 문 후보는 가슴에 새겨라. 그래야 23번째 죽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태그:#문재인, #쌍용자동차, #상하이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