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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현수막을 깁듯 상처입은 마을과 주민들의 마음도.
▲ 찢어진 현수막 위에 꽃이 폈다 찢어진 현수막을 깁듯 상처입은 마을과 주민들의 마음도.
ⓒ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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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건설예정지인 강정마을에서 알려 드립니다. WCC 기간(9월 6일부터 13일까지)에 맞춰 마을 곳곳에 '해군기지 결사반대'라고 적힌 노란 깃발과 현수막을 달았습니다. 특히 해군기지공사장과 사업단으로 연결되는 강정천 다리 위에는 깃발과 현수막을 더 열심히 달았지요.

그런데 밤만 지나고 나면 다리 위의 깃발들이 뽑혀 있거나 현수막들이 찢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일로 과거 여러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강정천 위의 해군기지 사업단의 CCTV에는 아무것도 잡혀 있질 않다고 하고, 누가 훼손했는지 찾을 수 없다니 신고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매번 당하기만 할 뿐입니다.

어쩌겠어요. 강물에 던져진 깃발을 다시 건지고, 찢어진 현수막은 손바느질로 꿰매야지요. 지난 10일 오전, 바느질해 놓은 현수막이 또 찢겨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일부 조각을 아예 없애 버려 한 번에 꿰맬 수도 없게 해놨습니다. 속상했지만, 찢어놓은 당신도 좋아서 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현수막을 걷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묵묵히 바느질을 시작했습니다. 레미콘 차량이 출입을 준비하고, 경찰들이 몰려와 고착당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묵묵히 강정천 다리 위에 앉아 바느질을 합니다. 찢어진 부위를 엇갈린 실들이 다시 이어줍니다. 버려진 조각에 덧댄 천 위로 꽃들이 수 놓여 집니다.

찢어진 현수막, 누구의 짓일까요

9월 10일 아침, 바느질해 걸어둔 현수막이 이번엔 조각조각 찢어진 것을 발견했다. 덜렁거리는 현수막에 급하게 끈을 연결해 두었다. 하늘도 흐리고 내 마음도 허탈하다
▲ 찢어진 현수막 Before 9월 10일 아침, 바느질해 걸어둔 현수막이 이번엔 조각조각 찢어진 것을 발견했다. 덜렁거리는 현수막에 급하게 끈을 연결해 두었다. 하늘도 흐리고 내 마음도 허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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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언론에서는 이들을 국가 시책을 반대하러 온 전문 시위꾼이라고 몰기도 하던데. 시위 참 예쁘게 하는 구나.
▲ 현수막 위에 수 놓는 손길 어떤 언론에서는 이들을 국가 시책을 반대하러 온 전문 시위꾼이라고 몰기도 하던데. 시위 참 예쁘게 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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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울 12일. 현수막의 그 뜻 그대로 다시 걸렸다. 진정 멸종위기종일 것 같다. 조각내어 찢어진 현수막도 다시 살려 쓰는 그대들은. 현수막보다 내 마음이 더 치유 받게 되었다.
▲ 현수막 After 9울 12일. 현수막의 그 뜻 그대로 다시 걸렸다. 진정 멸종위기종일 것 같다. 조각내어 찢어진 현수막도 다시 살려 쓰는 그대들은. 현수막보다 내 마음이 더 치유 받게 되었다.
ⓒ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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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현수막 위에 덧대어진 사람들의 무던함과 수고스러움에 제 마음이 치유됨을 느낍니다. 신기하죠? 이렇게 기워진 현수막들은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있습니다. 이렇게 예쁜 현수막을 보러 제주로 오시는 건 어떨가요. 강정마을로 와 주세요.

강정천 다리 위의 꽃들 더 보고 가세요.
▲ 기사는 끝이 났습니다만 강정천 다리 위의 꽃들 더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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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 다리위에 핀 꽃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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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서귀포 경찰서 구슬환 경비과장이 보인다. 이들은 곧 끌려나와 고착될 것이고. 이 길로 레미콘 트럭이 줄지어 출입하게 된다.
▲ 공사장 정문에서 바느질에 빠져있는 사람들 왼쪽의 서귀포 경찰서 구슬환 경비과장이 보인다. 이들은 곧 끌려나와 고착될 것이고. 이 길로 레미콘 트럭이 줄지어 출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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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정마을, #현수막, #W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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