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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앞 공터에 자란 잡초를 뽑았습니다.
 사무실 앞 공터에 자란 잡초를 뽑았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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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앞 공터에 잡초가 무성합니다. 지난 4월 한차례 잡초를 뽑았습니다. 그런데도 여름에 훌쩍 자랐습니다. 저걸 뽑긴 뽑아야 하는데…. 게으름이 죄였습니다.

그제 아침 드디어 잡초를 뽑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출근하면서 장갑을 챙기고 간편한 신발을 신었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해 잠시 업무를 챙긴 후 모자와 호미를 챙겼습니다. 사무실에 온 지인이 말을 걸었습니다.

"자네 왜 그래. 뭐 하려고?"
"잡초 좀 뽑으려고요."

지인은 '자네가 그런 일을?'이라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의외라는 거죠. 일에 귀천이 있을 수 없는 법. 어떤 일이든 찾아서 열심히 하면 장땡이지요. 잡초 뽑는 일은 아주 단순한 작업이었습니다. 육체노동일 뿐인데도 장난 아니었습니다.

땀의 교훈,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노동가 중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한 때 밥 먹듯 불렀던 노래입니다. 그런데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제목마저 까마득합니다. 나 원 참, 세월의 야속함이란….

잡초를 뽑았습니다. 다시 나지 않게 호미질로 뿌리까지 뽑았습니다. 땀이 삐질삐질 새어 나왔습니다. 허리를 곧추 세웠습니다. "아이고, 허리야~"란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운동 부족에 허덕이는 중년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지인 말이 걸작이었습니다.

"죽겠지? 나도 일전에 나무 가지 치는데 손이 덜덜 떨려 힘들었어."

육체노동이라곤 담 쌓고 살았던 이가 직접 일을 했으니 힘든 건 당연지사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쪼그려 호미질을 했더니 다리까지 뻐근했습니다. 마음 같아선 일사천리로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만만찮았습니다.

"뭐하러 힘들게 잡초를 손으로 뽑냐. 제초제 뿌리면 간단할 걸."

또 다른 지인이 와서 한 말입니다. 그걸 몰라서 손으로 뽑았을까? 흙 한 줌이라도 살려야지요. 어쨌거나 땀에 속옷까지 젖었습니다.

잡초 뽑으며, 농민과 정치인을 떠올리다!

한쪽은 잡초를 뽑아 말끔했습니다. 어떤 이는 힘들게 손으로 뽑지 말고 제초제를 뿌려라고 하엿습니다. 어디 그럴 수 있나요?
 한쪽은 잡초를 뽑아 말끔했습니다. 어떤 이는 힘들게 손으로 뽑지 말고 제초제를 뿌려라고 하엿습니다. 어디 그럴 수 있나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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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백수피해를 재해로 인정하고, 피해조사와 피해보상을 촉구한다!"

지난 태풍 때 피해를 보았던 농민들의 요구사항입니다. 정성 들여 지은 농사를 태풍으로 하루아침에 날린 농민들의 심정이 이해됩니다. 가뭄과 폭염을 이겨낸 논농사를 갈아엎어야 하는 농심. 농산물 피해는 집계에조차 포함되지 못하는 현실. 그래서 정부에게 책임지고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이에 비하면 잡초 뽑기는 호강이었습니다. 며칠이 걸려도 혼자 차근차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음을 비우니 조급함이 사라졌습니다. 즐거움에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더니 맞더군요.

정치도 그렇습니다. 정치인이 '내 주머니 채우지 않고, 백성 배 불리겠다'고 마음먹으면 누가 욕하겠습니까.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진정성을 보여라는 의미는 딴 생각 갖지 말고 백성을 위해 일하라는 주문이니까.

그러나 정치인은 백성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제 잇속 챙기기'에 몰두하는 경향입니다. 그래서 국민은 기존 정치인에게 더 이상 기대하기 싫다고, 때 묻지 않은 깨끗하고 새로운 인물을 갈망하는 것이겠죠.

잠시 딴 데로 샜습니다. 이틀에 걸쳐 잡초 뽑느라 땀 많이 흘렸습니다. 소중한 땀을 흘려보니 이런 생각 간절합니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세상살이, 머리 쓰는 일이 다가 아님을 알아야겠습니다. 땀을 흘려 봐야 어디가 아프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체험 할 수 있다는 점 명심한 이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잡초를 다 뽑지 못했습니다. 아마, 하루를 더 뽑아야 할 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잡초, #정치, #농민,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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