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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km를 완주한 채인석 시장
 522km를 완주한 채인석 시장
ⓒ 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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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 멈춰 선 채인석 화성시장의 모자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안경에도 물방울이 잔뜩 어렸다. 채 시장은 안경을 벗어 수건으로 닦았다. 그의 옷은 아침부터 내린 비에 흠뻑 젖었다. 그 옷을 적신 것은 빗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전 9시 10분경, 용산역을 출발해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까지 걸어오면서 흘린 땀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오늘(9월 13일)은 국토대장정 20일차, 마지막 날이다. 어제 오후부터 구름 색깔이 심상치 않게 변하더니 그예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국토대장정을 시작한 첫날인 지난 8월 24일에도 비가 내리더니,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에도 비가 내린 것이다. 지나가는 비가 아니라 끈질기게 거리를, 도시를 그리고 걷는 이들을 푹 젖게 만드는 비였다.

국토대장정 첫날 내린 비가 여름비였다면, 오늘 내린 비는 가을비였다. 국토대장정을 하는 20일 동안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뀐 것이다.

국토대장정 마지막 날 출발지는 용산역. 이곳부터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총리실에 들러 '국립자연사박물관 화성유치 지지서명부'를 제출한 뒤 최종 목적지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향할 예정이다. 오늘 걷는 거리는 16km. 다 걸으면 522km를 완주한다.

오전 9시, 채인석 화성시장은 용산역 광장으로 들어왔다. 채 시장은 오늘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채 시장은 오른손을 번쩍 든다. 나 역시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이다. 손바닥과 손바닥이 마주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마지막 날이니 힘내자, 는 의미다.

국토대장정 마지막 날, 200여 명의 화성시민과 함께 걸었다

용산역에서 출발하기 전에 기념촬영을 했다. 채인석 시장과 화성시민들.
 용산역에서 출발하기 전에 기념촬영을 했다. 채인석 시장과 화성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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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에는 이미 화성 각 지역에서 몰려온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200여 명은 넘는 것 같다. 채 시장의 국토대장정 마지막 일정을 함께하기 위해서다. 나를 보고 아는 체를 하는 이들이 많다. 채 시장과 국토대장정을 함께하는 동안 대장정 현장에서 많은 화성시민들을 만나 낯을 익혔기 때문이다. 

하만용 화성시의장과 김경오 전 의장도 함께 걷기 위해 왔다. 김홍성 화성시의원은 오늘로 8일째 국토대장정에 참여한다. 김 의원은 화성시의원 가운데 가장 열심히, 가장 많이 참석했다.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고 있었다. 비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오늘, 채 시장은 비옷을 입지 않았다. 화성시 전곡항에서 화석이 발견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캐릭터가 그려진 파란색 티셔츠를 입었다. 비옷을 입으면 옷이 땀으로 젖고, 비옷을 입지 않으면 옷이 빗물에 젖는다. 채 시장은 국토대장정 첫날에는 비옷을 입었지만, 마지막 날에는 그냥 비를 맞고 걷기로 했다. 어차피 젖는 것, 공룡 캐릭터를 세상에 보여주는 편을 택한 것이다.

대장정 마지막 날 첫 걸음을 떼는 채 시장 곁에는 지난 19일간 늘 그랬던 것처럼 박승권 회장이 대장정 깃발을 들고 섰다. 출발합니다, 길 안내자인 이종복 대장의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용산역 광장에 크게 울렸다.

비를 맞으면서 서울역 앞을 지나고 있는 채인석 시장과 일행들
 비를 맞으면서 서울역 앞을 지나고 있는 채인석 시장과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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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구간을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비에 쫓긴 듯 무척이나 빨랐다. 특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구르듯이 달렸다. 비옷을 입고 이들과 함께 걷는데, 순식간에 바짓단이 젖으면서 온몸이 땀으로 젖어든다. 굵은 빗줄기가 비옷을 리듬감 있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용산역에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까지 걸린 거리는 고작 1시간. 비옷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청사 앞으로 몰려드니 비옷을 입은 경찰들이 서둘러 몰려와 그 앞을 가로막는다.

채 시장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총리실 앞까지 온 것은 '국립자연사박물관 화성유치' 지지 서명부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이 지지서명부는 화성시민들이 채 시장이 국토대장정을 하는 동안 그가 지나온 인근 지역에 내려가 그 지역 주민 3만여 명에게 지지서명을 받은 것이다.

확실히 총리실 문턱은 높았다. 채 시장은 김황식 총리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총리실 관계자에게 서명록을 전달했을 뿐이다.

채 시장과 일행이 세종로를 벗어나자 빗줄기는 더 거세졌다. 채 시장은 폭우에 이미 옷은 흠뻑 젖었고, 모자와 머리까지도 푹 젖었다. 마지막 날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같이 걷는 화성시민들의 열기가 전해져서 일까, 채 시장의 발걸음은 그 어느 날보다 가벼운 것처럼 보였다.

드디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입성하다.
 드디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입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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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20분, 채 시장 일행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했다. 드디어 국토대장정 최종목적지에 다다랐다. 522km를 다 걸었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일찍이 어느 자치단체도 화성시 만큼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 의지를 나타낸 곳이 없다. 화성시는 자치단체장과 시민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중이었다. 채 시장은 국회의사당 안으로 들어섰다. 100여 명의 시민들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제 국토대장정의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 어제(9월 12일)는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농림수산식품부에 '화성호 해수요통' 지지서명부를 제출했고, 오늘 오전에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총리실에 '국립자연사박물관 화성유치' 지지서명부를 제출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국비 지원 특별법 제정' 지지서명부 제출.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채인석 시장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채인석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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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시장은 국회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고희선·이원욱 화성시 국회의원에게 지지서명부를 전달했다. 이들 의원에게 채 시장이 지지서명부를 전달한 것은 '매향리 특별법' 제정에 온 힘을 기울여달라는 당부에 다름 아니다.

고희선·이원욱 의원은 "매향리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국토대장정이 무사히 잘 끝났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오후 2시 40분, 여의도 공원에서는 채 시장의 국토대장정 완주를 축하하는 완주식이 열렸다. 국토대장정을 완전하게 마무리하는 행사였다. 이 자리에는 이원욱(화성을·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하만용 화성시의장, 김홍성 화성시의원을 비롯한 화성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채 시장은 "국토대장정이 무사히 잘 끝났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면서 "지역 현안이 반드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로써 지난 8월 24일에 시작된 '채인석 화성시장의 국토대장정'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가 걸은 거리는 522km. 21일 동안 걸을 예정이었으나, 태풍 볼라벤 때문에 화성으로 돌아간 하루를 뺀 20일 만에 채 시장은 522km를 다 걸었다.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지독하게, 때로는 힘겹게 그는 걷고 또 걸었다. 게으름을 피우거나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 텐데도 그는 그런 내색을 결코 보이지 않았다. 정말 지독하게 걷고 또 걸었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터져 피가 나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뭉친 근육 때문에 근육이완제를 먹고 걸으면서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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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시장의 국토대장정은 완벽하게 편안함을 배제했다. 마을회관에서 일행들과 어울려 잤고, 때로는 지원차량 안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했다.

그는 걷기만 하지 않았다. 국토대장정 행로 인근 지역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을 만나 지역현안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지지서명을 받아내는 일정까지 소화했다. 덕분에 그가 내건 지역현안을 알리고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지난 20일 동안 채 시장과 동행하면서 그의 일상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522km를 전부 같이 걸으려고 했으나, 예정대로 되지 못했다. 그의 걸음이 엄청나게 빠른데다, 같이 걷다가 넘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컨디션이 괜찮으면 걷고, 아프면 지원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채인석 시장의 국토대장정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 기자의 역할이라는 게 결국 관찰자이자 기록자가 아니겠는가.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도 솔직히 만만치 않았다. 일과가 끝난 뒤에 다른 사람들은 휴식을 취할 때 그날 찍은 사진을 확인하면서 하루의 일정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면서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길 위에 나서면 길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난다

모든 일정이 끝난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국토대장정을 '완주'한 사람들이다. 채인석 시장이야 당연히 완주를 했고, 박승권 화성시송산면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과 한진안씨도 522km를 완주했다. 이들은 뭇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걸었지만, 보이지 않게 뒤에서 이들을 도와주고 보조하면서 함께 20일 동안 '완주'한 이들이 있다.

윤통일 회장과 홍예선씨.
 윤통일 회장과 홍예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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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장정에 참여한 이들은 많지만, 꼬박 20일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참여한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 전부 4명이다. 

우선 윤통일 한국농업경영인 화성시연합회장과 홍예선씨가 있다. 친구 사이인 윤 회장과 홍씨는 국토대장정 기간 내내 대장정 참여자들에게 직접 밥을 해서 먹이면서 뒷수발을 들었다. 그것도 자진해서 자비를 들여서. 덕분에 나 역시 맛난 밥을 많이 얻어먹었다.

김근범 총무담당과 김진만 주사는 화성시청 소속 공무원으로 전 일정을 함께하면서 온갖 궂은 일을 다 했다. 20일 동안 길 위에서 한뎃잠을 자면서 국토대장정 일정을 지원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색나지 않는 일을 한 이들이 있었기에 국토대장정이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고 믿는다.

김근범 총무담당과 김진만 주사.
 김근범 총무담당과 김진만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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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이번 국토대장정 522km의 길 안내를 했던 '한누리국토대장정'의 이종복 대장. 대한민국의 온갖 길을 다 꿰고 있다는 그는 정말이지 최고의 길 안내자였다. 그는 길만 안내한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에너지를 끝까지 끌어올려 걸을 수 있는 힘을 팍팍 솟아나게 만들었다. 

때문에 채 시장은 9월 12일, 용산역 앞에서 국토대장정 19일차 일정을 마치면서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던 것이리라.

역시 길 위에 나서면 길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변함없는 진리인 것 같다. 채인석 화성시장과 국토대장정을 함께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인연을 맺었고, 화성시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만났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함께 국토대장정 현장을 기록하느라 고생했던 황호현·박성진·정원규·최규석씨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하고 싶다.


태그:#채인석, #국토대장정, #완주, #화성시, #자연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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