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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장정 17일차. 새로운 포즈를 취해보는 채인석 시장
 국토대장정 17일차. 새로운 포즈를 취해보는 채인석 시장
ⓒ 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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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람이 차다. 선뜩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바람막이를 껴입고 길 위에서 채인석 화성시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오전 6시 30분, 채 시장이 길 위에 모습을 나타냈다. 평택고용지원센터 앞이다. 어제, 채 시장이 발가락 물집 통증 때문에 걸음을 멈춘 지점이다. 도착지를 4km 남겨놓은 곳에서 채 시장은 발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병원 응급실로 향했던 것이다.

어제 걷지 못하고 남겨둔 4km를 걸어야 오늘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채 시장 혼자 오전 9시 출발이 오전 6시 30분으로 당겨진 것은 그 때문이다. 새벽 어스름이 걷힌 시간, 도로는 환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오늘, 채 시장은 다른 신발로 갈아 신고 왔다. 발이 부으면서 신발이 작아진 듯 불편했기 때문이란다.

오늘(9월 10일)은 송탄역에서 출발해 수원시청 앞까지 26km를 걷는다. 채 시장은 어제 걷지 못한 4km까지 포함, 홀로 30km를 소화해야 한다. 그 일정만 있나. 다른 일정도 연달아 있다. 김선기 평택시장과 곽상욱 오산시장을 평택시장 집무실에서 만나기로 했고, 화성시로 들어가면 화성시민들도 만날 예정이다. 

마음만은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 그래도 채 시장은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드디어 '관내'인 화성시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평택시를 출발해 오산시를 거쳐 화성시로 들어갔다가 수원시에서 오늘의 일정을 끝낼 예정이다.

"경기도에 들어서니 낯익은 곳이 많아 걷는 게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에 보았던 건물이나 풍경을 지나니 참 좋다. 해남부터 걸을 때는 낯선 풍경만 펼쳐져 지루할 때도 많았다."

경기도에 도착해서야 채 시장은 남도 지방을 걸었을 때 느낀 소감을 밝혔다. 그만큼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인석 시장과 박승권 회장
 채인석 시장과 박승권 회장
ⓒ 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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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시장이 홀로 외롭게 걷을 것을 염려, 어제 28km를 다 걸었던 박승권 회장이 대장정 깃발을 들고 채 시장과 같이 걷기 위해 나타났다. 역시 박 회장은 의리파다. 같이 걸으면서 끈끈한 정을 나눴기 때문이리라. 

오전 6시 40분, 채 시장과 박 회장이 걷기 시작했다. 바람에 국토대장정 깃발이 나부낀다. 두 사람은 국토대장정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6일 동안 보조를 맞춰왔다.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걸음이 경쾌하게 잘 맞는다. 두 사람은 4km를 40분 만에 걸어 평택소방서 앞에 도착했다. 두 사람만 걸으니 자연 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나 보다.

아침식사는 평택소방서 부근의 공터에서 윤통일 회장이 밤새 잠 안자고 끓인 토종닭죽이었다. 토종닭을 푹 삶은 국물에 찹쌀을 넣어서 닭죽을 만들었다. 윤 회장의 식사 메뉴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참이다. 어제 저녁은 떡만둣국이었다. 국토대장정을 시작하던 날부터 지금까지 윤 회장은 대장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식사를 자진해서 책임지고 있는 중이다.

국토대장정 기에 서명을 하는 김선기 평택시장과 곽상욱 오산시장
 국토대장정 기에 서명을 하는 김선기 평택시장과 곽상욱 오산시장
ⓒ 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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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채 시장은 김선기 평택시장과 곽상욱 오산시장을 평택시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시장과 곽 시장은 "채 시장의 국토대장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선기 평택시장은 평택시청 공무원 700여 명의 지지 서명을 받아 채 시장에게 전달했다. 서명록을 전달받은 채 시장은 김 시장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오전 9시 20분, 채 시장 일행은 오늘의 국토대장정 일정을 시작했다. 송탄역 앞에서 모인 한진안씨 등을 포함한 참여자들이 송탄소방서 앞까지 이동, 채 시장은 이들과 합류해서 걷기 시작했다. 오늘 채 시장과 함께 국토대장정에 참여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은 70여 명.

오늘도 쉽지 않은 대장정이 될 것 같다. 흐릿한 하늘이 조금씩 맑아지면서 후텁지근한 날씨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갈수록 땡볕이 드러나면서 더운 열기가 한껏 느껴진다.

채 시장 일행이 점심식사 장소로 정한 오산종합운동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30분경. 오전에 11km를 걸었다. 채 시장은 15km를 걸었고. 오산종합운동장에서 마무리를 체조를 한 일행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낮 12시 50분쯤 오산종합운동장에 김철민 안산시장이 나타났다. 김 시장은 안산에서 채 시장을 응원·격려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것이다.

김철민 안산시장과 채인석 화성시장
 김철민 안산시장과 채인석 화성시장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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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석 시장의 국토대장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비판을 하거나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민들이나 경기도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채 시장의 용기 있는 행위를 부러워하면서 지지하고 있다. 이번 국토대장정을 통해 화성시민들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꼭 이룰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지지하고 응원하겠다."

김 시장은 "채 시장과 같이 걷고 싶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같이 걷지 못하게 돼 무척이나 아쉽다"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오후 1시 20분, 남은 15km를 걷기 위해 채 시장 일행은 오산종합경기장을 출발했다. 1호선 국도를 따라 화성을 거쳐 수원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1호선 국도는 수도권에 가까워질수록 도로 폭이 4차선에서 6차선으로 넓어졌다. 그 도로의 1개 차선을 차지하고 걷는 채 시장 일행들은 화성시가 가까워지면서 신이 났다.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멀리 화성시 표지판이 보이자 저절로 걸음이 가벼지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아직 일정이 사흘이나 남았는데 다 끝난 것 같다는 말도 들려왔다. 화성시 경계에는 화성시민 30여 명 모여서 시 경계선을 넘는 채 시장을 환영했다.

드디어 화성시에 도착했다.
 드디어 화성시에 도착했다.
ⓒ 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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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장정을 시작하면서 꼭 끝까지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관내(화성시)로 진입할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 우리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걱정하고 지지해주셨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껏 벅차오르기도 한다. 화성, 정말 대단하고 가슴 벅찬 곳이다. 앞으로 화성을 정말 좋은 도시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오후 2시 15분, 화성시에 경계에 들어선 채 시장은 소감을 묻자 이렇게 밝혔다. 화성시 경계를 넘어서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자 사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대략 200~300여 명은 되어 보였다. 농악단이 한 판 놀이판을 벌여 채 시장을 환영했고, 여러 개의 현수막이 채 시장을 반겼다. 채 시장은 마중 나온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거나 포옹을 하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확실히 화성은 채 시장의 지역이라는 느낌이 물씬 난다. 여기저기서 채 시장의 이름을 부르면서 채 시장이 국토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기를 바란다는 말이 오갔다. 한바탕 잔치판이 벌어진 것 같다. 어떤 시민은 새카맣게 탄 채 시장의 얼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감정이 한껏 고조된 채 시장은 시민들을 향해 "꼭 대장정을 완주해 화성시민들의 뜻을 국무총리실과 여의도 국회에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병점역과 화성 센트럴파크에서 화성시민들을 상대로 '자연사박물관 유치와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전액 국비지원, 화성호 해수유통'을 요구하는 지지 서명을 받는 화성시민들을 만나 국토대장정의 의미와 의이를 설명하는 채 시장의 목소리는 꽉 잠겨 있었다. 검게 그을린 채 시장의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

시민들과 악수를 하는 채인석 화성시장
 시민들과 악수를 하는 채인석 화성시장
ⓒ 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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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채 시장은 화성 병점초등학교 앞을 출발했다. 오늘의 목적지인 수원시청 앞까지 걷기 위해서다. 최종 목적지는 수원 올림픽공원. 이제 5km 남짓만 걸으면 오늘의 일정은 끝난다. 발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지만 채 시장은 오늘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단다. 화성시민들의 환대가 그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후 5시 15분, 채 시장 일행은 수원시청 앞 올림픽공원에 도착했다. 오늘도 무사히 일정을 마쳤다. 채 시장은 수원 지동의 마을회관에서 오늘밤 잘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바꿨다. 숙소를 수원시가 아닌 화성시로 바꾼 것이다. 기왕이면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하루쯤은 '우리 화성시'에서 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해서 정한 곳은 수원과 화성의 경계에 있는 진안동의 마을회관이다. 채 시장은 오늘밤은 정말로 마음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지만, 은근히 걱정스럽다. 자기 동네를 찾아온 채 시장을 지역 주민들이 그냥 놔둘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을 만나서 지지나 응원의 말을 전하기 위해 찾아오는 주민들 때문에 오늘밤 마을회관 문턱이 닳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태그:#채인석, #국토대장정, #화성시,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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