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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열리는 2012 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World Conservation Congress, WCC)를 맞아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벌이려던 해외 활동가 4명의 입국이 불허됐다. 이들은 모두 제주해군기지가 건설 중인 강정마을에 방문한 적이 있어 당국이 해외 활동가들을 사찰하고 미리 입국을 거부한 거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장하나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5일 일본인 평화활동가 야기 류지씨가 제주 공항에서, 일본인 오키나와 평화활동가 토미타 이지, 타카하시 토시오, 티미야마 마사히로씨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거부 당했다. 이들은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의 초청장 및 신원보증서도 지참한 상태였지만 입국이 거부돼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장하나 의원실 관계자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항의하자 유관부서에서 요청해서 입국을 막았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입국금지명단에 있어서 집행했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WCC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 일원에서 열리는 환경회의다. 이 회의와 연계해 2012 제5회 동아시아 미군기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6일 오후 제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문제와 정부와 지역주민 간의 마찰에 대한 논의를 비롯 미군기지 재편과 오키나와 헤노코기지 건설, 후텐마기지 오스프리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입국이 불허된 4명의 일본인들은 모두 이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초대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국제적인 연대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입국 거부 조치를 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하나 의원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입국 불허가 "미군기지 심포지엄에 재를 뿌리려는 의도"라며 "입국 불허된 이들이 한국에 방문한 것은 알 수 있지만 강정 마을에 갔다는 것까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해외 활동가들을 사찰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군의 구럼비 폭파 강행을 앞둔 3월 7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포구에서 프랑스 출신의 평화활동가 벤자민 모네씨가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로 진입을 시도하자, 해양경찰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사진 뒤편에는 세계적 희귀지형으로 과거 바다로 흘러간 용암과 바다에서 솟아난 바위가 한 덩어리로 생성된 구럼비 바위가 보이고 있다.
 해군의 구럼비 폭파 강행을 앞둔 3월 7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포구에서 프랑스 출신의 평화활동가 벤자민 모네씨가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로 진입을 시도하자, 해양경찰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사진 뒤편에는 세계적 희귀지형으로 과거 바다로 흘러간 용암과 바다에서 솟아난 바위가 한 덩어리로 생성된 구럼비 바위가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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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불허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 "일제 강점기의 예비검속과 같아"

참여연대도 이번 입국 불허뿐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나 캠페인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해외활동가들이 명확한 사유 없이 입국이 금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들은 6일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해외활동가 입국금지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통해 이같은 입국 불허가 "해당 활동가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인권침해 사례로 일제강점기에 실시된 예비검속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유엔 인권옹호자 선언(UN Declaration on Human Rights Defenders)'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옹호자 선언 제1조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국내 또는 국제적 차원에서 인권 및 기본권 자유를 증진하고 이를 보호 및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4일 인천을 통해 입국하려던 제주지키기 비상행동위원회 소속 재미교포 차임옥씨의 입국이 금지된 것을 비롯해 지난 6월 29일에도 아시아공동행동 일본연락회의 회원인 일본인 3세 오오우치 테루오씨가 제주국제공항에서 입국이 금지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가들의 입국금지가 16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태그:#제주해군기지, #강정마을, #입국 불허,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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