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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 아이와 막둥이가 아빠와 엄마 15주년 결혼기념을 선물을 선사했습니다.
 둘째 딸 아이와 막둥이가 아빠와 엄마 15주년 결혼기념을 선물을 선사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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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언제 선물드릴까요?"
"선물?"
"아빠, 엄마 결혼기념일 선물."
"막둥이가 결혼기념일 선물을 준비했어? 선물이 뭔데?"
"에이, 그건 가르쳐드리면 안 되죠."


지난 26일은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1997년에 혼인 했으니 벌써 15년이 흘렀습니다. 어제 결혼한 것 같은데 말이죠. 시간은 흐르는 물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것 같습니다. 막둥이와 둘째 아이가 지난 24일부터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며 언제 줘야할 지 물었습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아빠와 엄마에게 받을 생각만 하던 녀석들인데, 지난해부터는 아빠 생일과 엄마 생일에 이어 이제는 결혼기념일까지 챙겨줬습니다.

사실 우리집은 아내보다는 제가 기념일을 더 많이 챙깁니다. 아내 생일상 차리기부터 결혼기념일 역시 제가 먼저 나서서 챙깁니다. 막둥이는 26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제게 선물을 받으라고 닥달합니다.

"아빠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니 선물 받으세요."
"나중에... 예배 다 마치고."
"지금 받으면 안 돼요?"
"예배 마치고 주면 안 되겠니?"

얼마나 좋은 선물이면 이틀 동안 따라다니면서 선물 받으라고 하는지 은근히 기대를 했습니다. 딸 아이는 편지까지 직접 썼습니다.

'경 제15회 결혼기념일 축'

"지난 15년간의 생활 즐거우셨어요? 올해, 내년, 후 내년 죽을 때까지 행복하세요. 저희 3명이 매년 결혼 기념일을 챙겨드릴게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아이들이 건넨 선물은 바로 복돼지

딸 아이가 쓴 15주년 결혼기념일 편지. '경축'이라는 글귀에 눈에 띕니다.
 딸 아이가 쓴 15주년 결혼기념일 편지. '경축'이라는 글귀에 눈에 띕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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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경축'이라는 말에 웃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딸은 엄마가 울면 먹고 양수가 터져 20일 정도 빨리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녀석이 아빠, 엄마 결혼기념일을 '경축'한다며 오래오래 살라고 합니다. 그리고 화내지 말고, 슬퍼하지 말고 웃으면서 살라고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은 중학교 1학년이 그린 그림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잘 그린, 예쁜 그림입니다. 가슴으로 울었습니다.

그럼 아이들이 준 선물을 무엇일까요? 포장지를 뜯는 순간 배꼽을 잡았습니다. '복돼지' 두 마리였습니다. 왜 돼지로 선물했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배꼽을 잡는 것만으로도 우리 부부 마음은 하늘을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에게 결혼기념일 선물을 복돼지 두 마리로 받은 부부는 아마 우리 부부가 처음일 듯합니다.

인서체, 'CORAM DEO'(하나님 앞에서) 항상 거룩하고 의롭고 다른 이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준 선물은 복돼지 두 마리입니다.
 아이들이 준 선물은 복돼지 두 마리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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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결혼기념일, #복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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