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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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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본과의 과거사에 얽힌 사슬이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지체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양국 차원을 넘어 전시 여성인권문제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역사에 반하는 행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 한 말입니다. 지난 4년 동안 광복절 경축사와 결을 달리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어느 정도 예견됐습니다.

지난 10일 독도 방문, 13일 신 국회의장단 면담 자리에서 독도 방문은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에) 일본이 국내정치 문제로 인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광복절 하루 앞날인 14일에는 일왕 방문에 대해 "한국 방문을 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며 "'통석의 념' 뭐 이런 단어 하나 찾아서 올 거면 올 필요 없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이명박, '친일청산' 의지 없어

일본으로서는 독도 방문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발언입니다. <경향신문>은 15일 일본 외교 당국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충격은 메가톤급이며, 한일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몇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일왕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큰 파문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한일관계 악화만 시키고, 우리 안에서도 진심어린 말과 행위로 믿는 이들이 적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더구나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9월 일본 교도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하는 2010년 일본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도록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일본 일왕 방한 성사를 "한·일관계의 거리를 완전히 없애는, 종지부를 찍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왕이 사과하지 않으면 방문 못한다는 발언은 스스로 자기가 한 말을 부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를 보면 독도 방문-일왕 사과 같은 말이 굉장히 즉흥적이고, 일본 언론 분석처럼 '국내 정치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08년 제63주년 광복절 경축사와 64주년 당시 일본제국주의 침탈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기는커녕 비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식민지에 대한 비판은 2010년 제65주년 경축사에서 "일본 총리가 사과했다"며 높이 평가한 후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합니다. 

"100년 전 강제 병합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이제 한일 양국은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합니다. 저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한일관계는 아픈 역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총리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민을 향해, 한국민의 뜻에 반한 식민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하였습니다. 저는 이것을 일본의 진일보한 노력으로 평가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넘어야할 과제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이제 한일 양국은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역사를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도 함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이 가야할 바른 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2010년 8월 15일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사 중)

2011년 제66주년 경축사에서는 "일본은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한·일의 양국의 젊은 세대는 밝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한 한·일 양국의 협력은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전히 한일 관계는 '미래'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일군사보호협정을 불과 두 달 전까지만해도 비밀리에 추진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급기야 독도에서 대한민국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독도 방문을 '깜짝카드'로 활용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런 내용을 잘 담지 않았고, 임기 마지막 해 "여성 인권 문제"라며 "인류 역사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만약 임기 초부터 위안부 문제에 적극 대처했다면 일본 극우 언론인지 위안부를 '매춘부'라 운운하고 기림비 철거 운동을 펼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막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친일청산'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조국 해방 후 지난 67년 대한민국은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결과가 민주주의 진보를 막았습니다. 친일파는 반공주의로 옷을 갈아 입었고, 만주군 장교였던 박정희는 민주헌정을 유린해 독재자 반열에 올랐습니다. 친일 언론이 애국언론으로 탈바꿈해 여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일본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책임을 묻기를 주저했을 뿐만 아니라 67년 동안 친일청산을 완벽하지 못한 우리 현대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촉구 같은 것은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는 마음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올바른 친일청산으로 역사적 상처 극복해야"


이와는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제국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친일청산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자주국방 의지와 함께 남북평화를 위한 강력한 메시지도 전달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97년 8월 15일  제62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97년 8월 15일 제62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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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간교하고 무자비한 탄압에 온 세상이 숨을 죽였고, 믿었던 동지들마저 엄청난 무력과 경제력에 놀라 희망을 버리고 일제에 빌붙어 버렸습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오로지 역사와 대의에 대한 믿음 하나로 목숨을 바쳐 싸워오신 애국 선열들의 숭고한 헌신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은 단지 오늘을 기념만 하고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쩌다가 나라를 잃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게 되었는지, 또 다시 그러한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인지, 어떻게 해야 후손들에게 불행한 역사를 물려주지 않을 것인지, 노여움과 원망과 부끄러움이 뒤엉킨 가슴으로 새로운 다짐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2003년 8월 15일 제58주년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 중)


"우리가 역사에서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는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 그리고 독재시대의 억압과 저항의 과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정리와 청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친일의 역사로부터 비롯된 분열과 갈등이 광복 6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도록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방은 되었으나 좌우 대결에 매몰되어 친일세력의 득세를 용납하였고, 그 결과로 친일세력을 단죄하기는커녕 역사의 진실조차 채 밝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2005년 8월 15일 제60주년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 중)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 그리고 용산기지 이전에 합의하고, 국방개혁 2020을 힘차게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략에 따른 것입니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함께 발전해가야 합니다. 결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한미동맹은 상호존중과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더욱 굳건하게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2007년 8월 15일 제62주년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 중)

참 많이 다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경축사를 보면 일관성이 있습니다. 일본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청산하지 못한 친일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함께 청산해야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에는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별다른 언급도 없고, 오히려 '과거'보다는 '미래'로 나가자 했다가 임기 여섯 달을 남겨두고는 겉으로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더 강경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친일청산은 끝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죄하지 않는 일본보다, 친일 잔재가 대한민국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인데도 말입니다. 광복절 경축사가 두 대통령 역사의식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내년 68주년 광복절 경축사는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가진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기를 바랍니다.


태그:#노무현, #이명박,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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