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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안과 수술용 도구입니다. 70년 전에도 의사들 수술로 많은 이들이 밝은 눈을 가졌을 것입니다.
 1940년 안과 수술용 도구입니다. 70년 전에도 의사들 수술로 많은 이들이 밝은 눈을 가졌을 것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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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나 같은 의사를 원하는 병원은 없다. 적자만 몇 억씩 내는데 누가 날 좋아하겠나. 장소만 바뀔 뿐 상황은 반복될 뿐이다."

종합병원 외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들을 그린 의학 드라마 MBC <골든타임>(월·화 21시 55분)에서 중증 외상환자를 담당하는 의사 최인혁(이성민 분)이 한 말입니다.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우리나라 병원과 의사들 중 최인혁 같은 이들 20%만 되어도 대한민국은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아이들과 전북 전주를 다녀왔습니다. 임실치즈마을에서 치즈와 피자 만들기 체험도 했습니다. 그리고 전주에 있는 한 병원(예수병원)도 방문했습니다. 몸이 아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초창기 병원 역사를 담은 박물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940년대 안과 수술도구와 마취기

1940년 휴대용 마취기입니다.
 1940년 휴대용 마취기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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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휴대용 수술기
 1940년 휴대용 수술기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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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병원은 1898년 미국인 여성 의사인 마티 잉골드가 부인들을 진료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병원 안에는 지난 100여 년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1940년대 안과 수술도구, 휴대용 마취기, 싸이렌, 전동타자기 그리고 원자력 발전기를 만드는 회사가 만든 선풍기에 식도에서 발견된 이물질 등 신기한 의학 도구들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의학 드라마 <닥터진>의 시대적 배경인 1880년대보다는 휠씬 늦지만 그래도 70년 전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수술 도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사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돈'을 중요하게 여긴 의사들도 있었지먼 그래도 '사람'을 더 귀하게 여긴 의사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들 노력으로 현재 우리나라 의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저런 걸 다 삼켰을까

이게 다 식도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믿어집니까? 그런데 나왔다고 합니다.
 이게 다 식도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믿어집니까? 그런데 나왔다고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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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아이들이 음식과 이물질을 삼켜 가끔 뉴스에 나오는데 그때도 나사, 단투, 돌멩이, 열쇠 따위 이물질을 삼켜 병원에서 제거한 모양입니다.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저런 것을 삼킬 수 있었는지, 저런 이물질이 목으로 넘어갈 수 있었는지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사용했던 현미경과 싸이렌, 그리고 선풍기를 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선풍기는 원자력 발전기를 만드는 미국 회사 제품이었습니다. 원자력 발전기를 만든 회사가 만들었으니 얼마나 튼튼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기를 만드는 회사가 왜 선풍기를 만들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1950년대 제품이 약 60년이 되었습니다. 생긴 모습을 보면 디자인도 예쁩니다.

원자력 발전기 만든 회사가 선풍기도 만들었네

현미경 변천사입니다. 맨 오른쪽이 가장 오래돈 현미경이고, 왼쪽으로 갈수록 최신 현미경입니다.
 현미경 변천사입니다. 맨 오른쪽이 가장 오래돈 현미경이고, 왼쪽으로 갈수록 최신 현미경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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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면 선풍기로 보이지만, 원자력 발전기를 만든 웨스팅하우스가 만든 1950년대 제품입니다.
 그냥 보면 선풍기로 보이지만, 원자력 발전기를 만든 웨스팅하우스가 만든 1950년대 제품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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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기를 만든 회사가 만든 선풍기래."
"정말 튼튼하게 생겼어요."
"튼튼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요즘 선풍기와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선풍기 밑에 있으면 굉장히 시원하겠어요."
"그렇지."
"아빠 여기 보세요. 무얼 것 같아요?"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음식을 거르는 제품인가?"

"아니에요, 싸이렌이에요."
"싸이렌?"
"네. 1950년대 간호학교에서 수동으로 돌렸다고 해요."
"정말 신기하다."


무엇에 쓰던 물건일까요? 1950년대 예수간호대학에서 수동으로 울렸던 싸이렌입니다.
 무엇에 쓰던 물건일까요? 1950년대 예수간호대학에서 수동으로 울렸던 싸이렌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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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등과 전동 타자기... 옛 추억 속으로

1950년대 남포등입니다.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입니다.
 1950년대 남포등입니다.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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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눈에 어떤 물건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석유를 넣은 그릇의 심지에 불을 붙이고, 바람을 막기 위하여 유리로 만든 등피를 끼운 등인 남포등입니다. 어릴 적 우리 집에 전기가 들어온 것이 초등학교 3학년때입니다. 이전까지는 남포등을 사용했었습니다. 남포등을 보고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또 하나 전동 타자기입니다. 1970년대 미국 IBM이 만든 제품입니다. 1970년대에 전동 타자기를 썻다면 최첨단입니다. 저는 전동 타자기를 처음 본 것이 1990년대 초였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 병원은 20년 전부터 전동 타자기를 사용했었습니다. 하지만 전동 타자기는 빛바랬습니다. 마치 애플에 밀린 IBM을 보는 듯했습니다.

아이비엠 전동타자기입니다. 빛바랜 모습이 애플에 밀린 아이비엠을 보는듯 합니다.
 아이비엠 전동타자기입니다. 빛바랜 모습이 애플에 밀린 아이비엠을 보는듯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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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1063마리... 생명은 평등

이런 모든 물건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 다음에 본 사진 한 장은 충격이었습니다. 1964년 9살 여자 어린이 뱃속에서 나온 기생충 사진인데, 무려 1063마리였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기생충은 제거됐지만 끝내 숨졌다고 합니다. 당시 병원장은 이를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에 알려 큰 반항을 일으켰으며, 기생충 박멸운동이 온 나라에 확산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40대 이상은 1년에 두 번 정도 '똥검사'를 했던 기억이 날 것입니다. 저는 단 한 번도 기생충 약을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친구들이 약을 먹는 것이 참 부러웠습니다.이제는 기생충이 거의 박멸되었습니다. 이런 아픔과 고통을 겪은 후에 이룬 의학적 성과들입니다.

의학박물관을 관람하면서 느낀 것 하나는 생명에 차별은 없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사랑한 의사들이 있었기에 현재 이만큼의 의료제도가 정착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선배들 헌신보다는 '돈'을 더 사랑하는 병원과 의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들을 위한 의료제도를 만들려고 합니다. 안 됩니다! 생명은 평등합니다.

1964년 9살 여자 어린이 뱃속에서 나온 기생충입니다. 무려 1063마리였습니다. 이 아이는 기생충은 제거됐지만 끝내 숨졌다고 합니다. 당시 병원장은 이를 <코리아타임스>에 기고해 큰 반항을 일으켰으며 기생충 박멸운동이 온 나라에 확산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1964년 9살 여자 어린이 뱃속에서 나온 기생충입니다. 무려 1063마리였습니다. 이 아이는 기생충은 제거됐지만 끝내 숨졌다고 합니다. 당시 병원장은 이를 <코리아타임스>에 기고해 큰 반항을 일으켰으며 기생충 박멸운동이 온 나라에 확산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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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병원역사, #남포등, #전동타자기, #현미경,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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