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의 강물이 초록빛으로 물들고 있다. 영산강, 낙동강, 한강, 금강 등 국민의 식수원인 4대강에 녹조가 번졌다. 9일 오후에는 한강 상류 구간인 강동대교와 잠실대교 구간에 조류주의보가 내려졌다. 2008년 7월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상수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유례없는 녹조현상에 환경단체와 환경부, 그리고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먼저,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으로 생겨난 '보'를 녹조 현상의 이유로 꼽는다. 현재 4대강 유역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에는 16개의 보가 들어선 상태. 이들은 "댐 크기에 가까운 보 때문에 물이 흐르지 못해 녹조가 쉽게 번식했다"고 주장한다.

"조류 번식하는 방아쇠는 '체류시간'... 보 개방해야"

한강에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진교에서 바라본 상류쪽 물빛이 녹색을 띠고 있다.
 한강에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진교에서 바라본 상류쪽 물빛이 녹색을 띠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김좌관 부산 가톨릭대 교수는 9일 서울 중구 정동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4대강 전역의 녹조 현상 전문가 진단 및 녹조수 발명상 시상식'에서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가 강의 흐름을 막고 강물의 체류시간을 길어지게 해 조류가 쉽게 번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낙동강 하구둑 건설 이후 낙동강 하류 지역에 녹조가 심해지는 것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높이 10m 내외의 하구둑과 낙동강에 설치 된 8개 보의 구조가 다르지 않다"면서 "하구둑으로 (낙동강 하류에) 녹조현상이 생겼듯이 낙동강 보가 녹조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4대강 유역에서 물의 흐름이 과거와 같이 이뤄진다면 조류의 번성을 막을 수 있다"며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억제방안은 '4대강의 16개 보 수문 개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부영양화하는 조건으로 높은 수온, 총인 농도, 일사량 그리고 체류시간을 들었다. 김 교수는 "이 가운데 방아쇠는 체류시간"이라면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같은 일사량, 같은 수온인데 남한강에서 녹조가 상대적으로 덜한 이유는 남한강에는 3개의 보가 있는 반면, 북한강에는 6개의 댐이 있어 호수화 돼 체류시간이 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등에서 녹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가뭄과 고온현상'과 관련해서는 "녹조가 피려면 2주 정도 걸리고, 성장하는 데 5일에서 10일이 걸린다"면서 "7월 한 달 간 기상자료를 보면, 7월 상순부터 중순까지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38% 늘어났고, 평균 기온 역시 25.5도로 지난해보다 0.4도 높은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이현정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녹조현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박사는 "4대강 보를 개방한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지만, 공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보의 수문이 닫혀있던 것은 올해 6월부터"라면서 "지금 수문을 닫은 상태로 가을이 지나고, 겨울, 봄까지 지나면 지금보다 더 끔찍한 결과를 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박사는 "낙동강의 경우, 과거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의 오염물질이 들어오고 있음에도 물의 흐름을 막자 심각한 조류가 나타났다"면서 "수문을 닫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수문을 개방해 물의 흐름을 돌려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녹조현상' 일어난 북한강, 댐 6개 건설된 건 30~50년 전"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죽은 물고기가 녹조사이를 떠다니고 있다.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죽은 물고기가 녹조사이를 떠다니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전문가들의 진단에 환경부는 이날 오후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환경부는 "김좌관 교수가 제시한 강수량 및 기온데이터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조류의 원인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금번 조류 발생의 원인은 7월 20일 장마가 끝난 이후 현재까지 비가 오지 않고, 높은 기온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7월 20일부터 8월 8일까지 강수량은 예년의 5%에 불과하다. 반면 이 기간 동안 광합성을 하는 남조류에 영향을 미치는 일조시간은 지난해에 비해 서울은 3.6배, 낙동강은 2.4배 높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김 교수가 북한산 조류 발생을 6개의 댐과 연관 지어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북한산 수계 6개댐은 30~50년 전에 건설된 것으로 이번 북한산 조류발생이 긴 체류시간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만약 체류시간 영향이었다면 80~90년대에도 현재와 같은 조류 대발생 현상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양형재 국립환경과학원 한강물환경연구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폭염으로 인해 수온이 증가하면 부영양화가 촉진될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강의 최고 수온이 31도까지 오르는 등 평균 26, 27도의 높은 수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 소장은 "비가 내리면 조류가 광합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의 농도가 줄어들고 유속으로 흙탕물이 발생해 햇빛을 막아서 조류 번식이 더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소장은 또한 "보로 인한 유속의 감소를 대비해 총인농도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면서 "황산알루미늄을 투입해 4대강 구간의 총인농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에 녹아있는 인화합물의 총량을 뜻하는 총인은 영양물질로 농도가 높으면 수중식물이 자라기 쉽다. OECD 기준에 따르면 총인 농도가 리터당 0.02mg이 넘을 경우 부영양화가 시작된다.

김좌관 교수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도 낙동강의 구미, 고령, 남지, 물금의 총인 농도는 0.02mg 이하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좌관 교수는 "총인 농도가 떨어졌지만 0.05~0.1mg의 농도로는 충분히 번식할 수 있는 농도"라며 "보가 없어서 물이 흐르기만 했다면 녹조 현상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녹조현상, #녹조, #녹조라떼, #환경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