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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 8명의 예비후보들이 각각 내건 선거홍보물이 부착돼있다.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 8명의 예비후보들이 각각 내건 선거홍보물이 부착돼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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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에 나선 예비 후보들은 25일 첫 행선지로 광주를 찾았다. 이튿날인 26일에는 부산으로 향했다. 민주통합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야권의 적자로 인정받기 위한 진검승부를 시작한 것이다.

광주 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김대중 컨벤션센터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가득했다. 역대 대선의 민주당 대표선수를 낙점해 온 광주에서 2012년 판 '노무현의 기적' 주인공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 계승 경쟁도 벌어졌다.

연설회 시작 전부터 장외 공방전이 벌어졌다. 김두관 후보 측에서 뿌린 홍보물에 담긴 '김두관으로 이길 것인가, 문재인으로 질 것인가'라는 문구가 문재인 후보 측의 강한 반발을 샀다.

후보들의 합동연설회 연설 내용도 잔뜩 날이 섰다. 그동안 호남의 선택 기준이 '본선 경쟁력'이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후보들은 저마다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설 실력에서 밀린 문재인... 광주의 바람은 누구에게 갈까

누가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을 넘어설 것인지 면밀히 살피고 있는 호남 민심은 2012년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지금까지 민주당 후보들에게 온전한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중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조차도 호남의 지지율에서 장외에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열세인 게 사실이다. <안철수의 생각> 출간과 방송 출연 이후 안 원장의 지지율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후보가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하고 있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후보가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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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선언 이후 5% 대에서 지지율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두관 후보가 가장 세게 치고 나왔다. 김 후보는 "현재 지지율 1위인 문재인 후보로는 승리할 수 없다, 이변이 없으면 감동이 없고 감동이 없으면 진다"며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이긴 대역전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반노' 정서에 대한 호소도 이어졌다. 민주당 지지자들을 분열시킨 대북송금특검, 민주당 분당 등 참여정부의 허물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손학규 후보는 "아직도 대북송금 특검이 잘한 일이라고 강변하고 정권을 빼앗긴 것이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리는 참여정부로는 다시 정권을 달라고 할 수 없다"고 각을 세웠다.

문재인 후보도 사력을 다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민주당 후보로 만들어 준 곳이 광주·전남이고 지금도 저를 그분의 후계자로 여기고 지지해 주신다, 저야말로 박근혜와 안철수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방어막을 쳤다. 그는 "서로 비방하지 말고 상처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대중 연설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친 탓인지 청중의 호응과 환호는 김두관·손학규 후보의 연설 때만 못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열정적인 광주의 바람이 이번에는 누구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밀어 올릴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노무현 정치적 고향 부산에서 더 거세진 친노 책임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도 참여정부 책임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노무현의 그림자'에서 독립을 선언한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공세가 더 매서워졌다. 2007년 대선에서 530만 표 차 패배, 양극화 심화 등 민생 실패, 4·11 총선에서 '낙동강 전투' 실패 등에 대한 친노 책임론이 거셌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후보가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후보가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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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후보는 "문 후보는 패인을 모르는 패장이다, 낙동강 전투에서 지고도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패장을 내보내서 어떻게 이길 수 있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손학규 후보도 "민생 실패·대선 패배·총선 패배까지, 민주 세력 3패를 불러온 '무반성의 3패 세력'으로는 결단코 승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친노패밀리들은 개혁이 아니라 담합을 선택했다"(김두관)는 비난도 터져 나왔다. '친노' 홈그라운드에서 그야말로 친노가 난타당한 셈이다. 참여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 후보만이 유일하게 '친노' 비판 대신 "정치와 경제를 잘 아는 후보"라는 자신의 경쟁력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이미 3차례 토론회와 합동연설회를 통해 7인의 협공과 싸우고 있는 문 후보도 필사적이었다. 문 후보는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우리의 긍지를 깎아내리지 않겠다, 김대중·노무현 두 분 대통령의 명예를 깎아내리지 않겠다"고 각을 세웠다. 문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파상공세에 대해 "우리 당 대표 주자가 무례한 플레이, 거친 태클에 부상당할 지경"이라며 "당 밖 경쟁자들은 치고 나가는데 당 안에서 우리끼리 끌어내리고 발목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무현 정신 앞에서 멈춰선 난타전

후보 간의 사활을 건 난타전은 '노무현 정신'이라는 구심점 앞에서야 비로써 멈춰 섰다. 참여정부가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후보들도 '노무현의 가치'의 계승자를 자처했다.

손학규 후보는 "사람 사는 세상을 열고자 하는 노무현의 가치를 만들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며 "제가 저녁이 있는 삶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두관 후보는 "2010년 경남도지사 선거 때 제 홍보물과 연설문에 단 한 번도 노무현 이름을 거론한 적이 없었다"며 "남의 이름을 팔지 않고 경남에서 8번 도전한 제가 노무현 정신의 진정한 계승자"라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하늘에 계신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바라는 것, 정권을 되찾아 뒤틀린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 미완으로 남은 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제가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1박 2일간의 열전은 '김대중'으로 시작해 '노무현'으로 막이 내렸다. 27일 세 번째 합동토론회는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도, 대전에서 열린다.


태그:#민주당, #합동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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