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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휴대폰입니다.
 가족 휴대폰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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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재미 중 하나라죠? 훔쳐보기. 이 재미가 얼마나 큰지 아실 겁니다. 훔쳐보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자녀 일기 보기일 겁니다. 부모가 자녀 일기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한 확인 차원.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지, 학교생활은 잘 하는지 등을 체크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아이 입장에선 비밀보장을 방패삼아 쓴 일기장을 누군가가 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유쾌하지 않을 겁니다.

휴대폰도 마찬가집니다. 아이가 누구와 통화했고, 어떤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지에 대한 확인을 통해 건강한 삶의 여부를 진단합니다. 부모 입장에선 단순히 교육 차원인 겁니다. 그렇더라도 이 역시 기분 나쁜 일입니다. 아이들도 그러하건만 성인의 휴대폰 훔쳐보기(?)가 이뤄진다면 기분 어떨까요. '불법 사찰'인 셈이지요.

아내는 때때로 제 휴대폰을 확인합니다. 그러려니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기분 참 묘합니다. 그러다 문득 이건 아니지 싶었습니다. 아이도 아닌 남편 휴대폰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건 알몸을 훑는 것과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설령 모든 걸 감지하는 부부라 할지라도.

이 생각 이후 어지간한 통화 기록은 삭제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통화기록을 손으로 넘기는 수고로움이 귀찮은 탓이지만 아내가 왈가왈부할 사안이라면 지우는 게 최선이니까. 특히 부부간 공유해야 할 사안을 넘어 개인 사생활 침해에 대한 반감이 컸습니다.

"당신 휴대폰에 비밀번호 설정했더라... 나는 좀 슬퍼"

딸이 바꿔 준 휴대폰 비밀 패턴입니다.
 딸이 바꿔 준 휴대폰 비밀 패턴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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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바꾼 지 별로 되지 않아 아직 조작에 어려움을 갖고 있어 혼자 어렵사리 비밀번호를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휴대폰을 켤 때마다 화면에 뜨는 비밀번호 누르기가 귀찮더군요. 기계치에게 비밀번호 바꾸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틀 전, 아이들에게 휴대폰 비밀번호 바꿔주길 부탁했습니다.

"아빠. 요즘 휴대폰에 비밀번호로 설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패턴으로 바꿔야지."
"고뤠~. 딸이 고쳐줄래?"

딸이 바꿔준 패턴이 정말 편하더군요. 어제 저녁, 아내와 오붓하게 냉면을 먹었습니다. 냉면을 기다리던 중, 대화가 오갔습니다.

"당신 휴대폰에 비밀번호 설정했더라. 근데 나는 좀 슬퍼."
"왜, 뭐가 슬프다는 거야?"
"남편 휴대폰 보는 재미가 좋았거든. 우린 부부지만 각자의 사생활은 보호받을 자격은 충분해. 그런데도 당신 휴대폰을 못 보니 서운하더라. 내 삶의 재미 중 하나가 사라졌어."
"당신은 예전부터 휴대폰 잠금 설정하고선…."

아내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습니다. 그 표정을 보니 휴대폰 잠금장치 다음 주에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밀이 없기도 하지만 빼앗은 아내의 재미를 돌려주고픈 마음이었습니다. 부부간 이런 것도 배려일까요?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휴대폰, #부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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