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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서 골프연습하는 주민도 문제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니 골프연습을 자제해 달라'는 표지판 하나 세운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여군도 문제다. 왼쪽 위부터 골프 타석, 골프치는 사람들, 공에 맞아 찌그러진 표지판, '골프연습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
 주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서 골프연습하는 주민도 문제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니 골프연습을 자제해 달라'는 표지판 하나 세운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여군도 문제다. 왼쪽 위부터 골프 타석, 골프치는 사람들, 공에 맞아 찌그러진 표지판, '골프연습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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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 백마강변에 있는 구드레 공원에서 골프를 즐기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그곳이 골프연습장이 아닌 일반 시민도 즐겨 산책하는 공원이라는 것이다.

부여군이 생활체육을 위해 백마강변에 잔디를 심어 가꾸자 골프장과 유사한 환경이 조성돼 이곳 주민들이 골프를 연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운동하거나 산책하기 위해 나온 주민과 관광객들은 안전사고에 불안해하고 있다. 그물이나 보호망이 설치되지 않아 날아오는 골프공에 맞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지나가던 관광객이 골프공에 맞아 다치기도 했다.

기자는 지난 4일 제보를 받고 구드레 공원을 찾아갔다. 이곳에서는 2명의 주민이 마치 필드에 나온 듯, 공원 이곳저곳을 다니며 '샷'을 날리고 있었다. 공은 체육공원 주변에서 인근 쪽으로 평균 150~200m 지점에 떨어지고 있었다. 거리를 가늠하기 위해 세워 둔 표지판에 공이 떨어지자 둔탁한 소리를 냈다. 강변을 걷던 일반 주민들은 이 소리를 듣고, 주춤주춤 하며 뒷걸음질치더니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연속해서 '샷'을 날리던 주민은 떨어진 골프공 앞으로 가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샷'을 날렸다. 그 지점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는 학생들이 모여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날아가는 공에 맞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듯 위험해 보였다.

골프를 치는 주민에게 다가가서 '아이들과 주민이 산책하는 공원인데,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곳은 연습장이라 누구나 건강을 위해 자유롭게 골프를 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주민과 관광객 무방비로 노출, 부여군 안전불감증

골프를 치는 곳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공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주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골프를 치는 곳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공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주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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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치공원에서 만난 부여군에 사는 이아무개(여·32)씨는 "아이(4살)와 옆집 언니랑 가끔 돗자리를 들고 이곳에 오고 있다"며 "아이들과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골프 치는 것은 상식 이하의 행동이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지난번에도 골프공이 날아왔길래 '누군가 장난으로 던졌나?'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여기서 골프를 친다는 얘기를 듣고 보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왔다는 최아무개(남·52)씨는 "모처럼 시간이 나서 황포돛배(구드레 선착장)를 타고 고란사와 수북정을 다녀왔다"며 "잠시 쉬어가려고 앉아 있는데, 앞에서 골프 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수많은 사람이 다니는 곳에서 골프 치는 것은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이다"며 "부여군은 왜, 이런 사람들을 단속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부여군 "골프장 허가 신청했지만, 허가가 안 났다... 어쩔 수 없다"

이에 대해 부여군 건설재난과 담당자는 "이곳은 (골프장) 허가가 나지 않는 곳이라 안전 펜스를 설치할 수가 없다"며 "생활체육 정도로 하는 것이지만 나름대로 단속하고 있으며, 시설물(10개 가량 설치된 골프타석·위 사진 참조)과 골프 동호인이 설치한
컨테이너는 치우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예전에 골프를 치던 일부 주민이 부여군 군소리 둔치공원에 골프장 시설을 요구했으나 국토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그 때문에 이곳에서 아침저녁으로 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또 "장타를 치는 것이 문제가 되어서 장타를 칠 때는 조심하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오래 전부터 운동해 오던 분들이라 대화하고 협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드레 공원은 한낮을 제외한 오전·오후 시간대에는 항상 한 두 팀이 모여서 골프를 친다. 그들은 이곳을 속칭 '백마강둔치 골프연습장'으로 부른다. 10여 년 전부터 하나 둘씩 모여 지금은 100여 명의 동호인이 이용하고 있다.


태그:#관광지 골프장, #부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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