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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달 말에 펴낸 '과잉교육' 보고서.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달 말에 펴낸 '과잉교육' 보고서.
ⓒ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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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보고서를 봤다. 삼성경제연구소(SERI.org)에서 펴낸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이라는 보고서다. 얼마나 속 시원한 제목인가. '교육'이랍시고 유치원 때부터 서로 할퀴고 물어 뜯도록 만드는 이 지옥 땅을 비추는 한 줄기 빛 같지 않은가.
제목도 관심을 끌었지만, 더 흥미로운 건 보고서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짐작할 수 있듯, 대기업 연구소에는 '가방끈 긴' 사람들로 가득하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공부도 해 본 이들이 '공부해봐야 별 것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걸까. 이유야 어찌됐든 공부 깨나 했다는 사람들이 나서서 '대학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을 꿈꾼다니 반갑다.

그래서였을까. 살인적 경쟁교육을 비판해 온 진보언론이 앞다투어 보고서를 대서특필했다. 이해할 만했다. 하지만 보수언론과 정부까지 나서서 극찬을 쏟아내는 걸 보니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경쟁만이 살 길'이라며 학생들을 들들 볶아 학교 창문도 25센티미터 이상 못 열게 만든 장본인들 아닌가. '살 길'이라던 경쟁교육이 '못 살 길'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걸까?

그럼 그렇지. 수수께끼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삼성 보고서가 나온 직후 보수 언론에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대학을 반으로 줄여라"

대학을 나와야, 그것도 '명문대'를 나와야만 사람 취급 받는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둔 채 대학을 반으로 줄이면 어떻게 될까? 창문 틈을 25밀리미터로 좁혀도 자살을 막지 못하게 될 것이고, 아이를 안 낳는 게 자녀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배려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은 절반만 주는 게 아니라, 아예 사라질 것이다.

문제는 대학뿐 아니라 나라도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옥스포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의 분석이 그렇다. 이 인구전문가의 우려대로라면, 한국이 출산율을 높이지 못할 경우 자연소멸하는 첫 국가가 될 것이다. 작년 1월 14일 자 <조선일보>가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묻자, 20대 여성 47%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비용'의 가장 큰 몫은 사교육비다. 19%는 '아이를 고통스러운 세상에 살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보수가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나라가 없어지는 걸 바라지는 않을 터이다. 그저 이 말이 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학 등록금 못 내는 가난한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 운운하지 말고 그냥 취직해라.'

언제는 '뜨거운 교육열'이 기회라더니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의로 작성한 보고서를 보수 언론과 정치권이 악용하고 있는 걸까? 사실을 말하면, 보고서가 같은 주장을 담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부와 기업의 입맛에 맞게 짜맞춘 보고서다. 정부를 보라. 언제는 "천연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고급 두뇌 자원만이 살 길"이라며 고등교육을 강조하더니, 이제 대졸자를 책임질 수 없게 되자 '대학엔 왜 갔느냐'고 국민들을 나무란다.

한미무역협정(FTA)을 추진할 때만 해도, '대학진학률이 82%를 넘을 정도로 뜨거운 교육열'이 고급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라고 말하곤 했다. FTA가 '고학력 인력'에게 일자리를 가져다 줄 거라는 약속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협정이 발효되고 나니 갑자기 '82% 넘는 대학진학률'이 '기회'에서 '문제'로 돌변한다.

정부는 대학이 너무 많아 문제란다. 그렇다 치자. 그 '부실대학'을 전국에 깔아 놓은 게 누구인가. 새누리당의 전신 민자당이 1995년 '5.31 교육개혁'을 추진하면서 대학설립과 정원을 자율화한 탓이다. 그 전에는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만 대학을 세울 수 있었다. 이 자율화 정책 덕에 김영삼 대통령 집권기에 대학진학 증가율이 사상 최대로 증가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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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렇게 '고급두뇌'를 잔뜩 만들어 놓고 나서 적당한 일자리를 공급하지 못하게 되자, 난데 없이 '과잉학력' 이야기를 꺼낸다. 현재의 취업난은 고용정책이 실패하거나 기업이 생산투자를 게을리 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허영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300만 개 일자리' 공약으로 집권한 여당이 할 말은 아니다. '세금을 줄여 줘야 고용도 늘릴 수 있다'고 말하던 기업들 입에서 나올 소리도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정부와 기업이 주장해 온 '과잉학력론'을 고스란히 반복한다. 취직을 미끼로 집권한 정부와, 취직을 미끼로 특혜를 챙긴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제목은 아름답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사회>. 이 화사한 제목 뒤에는 학력차별을 합리화하고 고착화하는 논리가 숨어 있다.

그 음흉한 '논리'가 논리적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 문서는 '보고서'라 부르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보고서 곳곳에서 드러나는 오류와 모순은 4명의 저자 뒤에 붙은 '연구전문위원' '수석 연구원' '선임연구원' 따위의 호칭을 낯 뜨겁게 만든다. 이제 독자들은 박사들이 포진한 '대기업 경제연구소'라는 곳에서 얼마나 한심한 수준의 보고서를 내놓는지 보게 될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엉터리 보고서들이 여론을 형성하고 정부의 정책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이 글의 목적은 대기업 경제연구소 보고서가 결코 순수할 수 없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보고서, 예컨대 'G20 경제효과 24조'(삼성경제연구소), '4대강 살리기에 집중해야'(삼성경제연구소) '영리법인 병원 도입방안'(LG경제연구소) 같은 것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에 가지 않아도...>처럼 '순박'해 보이는 보고서도 기업의 이윤과 탐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보고서를 들쳐 보지도 않은 채 무비판적으로 보도해 온 언론에도 자성을 촉구하고 싶다.

허술한 논리, 음흉한 계략

문제의 보고서를 요약하면 이렇다. 고졸로 취직해도 될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고, 이 '과잉학력' 현상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들이 진학 대신 취업을 해서 생산활동에 참여하면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이 1% 늘어난다는 것이다.

대기업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상당한 권위를 누리면서 정부 정책과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보고서를 들여다 보면, 기업과 정부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는 '의도된 기획'일뿐 아니라, 상당 수의 논문이 오류, 모순, 근거 부족의 문제점을 지닌다.
 대기업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상당한 권위를 누리면서 정부 정책과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보고서를 들여다 보면, 기업과 정부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는 '의도된 기획'일뿐 아니라, 상당 수의 논문이 오류, 모순, 근거 부족의 문제점을 지닌다.
ⓒ 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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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주장에 따르면, 대졸자들이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고졸 직종으로 '하향 취업'을 하고 있고, 그 결과 고졸자들의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충분한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통계상의 오류를 지적하기에 앞서, 전제부터 말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보고서는 대졸자가 고졸자 자리를 빼앗는 것을 문제의 시작으로 보지만, 중요한 건 대졸자든 고졸자든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 '하향취업'을 하는 사람들이 고졸로 '정상취업'을 한다고 해도 취업시장은 똑같이 붐비게 된다. 구직자가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고졸자를 위한 괜찮은 일자리를'를 만들면 된다고 한다. 일자리가 말 한 마디로 만들어질 수 있다면, 차라리 대졸자를 위한 일자리를 늘리는 게 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대학에 들어간 사람들이 '하향취업'하는 '악순환'은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태어났고, 지금이 순간에도 탄생하고 있는 '과잉학력자'를 증발시킬 방법이 없다면 말이다.

보고서는 '학력철폐'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졸자와 고졸자를 엄격히 구분하면서 "고졸자를 위한 괜찮은 일자리를 늘리라"고 말한다. 연구자들은 보고서에서 '고졸자'의 괜찮은 일자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고졸자만의 특정 기능과 기술 분야에 종사하면서 존중과 인정을 받는 일자리."

고졸자의 활동 영역을 '특정 기능과 기술'에 한정하며 학력차별을 고착화하는 논리다. 모두가 알듯,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대학졸업장이 없는 '고졸'이다. 보고서 논리대로라면, 잡스는 세계 최대의 회사를 이끌기보다 폭스콘 조립 공장에서 일하기 적당했던 사람이다.

기초 셈도 못 하는 '박사들'

보고서는 국가 목적을 위해 국민들을 수단으로 써도 좋다는 파시즘적 발상에 토대를 두고 있다. 연구원들은 보고서를 쓰기에 앞서 대학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했어야 했다. 대학교육의 목적은 취업이 아니다. 교육은 국민 기본권이자이자 의무고, 즐거움이고,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원하는 대로 교육 받고, 학벌 상관 없이 능력에 따라 취직하고,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 사회를 만들면 된다. 당장 삼성경제연구소 취업 원서부터 학력란을 없애면 된다. 연구는 '고급 인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 안 된다고? 하지만 네 명의 '고급 인력'이 매달려 작성했다는 보고서가 중학생도 저지르지 않을 오류로 가득한 건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보고서 첫 페이지에 사용된 그래프. 본문에서는 1991년 이후 대졸자 수가 너무 많아져 인적자본 성장률이 둔화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래프를 자세히 살펴 보면 이 주장의 오류를 알 수 있다.
 보고서 첫 페이지에 사용된 그래프. 본문에서는 1991년 이후 대졸자 수가 너무 많아져 인적자본 성장률이 둔화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래프를 자세히 살펴 보면 이 주장의 오류를 알 수 있다.
ⓒ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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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시작부터 한껏 위기의식을 고조시킨다. "대학진학률이 2008년 83.3%까지 상승했으나, 인적자본 상승률은 1991년 0.96%를 정점으로 2011년 0.86%까지 하락"했다는 것이다. 대학생은 늘었으나, 노동의 질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이상한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대학진학률은 2008년 걸 보면서 인적자본 상승률은 왜 2011년 걸 따질까? 대학 진학률이 2008년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학진학률은 2008년 83.8%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09년 81.9%, 2010년 79%, 2011년 72.5%로 무려 10% 이상 하락했다. 진학률이 이처럼 급속히 하락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학생들이 대학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 진학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2008-2011년 사이에 대학진학률이 10%이상 급락했지만, 인적자본 성장률은 계속 하락했다.
 2008-2011년 사이에 대학진학률이 10%이상 급락했지만, 인적자본 성장률은 계속 하락했다.
ⓒ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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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보고서 주장대로라면, '과잉학력' 현상이 줄어든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 인적자본 성장률이 가파르게 상승했어야 옳다. 하지만 그래프가 보여주듯, 이 기간에 인적자본 성장률은 곤두박질쳤다. 인적자본 상승률 저하가 '과잉학력'과 무관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그릇된 전제와 사실에 기초한 엉터리 보고서인 셈이다. 연구원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면 (물론 그럴 가능성은 충분이 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보고서다.

사실 보고서의 오류는 한두 개가 아니다. 그래프를 보면, 1991년부터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던 인적자본 성장률이 처음으로 올라가는 시기가 있다. 2000년부터 2003년 사이다. 하지만 이 시기는 '과잉학력' 현상이 심화되던 때였다. 이 3년 사이에 대학 진학률이 68%에서 지금보다 높은 79.7%로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인적자본 성장률의 감소 원인을 '과잉학력' 하나로만 설명하지만, 더 중요한 원인은 따로 있다. 정부가 적절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기업이 인력을 적재적소에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능력보다 학력을 따지는 한국 기업의 고질적 병폐도 한 몫을 한다. 기업이 수익을 생산투자로 돌려 고용을 늘리기보다, 고액배당으로 주가를 높여 손쉽게 돈을 버는 것도 문제다. 규제완화로 이런 악습을 부추긴 정부 역시 비난 받아 마땅하다.

대학생이 공부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도 심각한 문제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며 푼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반값' 혹은 그 이하의 등록금은 인적자본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도 그런 생각에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세우지 않았겠는가.

'고졸'과 '대졸' 구분하는 학력차별부터 없애라

보고서는 2페이지에 도표를 하나 달당 던져놓고는 "대학진학 대신 취업해 생산활동을 한다면, GDP 성장률은 1.01%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해서 국내총생산(GDP)이 1% 이상 상승하는지 수치도, 계산 과정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 유일한 근거로 제시된 도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인적 자본 기여도'는 81-90년 0.5%에서, 91-97년 0.6%, 98-2008년 0.7%로 계속 상승해 왔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바로 앞 페이지에서 '과잉학력'이 심각하다던 시기 아닌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인적자본 기여도가 처음으로 감소하는데, 이 시기 대학진학률은 81.9%에서 72.5% 급락했다. 보고서 주장과 달리, 대학에 많이 갈수록 인적자본 기여도는 높아지는 것이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보고서는 산업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력투입' 요소를 엉뚱하게 '과잉학력' 논의에 포함시킨다. 2009-2011년 사이에 노동투입이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가 -0.5로 낮아진 것을 '과잉학력'의 증거로 제시하지만, 이 시기에 대학진학률은 크게 낮아졌다. '인적자본' 요소를 봐도, 대학진학률이 상승하던 시기에는 기여도가 계속 상승했으나, 진학률이 낮아진 2009-2011년 사이에는 0.5로 떨어졌다. 도표는 오히려 '과잉학력'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보고서는 산업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력투입' 요소를 엉뚱하게 '과잉학력' 논의에 포함시킨다. 2009-2011년 사이에 노동투입이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가 -0.5로 낮아진 것을 '과잉학력'의 증거로 제시하지만, 이 시기에 대학진학률은 크게 낮아졌다. '인적자본' 요소를 봐도, 대학진학률이 상승하던 시기에는 기여도가 계속 상승했으나, 진학률이 낮아진 2009-2011년 사이에는 0.5로 떨어졌다. 도표는 오히려 '과잉학력'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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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떠나서, '공연히 대학가서 시간과 돈 낭비하지 말고 생산활동이나 하라'는 말은 '수석 연구원'이나 '선임 연구원'이 할 말은 아니다. 대학 4년도 아깝다면서, 10년씩 걸려 박사까지 한 사람들 아닌가. 자신의 '과잉학력으로 인한 기회비용'도 계산해 보라. 보고서 주장대로라면, 책상머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대신 생산활동에 참여했다면 국가경쟁력도 올랐을 게 아닌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공부가 비단 취직이나 '생산활동' 수단 만이 아님을 인정해서 일 게다. 보고서를 쓴 연구자들도 공부가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는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돈 없어도 공부할 수 있고, 공부하기 싫은 사람은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보고서를 쓴 연구원들에게 같은 '과잉학력자'로서 충고한다. 제발 당신들의 지식을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쓰지 마라. 그건 당신들을 길러 준 사회에 대한 배신이다. 하려면 제대로나 하든지.

2000-2003년 사이에 대학진학률은 급상승했으나, 인적자본 성장률도 더불어 높아졌고, 2008년-2011년 사이에 진학률은 낮아졌으나 인적자본 성장률은 회복되지 않았다. '과잉학력'때문에 인적자본 성장이 저하된다는 보고서 주장이 근거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000-2003년 사이에 대학진학률은 급상승했으나, 인적자본 성장률도 더불어 높아졌고, 2008년-2011년 사이에 진학률은 낮아졌으나 인적자본 성장률은 회복되지 않았다. '과잉학력'때문에 인적자본 성장이 저하된다는 보고서 주장이 근거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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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삼삼경제연구소, #대졸자, #학력차별, #과잉학력, #고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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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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