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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동문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

대한민국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자랑스럽다'는 형용사를 붙여 추앙하는 곳이 어디 있을까 싶겠지만 사실이다. 전 전 대통령은 대구공업고등학교(24회) 출신이다. 헌정을 유린하고 수많은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을 대구공고 총동문회는 자료실까지 만들어 전두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대구 동구 신암동 대구공고 운동장 뒤쪽 5층 건물 5층에 자리 잡은 '자랑스런 동문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에는 전두환 상반신이 사람들을 맞이 한다. 면적은 330㎡(100평) 남짓하다.

대구공고 "전두환, '자랑스러운 동문'"

자료실에는 1994년 4월 전 전 대통령이 모교인 대구공고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강연한 동영상과 육성녹음, 성적표가 전시되어 있다. 전두환 성적은 1학년 때는 60명 중 10등, 2학년 때는 14등, 3학년은 8등을 차지했다는 빛바랜 성적표를 유리관 안에 전시해놨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이외에도 전두환이 장군 시절 입고 찼던 별 4개가 붙은 군모와 군복, 미니 대통령 집무실까지 만들어 관람객들이 촬영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까지 했다. 대구공고 누리집 역시 학교 홍보동영상에 전두환을 학교를 빛낸 동문으로 소개하고 있다. 홍보 동영상을 보면 전두환 뒤편에 대통령 상징은 '봉황문양'이 선명하다. 그리고 그를 12대 대통령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것과 광주학살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대구공고 홍보동영상에는 전두환을 학교를 빛낸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 제30회 동문체육대회에 참가한 전두환이 손을 들고 답례를 하고 있다. 옆에는 부인 이순자씨가 박수를 치고 있다. 이들 뒤편에 대통령 상징인 봉황문양이 선명하다.
 대구공고 홍보동영상에는 전두환을 학교를 빛낸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 제30회 동문체육대회에 참가한 전두환이 손을 들고 답례를 하고 있다. 옆에는 부인 이순자씨가 박수를 치고 있다. 이들 뒤편에 대통령 상징인 봉황문양이 선명하다.
ⓒ 대구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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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공고 홍보동영상에는 전두환을 12대 대통령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공고 홍보동영상에는 전두환을 12대 대통령으로 소개하고 있다.
ⓒ 대구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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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육사생도의 사열을 받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방영돼 충격과 공분을 샀는데 이번에는 출신 학교가 전두환을 추앙하는 자료실까지 개관함으로써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minmo****는 "독재자 이승만 동상... 친일독재자 박정희기념관, 그리고 이제는 광주학살의 원흉 전두환 자료실까지. 독립투사, 민주열사들을 뵐 면목이 없다"며 "참담하고 참혹한 현대사"라고 탄식했다.

누리꾼 "민주주의를 탄압한 자가 자랑스럽다니"

@yang***도 "공립학교인 대구공고에 이 학교 출신 전두환의 자료실이 있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고 배우란 말인가? 목적을 위해선 살인도 불사하라고 가르친단 말인가? 동족을 학살하고 민주주의를 탄압한 자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가!"라고 따져 물었다.

특히 @hello****는 "대구공고 전두환 자료실에 가면, 그 사람이 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전라도 광주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도 자세히 알 수 있나요? 그럼 인정한다"며 광주학살을 전두환이 저지른 사실까지 전시하면 받아들겠다고 했다.

대구공고는 전두환이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로 자랑스럽다고 하겠지만 솔직히 말해 전두환은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아니다. 전두환은 지난 1980년 8월 16일 최규하 당시 대통령이 하야한 지 11일만 같은 달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통일주체국민회의 제7차 회의에서 대통령선거 단일후보로 나서 2524표를 얻어 99.9%의 득표율로 제11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99.9%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나라가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전두환은 장기 독재를 바랐다. 1980년 9월 29일 대통령 임기 7년 단임과 간선제에 의한 대통령 선출을 골자로 하는 헌법개정안을 공고하고, 10월 22일 국민투표를 치렀는데 투표율이 95.5% 찬성률 91.6%였다. 우리 헌정사에 처음있는 일이고, 앞으로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대통령 득표율 99.9%가 민주국가인가... 자랑스럽다니

대통령을 간선제로 뽑았다. 체육관에서 벗어났지만 차이는 없다. 1981년 2월 25일 대통령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치러진 제12대 대통령선거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총선거인 5277명 가운데 5271명이 투표에 참가하였고 투표자의 90.2%를 얻어 제12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선거인단이 11대보다 약 두 배 늘었고, 득표율이 90.2%로 11대보다 9.7%p가 떨어졌을 뿐 민주국가에서는 불가능한 득표율이다.

광주학살과 8년 재임 기간 동안 어떻게 국가를 경영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되는 과정 자체만보더라도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자랑스러운 동문'이라며 전두환 자료실까지 만들었다니. 정말 통탄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두환, #대구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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