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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 옆 쌍용차 분향소에서 시대를 묻다 톡톡톡(talk talk talk) 거리강연이 열렸다.
 11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 옆 쌍용차 분향소에서 시대를 묻다 톡톡톡(talk talk talk) 거리강연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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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게 노동자로서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됐어요. 공장에서 만든 쌍용차 100대를 갖다 줘도 노동자 한 사람을 만들 수 없잖아요. 100대를 판 돈으로 그 한 사람의 죽음을 보상할 수 있을까요?"


소설가 공지영씨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공씨는 30분 넘게 쌍용차 사태를 주제로 집필과정을 설명하던 과정이었다. 공씨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자 청중들은 박수를 치고 공씨에게 환호를 보냈다. 그러자 공씨는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이어갔다.

"(회사 측은)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펼쳐지는 공장, 내일을 희망하는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이윤을 남기는 도구로서 바라봤던 시각이 우리나라를 망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이라도 인간을 위한다면 옳다고 생각해요. 천국이라도 노동하는 인간을 위하지 않으면 그 곳은 지옥일 거예요."

소설가 공지영씨는 11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 옆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시대를 묻자 톡 톡 톡(talk talk talk)'에서 거리 강연을 열었다.  쌍용자동차를 비롯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거리의 노동자들이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마련된 명사초청 강연이다.

공씨를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 금요일 저녁 7시 대한문 옆 쌍용차 분향소에서 거리 강연이 이어진다. 15일(금)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 + 유성노조 ▲18일(월) <십자군 전쟁> 김태권 만화가 + 3M노조 ▲ 29일(금)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 시그네틱스 등의 거리강연이 8월 3일 김선우 시인의 강연으로 끝맺는다. 이날 강연에는 김정우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의 사회로 최일배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코오롱 지회 10대 위원장이 함께 참석했다.

공씨는 쌍용차 정리해고노동자와 가족 22명이 목숨을 거둔 현실을 지켜보며 마음 아파했다. 그 고통의 연대는 공씨를 집필로 이끌었다. 바로 2009년 쌍용차 사태를 다룬 이른바 르포 형식의 '대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가제)'다.

"쌍용차 르포책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달라"

소설가 공지영씨는 "제 책이 베스트셀러 1위가 돼서 쌍용차 희생자들을 모른 척 했던, 정부, 기업, 언론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자"고 말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제 책이 베스트셀러 1위가 돼서 쌍용차 희생자들을 모른 척 했던, 정부, 기업, 언론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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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씨는 "집필 내내 쉽게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해고노동자로 돌아가신 분들이 겪은 고통이 공씨에게 전이됐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집필 과정을 거쳐 이제 초고를 마쳤다는 공씨는 "평생 처음 한 푼도 안 받고 쓴 책이에요. 10권씩 사달라"며 "제 책이 베스트셀러 1위가 돼서 쌍용차 희생자들을 모른 척 했던, 정부, 기업, 언론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자"고 말했다.

집필을 위해 취재를 하면서 만난 해고노동자들을 보면서 공씨는 "그분들 뵙는데 만날때부터 헤어질 때까지 우셨다"며 "인간의 가장 낮은 밑바닥으로 내팽개치는 정리해고는 정말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며 회사의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비난했다.

공씨의 비난은 이명박 대통령에게로 이어졌다. 지난해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을 "연봉 7000만원씩 받는 귀족들의 배부른 투쟁"이라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씨는 "노동은 삶이 펼쳐지는 장이고, 자신의 먹고살 것을 해결할 수 있고 사회적 지위가 정해지고 인생이 펼쳐지는 커다란 필드"라며 정의를 내리며 "7000만원 받으면서 파업하면 사람이 아닙니까? 이런 사고 방식을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파업하는 사람들을 치사하게 위협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쌍용차와 관련해 "정리해고 이후에 한 라인에서 17대 만든 걸 22대나 만들게 됐다"고 말한 것에 대해 공씨는 "(이 때가)스물 두 번째 희생자가 나왔던 시점"이라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국민이 희생되는 아픔보다 자동차 5대가 더 만들어지는 것을 좋아하더라"라고 비판했다.

또 공씨는 "(대통령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물화 돼 있다"며 "쌍용차 5대 만드는 게 더 좋은 것이고, '미안하지만 너희들은 죽으면 할 수 없이 니 팔자지'하는 이런 식의 사고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돕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나갈 수도..."

그러자 "대한문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냐"고 청중의 질문에 공씨는 "여러분도 서로 돕지 않으면 산산이 부서질 것이며 하루 아침에 상설 농성장을 만들 수도 있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단번에 끝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실 것을 믿는다"고 답했다.

공씨의 목소리가 대한문 앞을 넘어 서울 도심으로 울리자 공씨의 앞으로는 시민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공씨의 거리강연이 30분을 넘어서자 어느새 주최 측이 마련한 돗자리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공씨의 거리강연이 끝나자 마이크를 이어받은 김정우 지부장은 "상설 농성장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고통이 전이돼서 잠을 주무시지 못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기 위해 연대가 생명인 모든 분들에게 힘을 달라"며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이어서 장기투쟁사업장에서 7년 넘게 정리해고 복직을 위해 투쟁중인 최일배 위원장이 마이크 앞에 섰다. 2005년 2월 코오롱 구미공장에서 해고된 최 위원장은 정리해고 제도의 문제점을 먼저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정리해고는 다 죽을 수는 없으니까 소수의 사람이 희생하는 한 있더라도 대다수의 노동자를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재계 23위였던 대기업 코오롱이 고작 78명을 정리해고함으로써 (정리해고의 명분인)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피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기업이 살려면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게 이 땅의 현실"이라며 "더 많은 이윤을 챙기기 위해서 자본이 자행하는 게 정리해고"라고 꼬집었다.

최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살맛 나는 세상,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동지들과 당당하게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공지영, #코오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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