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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박물관 야외무대에서 대항불교청년회 회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현장
▲ 이야기장 수원 화성박물관 야외무대에서 대항불교청년회 회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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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스님은 미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출가를 해 스님이 되셨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한 마디로 잘 나가는 대기업에 있다가, 환경운동가로 돌아서 수원시장이 되었다. 두 사람 다 범상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10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화성박물관 야외무대. 특이한 경력을 가진 염시장과 혜민스님이 대한불교청년회 회원 600여 명과 조우를 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청년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행사는 대한불교청년회 주최로 열린 창립 92주년 기념대회로, 주제는 '정조의 꿈, 효(孝) 문화강국을 이야기하다'였다.

환경운동가 출신 시장과 하버드대 수재 출신 스님의 조우

패널로 초대가 된 염태영 수원시장(좌)과 혜민스님(가운데)
▲ 시장과 스님 패널로 초대가 된 염태영 수원시장(좌)과 혜민스님(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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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수원을 방문한 600여명이 대한불교청년회원들
▲ 대한불교청년회 회원들 전국에서 수원을 방문한 600여명이 대한불교청년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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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가 넘어서면서 기온은 30도 가까이 올랐다. 그냥 앉아있기만 해도 땀이 흐른다. 야외무대 주변에는 나무들이 있다고 하나, 바람 한 점이 없는 날이다. 종이모자로 겨우 햇볕을 가렸다고는 하지만, 흐르는 땀을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이다. 패널로 초대가 된 혜민스님이나 염태영 수원시장 두 인물이, 결코 평탄치 않은 세상을 살아왔기에 할 이야기도 많은 듯하다.

"저는 경제적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별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막내 동생이 대학이 졸업하고 난 뒤 환경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10년 동안 급여 없는 생활을 해 왔습니다. 그 당시 매향교서부터 지동교까지 복개를 한 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면서 반대운동을 펼쳤습니다.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었고, 제가 시장이 된 후로는 수원천 살리기와 남수문 복원 등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남수문은 두 번의 홍수로 피해를 입은 지 90년 만에 복원을 하였죠."

염 시장의 말에 대한불교청년회(이하 대불청) 회원들은 박수로 환호를 했다. 이어서 마이크를 받은 혜민스님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 사람의 능력을 갖고 평가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를 제일 먼저 물어본다"며 "이런 풍토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라고 말했다.

"외로움을 느끼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염 시장은 "당연히 외로움을 느낀다"며 "자연과 함께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친구들과 아울려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것에 외로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행정이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진다, 시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음 같아서는 모든 분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도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행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질문에 혜민스님은 "일을 잘 하려고 했던 것을 갖고 시기하고 질투를 하는 경우를 만나면 참 외롭다는 것을 느낀다"며 "그럴 때 나는 우리 마음에 있는 울분을 삭히는 법을 먼저 터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억울하고 힘이 들 때는 친구들과 대화를 한다, 친구들이야말로 가장 좋은 대화의 상대이다"라며 "내가 억울한 사정을 가장 잘 들어주면서 함께 아파하고, 함께 동지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불청 회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염태영수원시장
▲ 대담 대불청 회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염태영수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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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2시간 동안 진지하게 대화를 열어가는 사람들
▲ 야외무대 30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2시간 동안 진지하게 대화를 열어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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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시간 동안 패널로 초청된 염 시장과 혜민스님에 대한 공통적인 질문이 끝나고, 대불청 회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부산에서 왔다는 한 회원은 "가진자들에 대한 횡포에 당했는데, 이럴 때 극복 방법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염 시장은 "나는 주민들과 '느티나무 밑 대화'를 많이 한다, 그리고 늘 찾아다니면서 행정을 펼친다"며 "시민들의 사연을 듣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시장이 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시장에게 권력을 대해 이야기를 하라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헤민스님의 대답은 염 시장과 달랐다. 그는 "살다보면 누구나 피해를 입게 된다, 그렇다고 상대방만 원망하고 미워한다면 결국 그 피해를 보는 쪽 역시 나이다"라며 "먼저 내가 왜 피해를 보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 그것이 권력 앞에서 내가 그래도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2시간 정도의 대화를 마친 후 염 시장은 대불청 회원들에게 수원을 자주 찾아줄 것을 부탁 했다. 남원에서부터 새벽길을 나서 짜장면을 제공하는 봉사활동를 하러 온 '스님짜장'의 주인공인 운천스님에게 고생이 많다면 위로의 말을 남겼다. 운천스님 또한 수원출신으로 후배이기 때문에 더 반갑다고 기념촬영까지 함께 했다.

스님짜장을 먹고 있던 한 회원은 "인구 110만의 자치단체를 이끄는 시장이 나와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는가 하면, 많은 법문으로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신 혜민스님과 같은 자리에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이날 평가했다.

남원에서 새벽에 길을 나서 수원까지 봉사를 온 스님짜장. 줄이 끝이 없다
▲ 늘어선 줄 남원에서 새벽에 길을 나서 수원까지 봉사를 온 스님짜장. 줄이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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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수원시장이 짜장봉사를 하는 운천스님께 격려를 하고 있다
▲ 격려 염태영수원시장이 짜장봉사를 하는 운천스님께 격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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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리포트>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혜민스님, #염태영 수원시장, #수원화성박물관, #대한불교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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