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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가 인성교육을 강화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 교육과정을 또 바꾼다고 한다. 4월에 연구해서 6월 11일에 공청회를 하니 두 달 만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한 나라의 교육과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유치하고 접근방식이 폭력적이어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학교 현장에 문제를 더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현 정권에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너무 자주 바꿔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를 상태이다. 게다가 2009개정교육과정이 개정될 당시부터 학교현장에서 예견했던 문제점을 이제야 바꾸겠다고 하는데, 정작 이 일을 추진한 교과부 장관을 비롯해 당사자들은 어떤 사죄나 반성도 없이 또 문서만 바꾸겠다고 한다. 대체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꾸겠다고 하고,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수정 주요 내용>
- 초중고 교육목표에 '바른 인성의 함양'과 '배려하는 마음' 등의 내용이 보강
- 집중이수제 8개 과목에서 음악, 미술, 체육 제외
- 국어, 사회, 도덕 교육과정에 인성교육 내용 강화
-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매학기 운영하도록 명시
- 7월중 확정, 일부 내용 올 2학기부터 실시

창의 인성 교육과정에 '바른' 넣으면 폭력 예방?

교과부가 2009년에 2009개정교육과정을 만들면서 홍보한 자료입니다. 폭넓은 인성교육을 하기 위해 만든 교육과정이라고 널리 홍보하였는데 또 인성교육을 위해 개정한다고 합니다.
 교과부가 2009년에 2009개정교육과정을 만들면서 홍보한 자료입니다. 폭넓은 인성교육을 하기 위해 만든 교육과정이라고 널리 홍보하였는데 또 인성교육을 위해 개정한다고 합니다.
ⓒ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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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2009개정교육과정에다가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운영방침에 "나. 학교는 모든 교육 활동을 통해 인성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한다"를 넣는 식으로 교육과정을 바꾸고 있다. 그런데 원래 학교란 곳이 지식뿐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을 기르는 곳이므로 이는 불필요한 조항이다. 게다가 2009개정교육과정은 "창의 인성" 교육과정이고, 교과교육뿐 아니라 특별히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이번에 개정안에서는 "바른"인성교육이라고 하여 '바른'자가 더 들어가고 곳곳에 배려가 들어간다. 그런데 '배려'라는 낱말 또한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숱하게 쓰이던 말이다. 이러니 교육과정 개정안이 말장난처럼 느껴지고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2009개정교육과정 총론에서 국가정체성, 녹색성장교육, 창의인성교육 등 3대 요구사항을 교과교육과정에 반영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작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을 보면 이 낱말들이 곳곳에 반영되고, 교과서에도 반영되었습니다. 그런데 또 인성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정한다고 합니다.
 2009개정교육과정 총론에서 국가정체성, 녹색성장교육, 창의인성교육 등 3대 요구사항을 교과교육과정에 반영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작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을 보면 이 낱말들이 곳곳에 반영되고, 교과서에도 반영되었습니다. 그런데 또 인성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정한다고 합니다.
ⓒ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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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수 8개 과목에서 체육, 음악, 미술 제외? 아예 없애시죠!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학기당 이수 과목수를 8개로 제한하는 집중이수 규정에서 체육, 음악, 미술은 제외하고 수업시수를 줄이는 것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학교의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하다는 문제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학기마다 이 과목을 배울 수도 있고, 집중이수제 때문에 예체능 과목 담임교사조차 학급학생들을 한 학기밖에 보지 못하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긍정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집중이수제 조항이 살아 있는 한 여전히 일부 학교에서는 입시교육을 위해 예체능을 한 학년에 몰아서 할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의무교육기간인데도 학교마다 학년별 교과목이 달라 전학을 가는 학생들이 배운 과목을 또 배우거나 일부는 못 배우는 피해는 해결할 수 없다. 학기마다 배우는 교과목이 같지 않는 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교육과정에서 이 내용을 없애면 된다. 여기에 국영수 편중교육을 조장한 수업시수 20% 감축조항도 같이 없애면 더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2009개정교육과정 총론에서 삭제할 내용
1. 교육과정 구성 방침
바. 학기당 이수 교과목 수 축소를 통한 학습부담의 적정화와 의미 있는 학습활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집중이수를 확대한다.

 2. 초등학교 편성 운영의 중점
⑸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의 여건과 교과(군)별 특성을 고려하여 학년, 학기별로 집중 이수를 통해 학기당 이수 교과 수를 감축하여 편성․운영할 수 있다.
⑷ 학교의 특성, 학생교사 학부모의 요구 및 필요에 따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과(군)별 20% 범위 내에서 시수를 증감하여 운영할 수 있다.

3.중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중점

⑴ 학교는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3년간의 교과목을 학년별, 학기별로 편성하여 안내한다.
⑵ 교과(군)의 이수 시기와 수업 시수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⑶ 학교의 특성, 학생․교사․학부모의 요구 및 필요에 따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과(군)별 수업 시수를 20% 범위 내에서 증감하여 운영할 수 있다.
⑷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생의 학기당 이수 교과목 수를 8개 이내로 편성하도록 한다.

4. 고등학교
㈐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생의 학기당 이수 과목 수를 8개 이내로 편성하도록 한다.
(2009년 12월 23일 고시된 내용)

이는 교육과정 개정이 아니라 새로운 지침 수준으로 내려도 가능하다. MB정부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당시 시행준비 중이던 2007개정교육과정 교과내용은 그대로 두고 학기당 8개 과목 이수, 수업시수 20% 증감조항만 새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지금 학교에서 겪는 모든 문제가 생겼다.

올해 2009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지만 교과서는 2007개정교육과정이고, 3년간 배울 내용을 2학기나 3학기에 몰아서 배우느라 학생들의 학습노동 강도가 너무 높아졌다. 사회, 역사 과목에서는 학생들이 가뜩이나 어렵고 많은 내용을 배우느라 내용 이해도 못할 정도이다. 수업시간 내용 자체가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고 자아실현은 커녕 좌절감만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도덕이나 국어, 사회 과목에 넣으려고 하는 내용은 교수학습 지도자료나 달마다 내려보내는 교육과정 보완자료로도 충분하다. 이미 많은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실천하고 있는 내용이니 굳이 개정한다고 하는 것이 요란할 정도이다.

이렇게 어수선한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바뀐 체제 익히고 쏟아지는 업무 수행하느라 학생들의 내면은커녕 얼굴 한번 쳐다보기도 바쁜 상황이다. 교과부가 아무리 개정안을 수십 번 바꾼들 학교는 바뀐 문서만 갖다놓을 뿐 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일제고사 점수로 학교 줄 세우면서 인성교육 강화? 시험부터 없애야

학교폭력 예방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 인성교육, 학교폭력 예방 낱말이 들어간다고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학교교육의 목표는 늘 인성교육이었지만, 실제로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게다가 MB정부는 일제고사 점수로 전국의 학생과 학교를 줄 세우고, 이에 따라 학교와 교사 성과급, 시도교육청 지원금까지 차등으로 주고 있다. 여기에 전년도에 비해 학교별 시험 향상율까지 골라내 학교교육 책무성을 보겠다고 한다. 교육의 성과를 시험점수로 증명해야 하는 폭력적인 구조에서 무슨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초등학생 숙제를 줄이라고 교과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숙제 양까지 지시하는 것도 웃기지만, 정작 숙제가 어떤 내용이고 왜 늘었을까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요즘 초등학생 숙제는 조사하는 것보다 문제풀이가 압도적으로 많다. 교과서 내용이 어려워 수업 시간에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데, 6학년에 시험이 있으니 그 전부터 철저하게 외우게 해야 한다. 그래서 저학년부터 수업시간에 시험문제를 풀리고 학생들이 도저히 이해를 못하니 집에까지 보내는 일이 많다. 결국 숙제를 줄이려면 일제고사부터 없애는 게 해답인데 전혀 엉뚱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셈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교스포츠 시간으로? 아예 과목을 만드시죠

교과부가 만든 2009개정교육과정 홍보자료입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학교스포츠활동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학교자율성은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7차교육과정때부터 학교재량이었던 걸 아예 교과부가 가져가버리는 셈입니다
 교과부가 만든 2009개정교육과정 홍보자료입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학교스포츠활동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학교자율성은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7차교육과정때부터 학교재량이었던 걸 아예 교과부가 가져가버리는 셈입니다
ⓒ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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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늘리기 위해 중학교 체육시간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포함해 학교스포츠시간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2009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이 바로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이고, 주로 학교별로 다양하게 운영하되 되도록 체험을 통해 창의 인성교육을 하겠다고 하였다.

이렇게 되면 창체시간에 학교스포츠과목을 하나 새로 넣는 것과 같고, 그러려면 교육과정 틀을 새로 만드는 것이 낫다. 집중이수과목 규제, 창체에 학교스포츠활동을 강제하는 것은 2009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인 학교자율화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5일제로 평일 수업 시간이 늘어서 부담인데 다른 교과 시간이나 내용을 줄이지 않고 체육시간에 스포츠활동을 하라는 것은 교육을 기형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 창체 시간을 순증해서라도 스포츠활동을 늘리라 했으니 교과부는 이걸 학교, 시도교육청 평가에 넣을 것이고 가뜩이나 많은 수업시간을 더 늘리는 꼴이라 학생들의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다.

2009개정교육과정 자체가 문제가 많은데 땜질식으로 고치면 학교교육 자체가 망가지게 된다. 교육과정은 국가교육과정의 설계도이고, 이에 따라 교육내용, 수업, 평가, 입시제도는 물론 교사연수와 자격증, 각종 교구와 시설까지 연동되어 변한다.

이미 학교에는 7차교육과정, 2007개정교육과정, 2009개정교육과정(총론)이 섞여서 운영되고 있다. 내년에는 또 새로운 교육과정(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2011년 개정)에 따라 새교과서가 적용된다. 이번 개정안 소식을 듣는 순간 기본 골격은 고치지 않은채 무거운 대리석으로 리모델링했다 무너진 삼풍백화점이 떠오른 건 이 때문이다. 

<MB정권 교육과정 개정사>
2008년 9월 보건교육과정 신설(이하 2008개정)
2008년 12월 초등영어교육과정 개정(이하 2008영어)
2009년 1월 10학년(고1) 사회교육과정 개정(이하 2009사회)
2009년 6월 학교자율화 조치(학교교육과정 자율화)
2009년 12월 2009개정 교육과정 개정(이하 2009개정)
2010년 음악, 미술, 체육 시수 감축 금지 지침 발표
2011년 8월 9일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개정(이하 2011교과)
2012년 3월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수정 고시(2012-3호)
2012년 6월 11일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 시안 공청회

교과부 장관 사과하고 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에서 새 틀 짜야

이번 개정안을 보면 언뜻 교과부가 2009개정교육과정으로 생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일부 내용은 긍정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과부가 바꾸려고 하는 근거로 제시한 것이 바로 2009개정교육과정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이에 대한 사과나 책임규명은 전혀 없다. 적어도 교육과정을 바꿀 정도로 큰 문제라면 책임규명부터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2009개정교육과정 바로 알기
6. 집중이수를 하게 되면 인성교육이 약화되나요?

 ⇒ 도덕교육, 인성교육, 정서함양 등이 오히려 강화될 것입니다.
○ 도덕성 및 인성교육은 특정교과에서 가르치기 보다는 모든 교과를 통해 범교과적으로 지도되어야 할 학습요소 임.
○ 예체능 교과는 집중이수제 도입으로 3~4시간씩 블록 타임제(Block-time)를 운영하면 1~2시간씩 분산 운영에 따라 작품의 완성을 도모하지 못한 문제점이 개선되어, 작품 완성에 따른 성취감과 정서함양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함.
○ 또한, '창의적 체험활동(진로체험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기타활동)'을 통하여 체험중심의 인성교육이 가능함.

9. 국,영,수 중심의 입시 교육이 될 수 있어, 사교육 부담이 증가되지 않을까요?

⇒ 학교는 학교교육과정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협의를 통해 학교교육과정이 편성되므로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이 함께 강조될 것입니다.
  또한, 입학사정관제의 실시로 창의적 체험활동영역이 중요한 대입 전형 요소가 되므로 국영수 중심의 사교육은 감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교과부 교육과정기획과 09.9.15.(붙임문서참고)
*자료 설명 : 2009개정교육과정을 반대하는 논리에 대응해 교과부가 만들어 배포한 자료입니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MB정부의 공약인 미래형교육과정을 토대로 만든 것이고, 그 중심에는 이주호 장관(당시 차관)이 있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졸속으로 만들어질 때부터 현장에서는 이미 이런 문제가 벌어질 것을 알고 결사반대하였다. 공청회에서는 학교현장은 예체능 수업시간만 줄고 사교육비만 더 늘어날텐데, 연구진이 교수직이라도 걸고 추진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관련기사 : 핵심내용 숨기고 출발부터 삐걱대는 미래형교육과정

그런데도 2009개정교육과정을 끝내 고시하였고, 교과부 관료들과 연구진들은 문제가 많은 걸 알면서도 개정과정에 참여하였다. 심지어 작년에는 교과교육과정을 5개월 만에 만들고 교과서도 비밀리에 만들고 있다. 교과서 개발도 전에는 1학기나 한 학년치만 만들었는데, 지금은 집중이수제 때문에 2(초등)-3년(중등)치를 한꺼번에 만들어 전단지 수준이란 소리를 들을 지경이다. 차라리 내년에 새 교과서를 도입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게다가 지금은 정권말기이고, 새로운 국회가 개원되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다방면으로 이루어져야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졸속으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바꿔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혼란만 생길 뿐이다. 교과부는 집중이수제의 문제는 지침 정도로 해결하고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를 중심으로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를 만들어 지금의 모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에서는 내년부터 쓰일 교과서가 얼마나 졸속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태그:#2009개정교육과정개정, #학교폭력, #집중이수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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