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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N. 그윈·끄리스또발 까이의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
 로버트 N. 그윈·끄리스또발 까이의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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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도 관리경제 체제의 파산이 1982년부터 라틴아메리카에 '잃어버린 10년'을 선사했다면,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이 지역에는 또 다시 '잃어버린 5년'이 도래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2퍼센트 가량 하락했고 몇 년간의 부분적 회복은 이 시기에 자취를 감췄다.

1990년대 초부터 10여 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의 성장과 투자곡선은 기복이 심한 놀이기구와 같았다. 그 뿐 아니라 구조조정 심화에 따른 빈곤의 가속화는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국내총생산이 52퍼센트 증가했음에도 빈곤은 절대적 수치와 비율에서 모두 증가했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층은 1990년 당시 라틴아메리카에서 1억명(전체 인구의 23퍼센트)에 육박했다."

로버트 N. 그윈·끄리스또발 까이가 엮은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은 20세기의 마지막 25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발생한 변화들을 포괄적으로 나타내고 있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와 같은 근대성의 개념을 정치경제학적 접근방법으로 연구한 논문 서적인 셈이죠.

국가 권위주의에 휘청인 라틴아메리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1부는 라틴아메리카 전반에 몰아친 세계화와 근대화의 영향력에, 제2부는 라틴아메리카에 불어온 근대화의 물결과 경제적 변화의 상관관계에, 제3부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주민들의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마지막 제4부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실 라틴아메리카 내에도 대국과 소국이 있겠지요. 이 책에서도 브라질과 멕시코 등은 대국에, 도미니카와 엘살바도르 등은 소국에 속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대국과 소국의 차이는 신자유주의의 영향력 면에서도 훨씬 다르게 미친다고 하죠. 대국이야 스스로의 자본력이 있기 때문에 미국과 유렵의 경제권 영향을 덜 받겠지만 소국들은 자체발전의 동력까지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하죠.

"신자유주의 정책으로서의 전환은 또한 라틴아메리카의 대국, 특히 멕시코와 브라질의 제조업 수출을 증대했다. 두 국가에서 내부 지향적 발전 단계는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에 근접한 제조업부문을 창출하는 데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외부 지향적 발전으로의 전환기에 많은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었고 그리하여 공장들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본문 134쪽)

실제로 1982년 멕시코는 외채 지불유예를 선언했고, 20세기 말에는 에콰도르와 콜롬비아가 IMF의 구제 금융을 신청했고, 21세기 초에는 아르헨티나가 금융위기에 몰렸다고 하죠. 그야말로 연쇄적인 금융여파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공포처럼 몰아닥쳤다는 뜻입니다.

그 요인에 대해 '호르헤 라라인' 박사는 국가의 권위주의, 형식적 법률만능주의, 취약한 시민사회, 광범한 사회적 주변성과 비공식경제에서 비롯된 배제와 연대, 청년층의 탈정치화 등을 취약적인 특성으로 꼽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세계화의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벗어나려는 저항운동들이 전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1960~70년대의 군부독재에 맞섰던 우리나라의 저항운동처럼 말이죠.

통합진보당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세계금융위기와 양극화의 현실을 넘어 한국사회가 또 다른 방향을 모색할 때, 한국에 앞서 거대한 전환을 거치며 내수 침체의 지속, 실업률의 고공행진, 빈부격차의 심화 등 혹독한 사회·경제적 충격을 경험한 라틴아메리카의 사례는 더없이 귀중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옮긴이의 말, 본문 587쪽)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박구병 박사의 말입니다. 2004년 이후에 일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변화를 보론 형식을 빌려 덧붙이고 있어요. 그는 라틴아메리카 내에 있는 '좌파 포퓰리스트'의 활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자유주의 세계화의 저항 저격수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브라질의 '씨우바' 같은 인물 말이죠. 물론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합니다. 아직도 그 좌파정책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이유 때문이죠. 그만큼 세계화에 맞서고는 있지만, 자국 내부의 부정축재와 마약 및 살인 문제는 첩첩산중이라고 합니다.

어떤가요? 이 책을 볼 때 마치 그런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우리나라의 진보진영에서 보여준 최근의 행태들 말이죠. 그 행태 때문에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복지정책도 전반적인 불신의 벽에 부딪히게 됐죠.

정책보다 사람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향 때문이긴 하죠. 어찌됐든 사람과 정책은 떼어내서 냉철하게 분석해야 하겠지만, 우리 안에 깊이 파고든 세계화와 양극화에 맞설 수 있는 진보 정책들은 끊임없이 개발돼야 하겠습니다. 단순한 포퓰리즘에 그치는 것 말고요. 그것이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의 모습 속에서 읽어내야 할 바가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 (로버트 N. 그윈·끄리스또발 까이 씀 | 박구병 옮김 | 창비 | 2012.05 | 3만6000원)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 - 세계화와 근대성

로버트 N. 그윈.끄리스또발 까이 엮음, 박구병 옮김, 창비(2012)


태그:#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 #로버트 N. 그윈?끄리스또발 까이, #신자유주의 체제, #세계금융위기,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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