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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가 10억 원(국비2억, 도비2억, 시비6억)을 투자해 삼천포대교 공원 주차장 옆에 설치한 거북선 원형모형이 비가 새고 안전문제가 불거지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할 운명에 처했다. 거북선 원형모형은 지난 1월 준공 이후 수개월간 문을 못 열고 있다. 이를 두고 사업초기부터 문제를 지적했던 시의회에서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행정사무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2009년 사천시는 역사체험이 가능한 거북선 원형 모형을 제작해서 국난 극복의 교육장소를 제공하고, 역사적 중요성을 각인시킴으로써 해양관광도시 사천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천시의 장담과 달리, 준공 이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준공된 거북선 원형모형은 목재가 갈라지고 틀어지면서 빗물이 스며드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쉽게 말해, 10억 원을 투자한 목선인 거북선원형모형이 썩을 위기에 처한 것.
 

시는 준공 이후 갈라진 나무틈새를 메우는 등 하자 보수 작업을 진행했으나, 선체 내외부에 곳곳에는 흰 곰팡이가 발견되는 등 곳곳이 썩기 직전 상태까지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흰 곰팡이가 검게 변하면 목재는 본격적으로 썩어 들어간다고 전했다. 거북선 모형 외벽에는 아직 송진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통선박 전문가들은 충분히 건조하지 않은 나무를 사용한 것을 갈라짐과 비틀어짐,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갈라진 목재 틈으로 스며든 빗물이 한때 거북선 1층에 고이는 사태도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북선 2층과 연결되는 나무 계단 역시 곳곳이 갈라지고 있다.

 

담당부서인 사천시 문화관광과 담당자 역시 거북선 누수 문제와 하자보수 사실에 대해 사실을 인정했다. 시 관계자는 "전임자 역시 만드는 것보다 만들고 나서가 문제라고 하던데, 목재를 충분히 건조해야 하나 시간이 촉박했다. 그나마 공기를 6개월 연장하는 등 노력했다"고 말했다. 2011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의회에 보고한 당초 준공 시기는 2011년 4월이었다.

 

1월 준공 후 5개월간 문을 못 연 이유에 대해서는 "하자보수작업과 대포 등 내부시설물 도난방지를 위한 잠금장치 등을 보강하는데 시일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5월말 일반인들에게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목재 갈라짐 문제 외에도 체험교육 장소 활용에도 애로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시가 설치한 거북선 원형은 길이 26.27m, 높이 4.2m, 폭이 7.06m로 되어 있고, 3층 구조로 강철 H빔과 미국산 소나무, 스기목이 사용됐다. 3층 구조로 설치하면서 각 층의 높이가 1.5m 남짓에 불과해 관람과 이동에 제약이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이를 제외하고, 청소년과 성인들은 낮은 천장 높이 때문에 머리 부상 등 위험 등이 따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시는 거북선 원형모형 곳곳에 머리조심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내부가 좁다보니 내부 인테리어나 체험시설물 설치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형과 대포를 몇 개 설치해 놓은 것이 전부인 상황. 좁은 공간 탓에 관람객들의 동선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사천시가 경남도에 내부 공간을 터는 것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해 놓았으나, 원형복원의 취지와 달라 개조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동선이 확보되지 않아 관람객이 내부에서 엉키면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이 같은 문제 등은 거북선 원형모형 제작 설치사업 초기부터 지적돼왔다. 2009년 2월 12일 사천시의회 총무산업건설위원회에서 사업계획을 보고 받은 시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이정희 의원은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할 배가 산으로 간다. 언덕에 올려놓으면 관광객이 유치될 것이라는 생각이 어떻게 가능한지 참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2010년 10월 사천시의회 현장방문에서도 시의원들은 "대한민국 어딜 가나 거북선이 애물단지 아닌 곳 없는데, 또 거북선 타령"이라며 시의 계획을 질타한 바 있다.

 

삼천포대교 일원 현장방문에서 한대식 의원 등은 "성급하게 추진한 거북선 모형이 흉물은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며 "10억의 예산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일만한 모형이 되겠냐"고 지적했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회는 2012년 행정사무감사에서 거북선원형모형 제작사업을 짚겠다며, 관련 자료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천, #거북선, #이순신프로젝트, #경남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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