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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1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1.3%를 넘어섰고,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60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인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1%에 이른다고 합니다. 40년 후에는 넷 중 한 사람인 노인입니다.

65세가 노인이라면 저 역시 18년 후에는 노인이 됩니다. 어른들은 "나이는 못 속인다. 너도 나이 들어봐라 늙은 사람들 마음 이해할 것"이라는 말씀을 자주하셨는데 그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3일) 아내와 함께 한 공원에 갔는데 세 부류의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한 분은 몇년 전 할머니를 먼저 보낸 할아버지였고, 한 부류는 비가 오락가락는데 열심히 일을 하는 몇 분 어르신들이었고, 또 다른 분들 일하는 분들 옆에서 게이트 볼을 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계시면서 적적하신 것 같았습니다. 술을 드셨는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계시면서 적적하신 것 같았습니다. 술을 드셨는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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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대낮부터 낯술을 하셨는지 말이 오락가락했습니다. 할아버가 하신 말씀은 이랬습니다.

젊었을 때 군 생활을 카튜사에서 했어 무술 실력도 뛰어나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는 나를 이길만한 사람이 없다. 내 주먹 하나에 생명의 위태로움을 당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셨다. 청와대 보좌관을 하는 친척이 있다. 진주, 산청, 사천 지역유지를 잘 알고 있다. 하루 6만 원은 쓴다. 소주 1병 막걸리 1병과 안주로 족발을 포장하여 함께 마실 친구를 찾아 다닌다. 경찰이 술을 마시고 이 차를 운전하면 잡는다,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

할머니를 먼저 보내고 적적함을 이기지 못해 술을 많이 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타고 다녔는데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씀이지만 어쩌면 젊었을 때 사람이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을 한 잔 술에 젊은 부부를 앞에 두고 하나씩 풀어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 켠이 아팠습니다.

할아버지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는데 할머니들 몇 분이 풀을 메고 있었습니다. 방금까지 뙤약볕이 내리 쬐었는데 비가 오락가락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다행입니다. 할머니들은 별 말씀 없이 풀만 맵니다. 아마 공공근로이거나 희망근로를 하는 분들로 보였습니다.

옆에서 게이트 볼을 치는 같은 나이 어르신을 보고 이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옆에서 게이트 볼을 치는 같은 나이 어르신을 보고 이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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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만 있는 것보다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일을 하시는 것이 건강에도 더 좋습니다. 시골에 사는 분들이 도시 자녀들 집에 갔다가 하룻밤 자고 집에 가겠다고 히시는 이유는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용돈도 벌겸 건강에도 좋은 일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에게는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한 순간에 무너졌습니다.

바로 그 옆에는 게이트볼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계셨습니다. 한쪽은 일하고, 한쪽은 게이트 볼을 하는 묘한 광경이었습니다. 게이트 볼을 하는 어르신들은 그래도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일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쪽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시고, 한쪽은 게이트 볼을 치고 계셨습니다.
 한쪽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시고, 한쪽은 게이트 볼을 치고 계셨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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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강에 좋지만 풀을 매는 분들은 직접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힘듭니다. 건강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일하십니다. 옆에는 건강을 위해 게이트 볼을 하고, 한쪽은 먹고 살기 위해 일하시고, 한 분은 낮술로 오락가락한 말씀을 하시고. 작은 공원에서 대한민국 어르신들의 양극화를 지켜보면서 씁쓸했습니다.


태그:#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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