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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의 풍경
▲ 독일 하노버 외곽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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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트 아우구스트의 동상
▲ 독일 하노버 에른스트 아우구스트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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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맥주다. 한가한 거리에서 거품이 그득한 시원한 맥주를 천천히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 애주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볼 만한 장면이다. 독일 하노버에 오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도 맥주였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원래 방문 목적은 뒷전이고, 먹을 생각으로 가슴이 설레던 것이다.

이런 바람을 이루려면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짧은 시간 안에 먹으면서 시내 구경을 하려면 아무래도 중심가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곳은 하노버 중앙역. 오래되어 보이는 역 건물은 보수공사 중이고, 역 앞에는 에른스트 아우구스트의 멋진 동상이 서 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거리에서 맥주를 마실 만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웬 담배를 그렇게 피워대는지 사방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다. 독일은 담배에 관대한 나라란다. 사람들은 실외에 있는 전철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면서도 담배를 피운다. 꽁초도 아무 데나 버린다. 애주가 못지않게 애연가들에게도 좋은 나라가 독일일 것이다.

카페에서 마신 맥주
▲ 독일 하노버 카페에서 마신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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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 근처를 두리번거리다가 한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신 시청 건물로 향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건물 주변에 오페라 하우스, 니더작센 주립 박물관 등이 모여있다. 모두 둘러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늘 시간이 문제다. 우선, 시청 건물만 구경해보기로 했다.

"건물 입장은 공짜고, 돔에 올라가려면 입장료 3유로에요."

건물 입구의 데스크에 앉아있던 여인이 말한다. 돔이란 것은 아마도 전망대를 말하는 것일 테니, 그곳에 올라가면 하노버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겠지. 시간이 없을 때는 높은 곳에서 시내 전경을 바라보는 것으로 도시 구경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건물 내부를 훑어보며, 3층까지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약 40미터가량을 올라간 후에 엘리베이터는 멈춘다. 이곳이 밖에서 보았던 건물 한가운데 푸른 돔의 정상인 모양이다. 이곳에서는 탁 트인 하노버 시내의 전경이 펼쳐진다.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고 있다. 건물 뒤편으로는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다. 하노버를 '초록의 도시'라고 부른단다. 도시 곳곳에 심어진 녹지들 덕분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신시청 건물
▲ 독일 하노버 신시청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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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청 돔에서 바라본 전경
▲ 독일 하노버 신시청 돔에서 바라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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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족발과 차가운 맥주

독일식 족발
▲ 독일 하노버 독일식 족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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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하우스
▲ 독일 하노버 오페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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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왔으면 족발을 먹어봐야죠!"

일행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한다. 독일에 오면서 상상했던 것은 '맥주와 소시지'였는데, 갑자기 웬 족발? 한국에서는 족발에 막걸리 또는 소주를 마셨는데…. 독일에서는 족발에 맥주를 마셔야 하나보다. 아무튼, 시내 구경도 했으니 독일 족발을 먹기 위해 중앙역 인근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족발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택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삶은 족발과 구운 족발, 가격은 약 13유로. 내 앞에는 구운 족발이 놓여졌다. 접시에 놓여진 커다란 고기 한 덩어리. 겉에 기름이 윤기 있게 자르르 흐르는 것이 꽤 맛있어 보인다. 김치가 있다면 좋겠지만 여기 와서 그것까지 바랄 수는 없는 노릇, 족발에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한국처럼 족발이 먹기 좋게 썰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스테이크 자르듯이 나이프와 포크를 양손에 잡고 고기를 찢어가며 먹는다. 구운 껍질은 바삭한 데, 안의 살코기는 무척 부드럽다. 따뜻한 족발과 시원한 맥주. 독일에서 맛볼 수 있는 적절한 조합일 것이다.

독일 사람들이 설마 매일 이런 족발을 먹지는 않을 텐데. 독일에서 살다 보면 살이 찌거나 아니면 빠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만 같다. 기름진 음식에 적응해서 매일 맛있게 먹다 보면 살이 찔 테고, 거기에 거부감을 느껴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다 보면 살이 빠질 테고….

족발에 맥주를 배불리 먹고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린다. 한국도 아직 쌀쌀할까. 독일의 4월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가도 잠깐씩 해가 비치곤 한다. 근처 마트에 들어가서 캔맥주를 몇 개 샀다. 500ml 캔맥주 하나가 우리 돈으로 1500원이 채 안 된다.

독일에 있는 며칠 동안 아침에는 라면을 끓여 먹고, 점심에는 빵과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저녁에는 고기에 맥주를 먹는다. 독일에 있을 때 한국 음식이 생각난 적은 별로 없었는데, 한국에 오니까 독일의 진한 맥주와 커피가 자꾸 떠오른다.

다 합쳐서 4유로가 채 안된다
▲ 독일 하노버 다 합쳐서 4유로가 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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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에 맥주도 맛있다
▲ 독일 하노버 소시지에 맥주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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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4월 21일부터 29일까지 독일 하노버에 다녀왔습니다.



태그:#독일, #하노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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