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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착한 지방자치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정작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정치인에 비해 크지 않은 편입니다.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조명이 기초단체장보다는 주로 정치인에게 집중한 탓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구 50만 명이 넘는 수도권 기초단체장은 조 단위 예산을 집행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수도 서넛을 웃돕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365일 전국 기초단체장을 찾아가 공약 사안을 중심으로 이렇게 묻기로 했습니다. 시장(군수-구청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영어로 하면, Mayor, what matters most?, 편의상 '기초단체장 인터뷰 MWMM?'로 이름 붙였습니다. [편집자말]
복기왕 아산시장
 복기왕 아산시장
ⓒ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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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려운 민원이라도 주민을 피하지 않고 만나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복기왕(44) 아산시장은 시정 운영의 노하우로 '주민과의 만남'을 꼽았다. 또 '의례적 만남'이 아닌 '진심으로 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복 시장은 전대협동우회 회장, 남북청년교류추진위원회 공동대표, 노무현대통령후보 아산시 선거대책위원장, 17대 국회의원, 민주당 충남도당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다 단체장으로 변신했다. 따라서 그에게 거는 시정 변화와 개혁의 기대감은 크다.

이에 대해 복 시장은 "스타급 주연만 캐스팅만 해놓고 만족할 만한 스토리와 자금까지 다 해결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며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도 '내가 거름이 될 수 있는가' '지속성을 갖고 끊임없이 지켜볼 수 있는가' 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로 고충을 토로했다. 함께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나갈 시민 동력의 부족함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친환경무상급식, 2016년 전국체전 주 개최도시 유치, 시외버스 터미널 문제 해결 등의 사례를 들며 시정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산시의 중장기 발전방향과 관련해서는 산업도시 기반시설과 여건 만들기, 온천자원의 산업화, 농업활성화, 복지아산, 교육경쟁력 확보 등을 꼽았다.

관심이 집중돼 있는 걸매리 갯벌에 대한 개발 방향과 관련해서는 "업체 측에 경제성과 생태적 개발방향을 양립시킬 수 있는 안을 제시하도록 제안한 상태"라며 "업체에서 안이 나오면 이를 다 공개해 주민 의사를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MWMM)을 묻는 질문에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모든 결정 과정에 시민이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요한 건 주민에게 배우려는 수평적 소통을 통한 리더십"

아산 시외버스터미널 복합시설 기공식장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복기왕 아산시장
 아산 시외버스터미널 복합시설 기공식장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복기왕 아산시장
ⓒ 아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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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아산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요지다.

- 아산시 행정의 역점기조는?
"행복한 변화와 시민을 주인으로 모시겠다는 것이다."

- 주민들을 주인으로 모시고 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노하우가 있다면?
"주민들을 피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민원을 갖고 찾아오시는 분이라 하더라도 만나서 진심으로 대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또 매주 월요일마다 실 국장 및 담당 실무공무원들과 토론하며 내부 소통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 야당 소속에다 40대 시장이다. 또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때문인지 기대했던 것만큼 변화가 빠르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장가들기 전에는 자유스럽게 행동하다 결혼하고 자식이 생기면 생활을 위해 방어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천천히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 조직의 장이 가지는 한계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을 가르치려하지 않고 배우려고 하는 수평적 소통을 통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방향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겠다."

- 행정의 변화, 개혁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을 꼽자면?
"전반적인 체력이다. 변화 개혁할 수 있는 체력이 되는가 문제다. 예를 들면 아산에서 4.19 혁명과 5.18을 기념할 수 있는 체력 갖고 있는가, 즉 이를 견인할 시민과 지지 세력을 갖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아산시에서는 5.18을 범시민적으로 기념하기 어렵다. 조직된 힘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선과 정책은 부차적인 문제다. 시민사회 세력이 존재할 때 시장은 그쪽에 정치적으로 위탁하면서 대표성을 가지고 시정을 이끌어 갈 수 있다. 하지만 아산의 현실은 그럴만한 언덕이 마땅치 않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스타급 주연만 캐스팅만 해놓고 만족할 만한 스토리와 자금까지 다 해결하라는 식이다. 물론 이는 자기변명이고 항변일 수 있다. 다만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도 '내가 거름이 될 수 있는가' '지속성을 갖고 끊임없이 지켜볼 수 있는가' 하는 마음들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 아산시 발전을 위한 중, 장기적 계획은?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외형적으로는 우선 고른 성장을 위해 산업도시 기반시설과 여건 만들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또 온양온천-아산온천-도고온천의 온천자원을 관광 상품, 산업으로 연결시켜 제2의 전성기를 만들려 꾀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3농혁신에 맞춰 아산의 뿌리인 농업 지원을 통해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것도 중요 과제 중 하나다. 이 밖에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근 천안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 인재육성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진보단체에 있는 분들이 들으면 386출신의 젊은 시장이 맛이 간 얘기를 한다고 할 수 있지만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써 이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 성적 향상을 골자로 한 인재육성 사업은 진보진영의 교육철학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산시민들이 아산으로 고등학교를 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2류라는 생각에 주눅이 들었다. 교육에서 천안과 비슷한 수준이 안 되면 생활은 천안에서 하면서 직장만 아산으로 다니는 불균형을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봤다. 도시경쟁력을 위한 선택이다."

"신도시 개발 사업 취소, 아쉬워"

복기왕 아산시장
 복기왕 아산시장
ⓒ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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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기왕 시장이 이룬 내놓을 만한 특색 있는 시정과 성과를 꼽자면?
"많다. 우선 복지사업이다. 아산시에서는 70대 이상 어르신에게 한 달에 한 번 무료목욕 티켓을 드린다. 선심성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효도문화라는 노인복지 정책의 일환이면서 온양온천을 홍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아산에서는 또 무상급식을 넘어 급식센터를 통해 우리 지역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또는 품질 좋은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아산시민들이 똘똘 뭉쳐 2016년 전국체전을 유치한 것은 자랑할 만한 성과다. 특히 이번 전국체전 개최지  결정은 충남(아산)을 비롯 충북(충주), 경북(포항) 등 3개 지역 경합으로 5차까지 가는 투표 끝에 최종 확정돼 의미가 더욱 크다. 밖에 고질적 문제였던 시외버스 터미널 문제를 해결했다."

- 가장 아쉬운 점은?
"LH공사가 신도시 300여만 평에 대한 개발 사업을 취소한 것이다. 당선되고 이듬해 결정된 일로 제반 여건상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고 취소에 따른 기반시설비로 100억 원을 받아내기는 했지만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아산의 발전 속도가 좀 더 빨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아쉽게 생각한다."

- 현재 아산시가 가지고 있는 난제는?
"아산시는 10년 동안 약 10만 명 가까이 인구가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주제를 놓고 주민들을 이해 설득시키는 일이 제일 힘든 난제라고 할 수 있다. 걸매리 갯벌 매립 여부와 도시개발 계획 등 대부분의 난제가 개발 및 성장, 그리고 행복이라는 가치와 연결돼 있다." 

- 걸매리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안을 놓고 찬반 양론이 여전하다. 현재까지 추진 상황과 아산시의 입장은?
"처음 시장이 됐을 때 전임시장이 이미 매립하기로 하고 업체 측과 MOS까지 체결해 놓은 상태였다. 또 갯벌이 보존가치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따라서 연구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연구용역은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아산시민모임 등 환경 관련단체들에게 맡겼다. 지난해 12월경 나온 용역 결과를 단순화하자면 5등급을 기준으로 볼 때 5등급에 가까웠다. 갯벌 보존가치가 충분하다고 나왔다면 지키겠다고 할 수 있었는데 좋지 않게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업체 측에 경제성과 수생식물 서식지 등을 갖추는 생태적 개발방향을 양립시킬 수 있는 안을 제시하도록 제안한 상태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추진상황은 '검토단계'라 할 수 있다. 업체에서 안이 나오면 이를 다 공개해 주민 의사를 들을 예정이다." 

- 환경단체에서는 짧은 용역기간에 따른 조사의 한계가 명확한데 이를 갯벌매립을 통한 사업단지 조성 추진의 근거로 삼은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 문제라면 환경단체가 처음부터 용역을 맡지 않았어야 한다. 아산시에서는 처음부터 용역의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이 문제 또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해야 하는) 복기왕이기 때문에 갖는 고충이라고 생각한다. 전임시장이 MOU까지 체결해 놓은 것을 원점으로 돌려 재검토했고, 지금도 충분한 검토와 절차를 밟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 문제... 국민투표에 부쳐 판단할 사안"

걸매리 갯벌
 걸매리 갯벌
ⓒ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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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통령 소속 기관인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본회의를 통해 전국 74개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겠다고 의결했는데?
"행정구역 개편문제는 상당 기간 동안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논의한 후 국민투표에 부쳐 판단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 앞에서 올 년 초에 2016년 전국체전 개최지로 충남이 선정되고 주개최 도시로 아산이 확정된 것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전국체전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유치 이전부터 이미 시청 내에 '체육 육성과'를 만들었다. 이번 추경예산부터 필요예산이 반영될 예정이다. 고속도로, 고속화도로 등 이미 예정돼 있는 SOC 시설의 준공시기를 2016 이전으로 앞당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실무적인 부분은 충남도와 협의해 빈틈없이 준비해 나가겠다."

- 이순신 축제기 '제50회 아산성웅이순신축제'가 28일부터 이틀 동안 열렸다. 아산시 관광자원을 소개한다면?
"이순신 축제를 떠나 아산은 가족들이 휴식을 갖기 가장 좋다. 부모님들이 좋아하는 온천과 자녀들이 좋아하는 관광자원이 참 많다. 외암민속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 목록에 올라 있고, 현충사, 민속박물관 등은 잘 만들어진 거대한 공원이다. 온천도 가족 물놀이가 가능한 곳에서 조용한 곳까지 다양하다. 여행, 휴식지로 아산을 강력 추천한다."

성웅 이순신 축제
 성웅 이순신 축제
ⓒ 아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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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단체장들에게 묻는 공통 질문이다. 시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모든 결정을 할 때 시민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모든 결정 과정에 시민이 있었을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바른 품성이다. 바른 마음가짐이 어떤 기교보다 우선시 된다고 생각한다."

- 아산시민을 비롯해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중앙정치 무대에서 일하다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과 시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지방과 서울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서울과 지방의 정서가 너무 다르다. 대한민국이 발전하려면 지방이 살아야 하고 지방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만이라도 정치적, 정책적으로 서울 중심이 아닌 지방 중심으로 사고해 줬으면 한다."


태그:#복기왕, #아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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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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