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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으로 가져오려고 쇼핑을 갔던 물담배 가게. 그때는 정말 신중하게 고르면서 한국 가면 사람들 모아놓고 피워보려고 했는데 이게 숯도 피워야 하고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라서 지금은 먼지만 소복히 쌓인 채 구석에 쳐박혀 있다.
 기념품으로 가져오려고 쇼핑을 갔던 물담배 가게. 그때는 정말 신중하게 고르면서 한국 가면 사람들 모아놓고 피워보려고 했는데 이게 숯도 피워야 하고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라서 지금은 먼지만 소복히 쌓인 채 구석에 쳐박혀 있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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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가정집에 초대받았을 때 그 집에 있던 물담배.
 이란 가정집에 초대받았을 때 그 집에 있던 물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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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한 광장 근처에 있던 전통 레스토랑에서 차를 마시는 아이들. 물담배는 차를 마시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피워야 제 맛이라고 한다.
 아스파한 광장 근처에 있던 전통 레스토랑에서 차를 마시는 아이들. 물담배는 차를 마시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피워야 제 맛이라고 한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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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은 후 여행기를 정리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습니다. 자다가 작은 애가 깨워서 일어났습니다. 옥상 주방에서 이모들이 물담배를 피우러 오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작은 애 는 우리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선생님들을 이모라고 불렀습니다.

옥상 주방에서 우리 일행이 모여 차를 마시며 물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시샤'로 불리는 물담배는 먼저 병에 물을 채우고 조립한 후, 사기 깔때기 같은 곳에 담배를 넣고, 그 위를 쿠킹호일로 감싼 뒤 숯 조각을 올려놓습니다. 들이마시면 물소리가 나면서 연기를 들이마시면 됩니다.

딸기나 사과, 박하 등의 향을 가미한 담배가 연소되면서 연기가 발생하는 데 사람들은 그 연기를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연기는 꽤 독한 것이라 오랜 시간 마시지 못하니까 물로 순화시켜 오래도록 마시도록 한 게 물담배의 원리 같았습니다. 사람이 호스로 바람을 넣어주면 그 연기가 관을 타고 병 속으로 들어가 물과 함께 섞이면 순화됩니다. 그 순화된 연기를 몸속으로 흡입하는 구조였습니다.

물담배는 보통 서너 명이 앉아 차, 쿠키와 함께 하면 좋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계속 연기를 뱉어내면 머리가 아파지기 때문에 한 명이 세 모금 정도 하고, 다음 사람이 하고,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담배는 술과 함께 하면 바로 취하는데 그래서 물담배는 차와 함께 하면 좋다고 합니다.

우리 일행은 상대방의 코에서 입에서 연기가 나올 때마다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많은 연기를 내뿜으며 자연스럽게 물담배를 피웠고, 또 어떤 사람은 피식피식 연기가 나올 듯 말 듯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모양새가 어떻든 우린 코에서 입에서 연기가 나온다는 자체가 재미있어 마구 웃었습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다른 사람이 입에 물었던 것을 입에 댄다는 것이 조금 께름칙했습니다. 사실 물담배는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피우다보니 다른 사람과 함께 호스를 써야 하는데 만약 게 중 누군가에게 병이 있다면 그대로 전염되는 것이지요.

대놓고 닦자니 앞 사람에게 미안하고 해서 그냥 찜찜한 마음을 안고 물담배를 물었습니다. 호스를 흡입해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내불어야 나오는 것인지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 누군가 가르쳐줬습니다. 있는 힘껏 흡입했지만 요령이 없어서인지 연기는 안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코로 연기가 나오는 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숨을 깊이 참으면서 힘을 많이 주는 것 때문인지 머리가 좀 무거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힘만 들고 머리만 아픈 이것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처음부터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야 있을 수 없겠지만 나의 물담배 체험을 통해서 보면 이란인들이 물담배에 집착하는 이유가 도통 이해가 안 됐습니다.

옆에서 우리가 물담배 하는 걸 구경하던 작은 애는 아주 신이나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주 특별한 걸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자기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난리였습니다. 물담배가 담배라기보다는 그냥 이색 체험 정도로 생각했기에 작은 애에게 한 번 해보라고 했는데 나를 경솔한 엄마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 중 초등학교 선생님이 한 분 있었는데, 이 선생님은 정색을 하면서 어린 애에게 담배를 체험시키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을 폈습니다. 이 선생님은 물담배를 담배로 바라보는 것이었고, 난 담배가 아니라 그냥 이국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체험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었고. 그런 차이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을 제외한 다른 선생님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물담배를 그냥 체험 정도로 생각했기에 작은 애의 요구를 들어주자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시켜보았는데 작은 애는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연기를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이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물담배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습니다. 우리 집 큰 애입니다. 작은 애가 어른들 틈에 끼어서 물담배를 체험하고 나서 언니에게 자랑했더니 큰 애는 시니컬하게 '타락한 여자 같다'며 꼬집었습니다.


태그:#물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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