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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997년은 김대중, 2002년은 노무현, 2010년 선거에서는 김두관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단 한 번도 내가 찍은 사람이 당선된 적이 없습니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1위와 2위 득표율 차이는 38.80%p, 득표수는 2만3431표 차였습니다. 한 마디로 참패였습니다. 우리 옆 지역구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될 기회가 왔었는데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야권단일화를 통해 통합진보당 후보가 야권단일후보가 됐고, 경력 또한 정무부지사를 지낸 분이라 기대를 엄청했습니다. 지역 분위기도 괜찮았습니다. 나이드신 분들도 "이번에는 000를 찍겠다는 사람들도 있더라"면서 새누리당 간판만 달면 당선되는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누구를 찍을지 정했어요?"
"당연하지. 야권단일후보지."

"이번에는 힘을 한 번 보태면 가능하겠지요."
"그런 것 같아요. 주위 어른들 말도 무조건 '새누리당'이라는 분위기도 아니고."
"정말 이번에는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한 대형마트 7층에서 바라 본 우리 지역구. 하지만 이번에는 나를 대변해줄 후보가 사퇴하는 바람에 선거 분위기가 거의 없다
 한 대형마트 7층에서 바라 본 우리 지역구. 하지만 이번에는 나를 대변해줄 후보가 사퇴하는 바람에 선거 분위기가 거의 없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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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야권단일후보였던 그가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패배했습니다. 그를 지지했던 지역 유권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열성 당원도 아니고, 열성 지지자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장 믿을 수 있고, 국회의원이 되면 우리 지역만 아니라 대한민국 대의민주주의를 위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습니다.

"왜 단일화를 했죠?"

"왜 000 후보와 000 후보가 단일화를 하죠?"
"성씨가 같다는 것 외에는 닮은 곳은 하나도 없어요. 나도 허망해요."
"어이가 없어요."

"이제 나의 정치철학과 우리 지역을 대변할 후보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묻지마 투표도 할 수 없잖아요."
"그것은 더 안 되지. 비례대표라도 제대로 투표해야지요."


정말 내가 지지할 후보가 갑자기 사퇴한다는 것이 이렇게 허망할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우리 옆 지역구는 여당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그리고 무소속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진주시인데도 갑과 을이 이렇게 다른 곳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전등불 빛 하나 없고, 잡동사니만 있는 전통시장.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저곳에 전등불을 켜주기를 바랐는데 불가능하게 되었다. 과연 언제쯤 전등불을 켜줄 지역일꾼이 나올까
 전등불 빛 하나 없고, 잡동사니만 있는 전통시장.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저곳에 전등불을 켜주기를 바랐는데 불가능하게 되었다. 과연 언제쯤 전등불을 켜줄 지역일꾼이 나올까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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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전통시장에 있습니다. 전등불 빛 하나 없는 골목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립니다. 입으로만 서민을 말하고,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면서 지역주의에 빌붙은 후보가 아니라 진짜 서민과 전통시장 골목에 밝은 전등불 하나 켜줄 수 있는 후보가 나오면 지지하고 반드시 그가 당선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번에는 7부 능선은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허망하게 끝나는 바람에 솔직히 선거할 마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서민과 전통시장 등불이 될 후보 4년 기다림, 포기하지 않을 것

하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비례대표라도 서민과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정당에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서민과 전통시장 등불이 될 후보를 또 4년이나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일은 태양이 다시 뜰 것이기 때문입니다. 찍을 후보가 없지만 기권은 없습니다. 서민의 등불이 될 정당을 지지하면 됩니다.


태그:#총선, #지역구, #후보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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