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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사단'의 16년 아성은 흔들림 없이 견고할까 아니면 야권단일후보에게 무너질까?

 

19대 총선 경기도 부천 소사의 민심 중심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있다. 선거를 10여일 앞두고 주민들은 김문수와 여야 후보를 비교했고, 김문수의 공과를 언급했다. 3월 29일 거리에서 만난 60대 지역구 주민은 선거 전망을 묻는 질문에 김문수 지사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여기는 김문수가 잘 닦아 놓은 곳이야. 요즘은 뉴타운 문제 때문에 욕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일을 참 잘했어. 난 김문수가 또 나왔으면 좋겠어. 차명진이는 김문수 밑에 있다가 자리 이어받았잖아. 그런데 김문수 만큼은 못하는 것 같아. 지역에 해놓은 게 있어야지. 그래도 차명진 찍을 거야. 지역에서 오래 봤으니까 찍어줘야지. 차명진 말고는 다 처음 보는 얼굴이야. 그렇지만 정당은 야당에 한 표 주려고. 젊은 애들은 다 야당 찍는다는 것 같더라고."

 

16년 간 5전 전승한 '김문수 사단' 아성

 

부천 소사는 1996년 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당선한 이후 보궐선거 포함 5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문수 사단'이 전승을 거뒀다. 3선의 김문수 의원은 2006년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했고, 그의 보좌관이었던 차명진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보궐선거에 이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당선했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차 의원은 3선에 도전한다.  

 

탄핵 역풍 불던 17대 총선에서도 김문수 '후보'는 상대를 여유 있게 제쳤고, 이후 선거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만큼 부천 소사는 야당에게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김문수 지사가 전체 동에서 이겼으나 표 차이는 크지 않았다. 시·도의원 선거는 민주당 후보들이 새누리당을 압도했다. 

 

2006년 재보선과 17~18대까지 부천 소사의 민주당 주자는 김만수 현 부천시장이었다. 지역구 의원 도전은 3번 다 실패했으나 지방선거에서 시장에 당선했다.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김상희 의원(비례대표)이 도전장을 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새누리당이 여유 있게 승리했던 이전과 다르다. <중부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20일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명진 후보 38.4%, 김상희 후보 38.1%로 나타났다. 0.3p 차이로 초박빙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4.4%p)

 

<인천일보>, <경기일보>, OBS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21, 22일 이틀간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김상희 후보 28.5% , 차명진 후보 27.9%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었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는 ±4.4%p) 하지만 당선 가능성에선 차명진 후보가 36.7%로 김상희 후보(22.8%)보다 크게 앞섰다. 

 

이와 관련, 도전자인 김상희 후보측 관계자는 "지난 2월만 해도 격차가 벌어지면서 유리했었는데, 민주당이 계속 헛발질을 하면서 지지율이 한참 떨어졌다"며 "요즘 다시 올라가는 분위기인 것 같다, 중앙당에서 '사고'만 치지 않으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뉴타운 갈등... 차명진 발목 잡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9일 찾은 부천 소사지역은 출퇴근 인사 때를 제외하면 조용했다. 김상희 후보만 유세차를 활용해 선거운동을 벌였다. 차명진 후보측 관계자는 "본격 유세전은 방송토론을 끝내고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소사동 주변에서는 뉴타운 문제를 알리는 주민들의 선전활동이 진행중이었다. 많은 지역 주민은 총선 결과를 좌우할 주요 이슈로 뉴타운 문제를 꼽았다. 여론조사에서도 절반 가까운 유권자들이 뉴타운 문제를 언급할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거리에서 선전활동을 벌이는 뉴타운 해제 추진위원회 주민들은 새누리당과 차명진 후보에게 비판적이었다. 40대 정우찬씨는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는 반값등록금 안 먹혀요. 집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다른 문제가 와 닿겠어요? 뉴타운 되면 집을 내놓고도 세대당 추가로 부담할 금액이 2억 원이 넘습니다. 이게 추진되면 지역주민 절반이 여길 떠나야 해요"

 

옆에 있던 또 다른 주민이 거들었다.

 

"소사지역 3분의2가 뉴타운 지역에 해당하는데, 이게 다 김문수 지사와 차명진 의원이 만든 거예요. 그런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지는데도 차명진 의원은 코빼기도 안 보여요. 욕을 먹더라도 찾아와서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고 정말 잘못했다.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해야하는데 그렇게 안 하고 있거든요. 국토해양위에 있으면서 해결했어야 했는데... 지금 민심이 많이 돌아섰습니다."

 

뉴타운 민심은 심각해 보였다. 차명진 후보를 찍을 거라는 앞서의 60대 주민도 "내가 이 동네서 30년 살았는데, 세입자들 내보내고 나면 빚내야 한다"면서 "이 문제 해결 안 되면 차명진 후보에게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40대 주부는 "내가 어느 후보 지지하느냐를 떠나서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게 서민들의 생각인 것 같다"고 전했다. 

 

뉴타운 해제를 촉구하던 주민은 "김상희 후보도 해법이 없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라는  물음에 "뉴타운 문제를 발생시킨 게 김문수 지사-차명진 의원이다. 문제 일으킨 사람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소 대표는 뉴타운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사실 처음에는 떼 돈 번다고 다들 좋아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뉴타운 지정은 김문수 지사와 차명진 의원, 홍건표 전 시장이 한 것인데... 지금 시장도 고민인 것 같더라. 한 곳이라도 먼저 해보고 결정했어야 했다. 지금은 (현실과) 안 맞는다.

 

뉴타운 반대하는 주민이 더 많다지만 찬성하는 주민도 있다. 그러다보니 해제를 요구하는 쪽은 김상희 후보쪽과 많이 만나고, 추진을 원하는 쪽은 차명진 후보쪽과 자주 접촉하면서 여론이 나뉘는 것 같다."

 

"야당 김상희 후보는 얼굴을 모르겠어"

 

뉴타운 영향권에서 벗어난 지역은 차명진 후보의 우세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중장년층이냐, 청년층이냐에 따라 지지 후보는 확연히 달랐다.

 

부천역 앞 심곡본동 골몰길 안쪽에서 만난 71세 노인은 "차명진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32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그는 " "김문수와 차명진이 쭉 해왔으니까 이번에도 차명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희 후보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본 적이 없는 인물이라 누군지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박석연(58)씨는 "민주당을 지지한다"면서도 차명진 후보의 우세를 예상했다.

 

"아무래도 지역에서 자주 얼굴 보이는 사람이 차명진이니 우세할 것이라 본다. 민주당 후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지역에서 한 게 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역 일이라는 게 국회의원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나. 국가기관이나 시장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도 있고, (차명진 후보가)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한다. 물론 뉴타운 민심이 크게 작용하면 뒤집힐 수도 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이호성(24)씨는 정치에 관심은 없으나 투표는 꼭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공약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정부 여당의 주장보다는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범박동에 사는 30대 가정주부도 "정당보다는 인물과 공약을 보고 선택하겠다"며 "정권 실정을 비판하는 의견에 공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20~30대 투표율이 당락 좌우할 것"

 

마음을 못 정한 부동층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지역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는 30대 청년은 "정치에 관심있는 건 아니지만 투표는 꼭 하겠다"면서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없고 공약과 주위 사람 의견을 들은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자원 재활용센터를 운영한다는 50대 남성은 "누구를 찍든 다 똑같고 변하는 것은 없다"며 정치 불신감을 나타냈다. 그래도 "누가 승리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차명진이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지역을 돌며 흥미로운 점도 발견했다. 선거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부천 소사 주민들은 대부분 차명진 의원을 기준으로 답했다. 긍정이든 비판이든 차 후보에 대한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김상희 민주당 후보와 다른 야당 후보에 대한 평가는 듣기 어려웠다. 야당 지지자들도 "지역 활동이 많지 않아서인지 (김상희 후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양 후보가 초박빙이지만, 당선 가능성에서는 차 후보가 높게 나오는 건 이런 인지도의 차이로 풀이된다. 밑바닥 민심에서는 변화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16년간 '김문수 사단'이 구축한 아성이 쉽게 무너지겠느냐는 인식이 지역 주민들에게 있는 듯했다.

 

소사본동의 40대 주민은 "20~30대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할 것이고, 낮으면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 고정표가 많은 여당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천 소사에는 두 후보 외에 도의원을 사퇴하고 나선 정통민주당 강백수 후보와 지유선진당 전덕생 후보도 출마했다. 하지만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의미있는 수치가 나오지 않고 있어 양강 구도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성하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총선, #부천 소사, #차명진,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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