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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7일 오후 교내에서 '소통과 공감' 특강을 하기 앞서 강연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7일 오후 교내에서 '소통과 공감' 특강을 하기 앞서 강연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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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오후 6시 30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문화관 대강당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50)의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한 강연이 이루어졌다. 안철수 원장은 이날 '청년들의 고민'을 주제로 80여 분간 강연했다.

이번 안철수 원장의 강연은 하나부터 열까지 학생들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소통과 공감' 강연은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서울대 축제하는 사람들'(이하 축하사)과 '서울대 학생홍보대사 샤:人'이 주관하였다. 이 행사는 이미 지난해 11월 첫 강연에서 가수 유희열이 나와 큰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안철수 원장을 섭외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부터 서울대 총학생회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첫번째 인물로 안철수 원장이 꼽혔기 때문이다. 전부 학생들의 자치로 운영되는 '축하사'는 강연 참가자 신청과 강연 때 안 원장에게 물어볼 질문들도 학생들로부터 사전에 받아서 준비했다.

학생들의 힘으로 준비한 이번 행사는 크게 '알고 싶었습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즐기고 싶었습니다'로 구성되었다. '알고 싶었습니다' 코너에서는 주최 측이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평균을 조사해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행사를 준비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코너는 서울대학생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 1위로 뽑은 안철수 원장과의 강연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틈틈이 어린왕자 이야기를 따와 만든 사전영상과 경품 추첨 이벤트 등이 강연을 풍성하게 했다. '즐기고 싶었습니다' 코너에서는 학내 아카펠라 동아리와 산울림 출신의 김창완 밴드를 섭외해 '소통과 공감'이라는 행사명에 부합하게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같이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강의 후 쏟아진 정치 기사들... '대선 답변' 시간은 고작 5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7일 오후 교내에서 '소통과 공감' 특강을 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7일 오후 교내에서 '소통과 공감' 특강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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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이번 안철수 원장의 강연은 강연 전부터 화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화제의 방향은 '소통과 공감'이 아니라 '정치 행보'였다. 지난해 9월 청춘콘서트 이후 6개월만의 강연이라는 점에서 기성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중앙일보>는 "안철수 다시 '강연 정치'"라는 문구로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번 강연의 취재 열기는 무척 뜨거웠다. 강연이 이루어지는 문화관 대강당 앞은 경찰과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따로 기자실을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지난주에 있었던 법륜스님의 강의와 김진숙 최고위원의 강의와는 딴판이었다.

사회자들이 기자들에게 과도한 촬영은 자제해달라고 양해를 부탁드렸지만, 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철수 원장이 나타나자 연방 플래시를 눌러댔다.

그리고 강연이 끝난 후 안철수 원장의 강연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안철수 "대선 출마, 선택 아니라 주어지는 것"'(프레시안), '"정치 감당할 수 있다"는 안철수 어떤 선택을'(동아일보), 이와 같은 안철수 원장의 정치 참여 관련 기사 뿐 아니라 '안철수 정치 참여 발언에 안철수硏 상한가'(중앙일보 경제)라는 경제 기사도 나왔다.

모든 언론에서 이러한 각도의 기사를 쏟아내자 즉각 각 포털 사이트에서 '안철수', '안철수 대선 발언'이라는 키워드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로 올라왔고, 트위터와 각 포털 사이트 댓글란에서는 안철수 원장의 대선 발언에 대한 논쟁이 불거졌다. '더 이상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정치에 참여해라', '강연 정치 그만하고 제도권 정치에 참여해라' 등등 각 사이트에서는 이번 강연이 안철수 원장의 앞으로의 정치 행보와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자리였다는 전제가 깔린 채 의미 없는 공방들이 무수하게 오고갔다.

그렇다면 실제 안철수 원장의 강연은 어떠했을까? 안철수 원장의 강연은 크게 4파트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로 2012년은 어떤 세상인지에 대해 말하고 그 다음으로 2012년에 필요한 소통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소통의 결과인 공감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소통과 공감을 토대로 한 리더십의 필요성을 말하는 식으로 강연이 이어졌다. 그리고 강연이 끝난 후 사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묻고 싶은 질문 중 가장 많이 나온 5개를 뽑아 안철수 원장과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1시간 30분 동안의 강연 중 질문에 답하는 시간은 10분 정도였고 학생들의 4번째 질문인 "대선에 출마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에 답한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안철수 원장은 2012년을 '급변', '탈권위', '탈이데올로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사회라고 지칭했다. 그는 일주일만 지나도 모든 것이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수직적이고 하향식 구조의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는 수평적이고 상향적인 사회구조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급변하는 시기일수록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혼자서는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의 결과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연 핵심 키워드는 소통과 공감... "높은 자리 욕망의 대상 아냐"

안철수 원장 강연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과 '공감'이었다. 안철수 원장은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에서 소통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자세에 빗대어 소통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자기가 맞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면 책을 안 읽는 것만 못하다"며 "이는 자기만의 벽을 쌓고 세상과 단절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가 말하는 책 읽는 이유는 "자기의 생각이 틀림을 깨닫고 자기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이며 이것이 소통의 시작이라는 뜻이었다.

그는 또한 전문가와 대중 간의 소통도 말하면서 이 사회의 전문가의 책무도 강조했다. "전문가라는 직업의 책무는 자신의 분야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의 궁금증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 일반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불신 받는 현 사회 전문가 집단의 단면을 상기하게끔 했다.

또한 그는 소통의 결과인 공감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견해를 밝혔다. sympathy(동정)와 empathy(공감)를 나누어 설명하면서, sympathy는 동정으로 즉 '남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에 불과한 반면, empathy는 '남의 아픔을 느끼며 같이 아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지난해 청춘콘서트 당시의 경험을 예로 들며 수직적인 입장에서 가르칠 때는 청중들과의 교감을 하지 못하게 되지만 "위에서 내려와 학생들과 눈높이가 맞춰지면서 미안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학생들이 마음을 열게 되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생과 같이 아파할 수 있을 때가 empathy, 공감의 순간"이었다며 그 당시의 감회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원장은 "2012년 리더십은 소통과 공감을 기반으로 할 때에만 대중의 자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리더십이란 리더가 가지고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나오고 대중이 리더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하며 이를 위해서는 진정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리더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현재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사회 문제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며 "정치는 사회문제를 풀라고 국민들이 소중하고 커다란 권한을 주는 것인데 (그 권한이)
자기들 것인 것처럼 싸우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현 정치인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에게 "높은 자리는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희생의 자리"였다.

언론에 묻힌 '20대 위한 메시지'... 정치적 해석에 얼룩져선 안 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7일 오후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소통과 공감' 강연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7일 오후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소통과 공감' 강연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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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번 강연은 안철수 원장이 20대를 위해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들로 가득 채워졌지만 실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여론에서 공론화된 부분은 '대선 출마' '정치 행보' 부분이었다. 이는 물론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당연한 일이다. 총선이 보름도 남지 않았고 여권과 야권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지목받고 있는 안철수 원장의 한마디 한마디의 파급력은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기성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에 밀려 안철수 원장이 6개월 만에 강단에 서서 20대를 위해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들이 묻혔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의 자치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졌고 안철수 원장이 섭외에 응한 것도 대학생들의 열렬한 성화에 힘입은 결과였다. 안철수 원장의 정치 관련 발언은 지난해 9월 이후부터 말했던 '학교 일과 재단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정치에 참여하고 안 하고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등 세 가지에 국한되었다. 언론에서 확대 해석하고 있을 뿐이지 개인적으로 이번 강연에서 안철수 원장이 이전에 비해 특별히 정치 관련 발언을 했다고 느껴진 것은 단 한 부분도 없었다.

안철수 원장은 청춘콘서트를 통해 새로운 멘토이자 대권주자로 우뚝 설 수 있었고, 아직도 안철수 원장을 가장 지지하는 세대는 20대이다. 그렇다고 20대만 안철수 원장을 독점해야 한다거나 앞으로도 20대를 위해 안철수 원장이 행보를 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안철수 원장이 말했듯이 안철수 원장에게 '정치 참여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안철수 원장이 20대에 던지는 소중한 메시지들이 기성 정치권과 기존 언론에 의해 묻힌다면 이는 20대에게 또다른 불행일 것이다.

안철수 원장은 강연 막판에 "앞으로 전국적으로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0대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진심으로 위로해주며 대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청춘콘서트'는 서울시장 선거 등을 계기로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6개월 동안 정치권에서 '청춘콘서트'의 형식만 따라한 많은 콘서트들이 있었다. 하지만 가르치는 입장에서, '공감'이 아니라 '동정'에 머물렀던 여타 콘서트들은 한두 번 시행하다가 결국 실패했다.

이제 안철수 원장이 다시금 '청춘콘서트'를 시작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안철수 원장의 강연에서도 만약 이번처럼 '앞으로의 정치 행보', '대선 출마 선언' 등의 담론들이 되풀이되고 또 기존 언론과 정치권이 이를 확대 해석하고 확산시킨다면, 안철수 원장이 20대를 위해 던지는 소중한 메시지들은 지난해와 달리 제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 버릴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열릴 안철수 원장의 '제2의 청춘콘서트'가 이번처럼 기존 언론들의 정치적 해석에 얼룩져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손태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철수, #소통과 공감, #청춘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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