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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에 '20대' 국회의원은 거의 반세기 동안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 1963년 김상현 6대 국회의원(당시 28세)을 마지막으로 49년간 20대 국회의원이 배출되지 않았다. 여러 정당이 앞다투어 청년 비례대표를 선출한 올해, 과연 국회에 '젊은 피'가 수혈될 수 있을까?

 

그간 중앙 정치 무대에는 20대 국회의원이 없었지만, 지방 의회에서는 여러명의 젊은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관수(29) 강남구의원, 조화영(30) 경기 광명시의원, 김수민(29) 경북 구미시의원, 최유진(28) 광주 북구의원도 그런 젊은 의원들 중 하나이다. 시간이 흘러 30대에 '진입'한 이들도 있지만, 이들은 모두 20대의 나이에 지역의원이 되었다. 각자의 지역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오늘날의 '청년 의원' 열풍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방 의회에서 어떤 희망과 한계를 느꼈을까. 각 지역에 있는 네 명의 의원들을 서면으로 인터뷰해 보았다.

 

20대 지방 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4명... "공감대 형성이 장점"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기초의원이 된 그들. 모두 똑같이 의원 배지를 달았지만,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제각각 달랐다. 

 

"젊은 세대의 고민을 함께 가지고 있었고, 이들의 고민을 방관하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최유진 광주 북구의원(통합진보당)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지켜보면서 정치참여의 중요성을 일찍 알게 되었고 청년들도 투표에서 시작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관수 강남구의원(민주통합당)

 

"제도정치에 대한 목표보다는 풀뿌리 시민운동을 위해 기초의원이 되었다." 김수민 구미시의원(녹색당)

 

"정치를 전공하면서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했고 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조화영 광명시의원(민주통합당)

 

"젊은 세대의 문제를 함께, 직접 겪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장점"(최유진 의원)과 "가장 큰 자산인 새로운 시각과 창조적인 아이디어"(조화영 의원)로 뭉친 이들은 젊은 의원 답게 "특히 청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이관수 의원)고 밝혔다.

 

20대 정치인에 대한 편견과 벽... "우리를 '졸'로 본다"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러 성과를 거둬온 이들이지만 '젊기 때문에' 정치가 쉽지 않았던 적도 많다.

 

"선거 과정부터 지금까지 젊음을 강조한 적이 없는데 계속 나이를 앞세워 바라봅니다."

 

김수민 의원은 젊음이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작용하는 것을 느꼈다. 김 의원은 박정희기념사업 예산 삭감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진보·혁신'의 움직임 보단 '젊음'의 치기 정도로 여겨지며 싸움이 사그라 드는 것을 지켜봤다. 이관수 의원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역 주민들은 그에게 "나이가 어린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젊은 의원들이 기성 정치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녹록치 않았다. 조화영 의원은 "경험과 연륜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며 "특히 (기존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털어놨다.

 

당선 이후 경험한 '정치판'은 어땠을까? 기성 정치인에 대한 젊은 의원들의 생각은 차가웠다.

 

"기성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내주는 것에 정말 많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요."

 

조화영 의원은 기성 정치인들이 젊고 능력 있는 정치 후배를 양성하려하기 보단,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계파정치' 역시 '밥그릇' 지키기 만큼 20대 정치인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우리나라 정치세력은 계파 정치를 기본으로 하여 부패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관수 의원)

 

기성정치 속에서 '나이 어린' 청년으로 느껴졌다는 이도 있었다. "기성 정치인들은 (우리를)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는 ''로 봅니다." 김수민 의원의 한 마디에는 쉽지 않았던 지난 시간에 대한 소회가 담겨있었다.

 

"청년들, 청년 비례대표 자신의 대변인으로 생각하지 않아"

 

4년 임기의 절반 가량을 보낸 지금,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최근 불고 있는 20대 정치 참여 열풍을 바라보고 있을까? '예비 후배'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은 냉정했다.

 

"기초의원, 국회의원이란 자리를 명예직 혹은 본인의 사회적 위치 상승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나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책임감과 희생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조화영 의원)

 

"막상 이를 바라보는 청년들은 청년 정치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20대 정치 참여 열풍은 실체가 없는 셈이죠." (김수민 의원)

 

이관수 의원 역시 "정치는 강한 소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유진 의원은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다. 최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인기에 편승하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정치가 되야 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면서도 "젊은 세대가 그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수민 의원은 예비 청년 정치인들 대해 '청년'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대표 정치인이 아닌, 정치인인데 마침 청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에 파묻혀 자신이 청년임을 앞세우지 말고 그동안 자신의 마음속에 축적되어온 내용을 정치인으로서 내걸었으면 합니다."

 

이들의 말처럼 "젊은 정치인들의 사명은 기성 정치를 새로운 흐름 속에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조화영 의원)일지도 모른다. 한 발자국 앞서 정치의 길로 들어선 '청년 정치인' 선배들의 이야기를 참고해 보다 나은 활동을 펼칠 청년 정치인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끝으로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의 새출발을 앞둔 예비 20대 국회의원들에게 이 한마디를 전해본다.

 

"(젊은 나이에 정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도 들었지만, 젊음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용기를 갖고 있습니다." (최유진 의원)

덧붙이는 글 | 차현아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20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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