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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 '4·11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야권연대 합의문 서명식'에서 각자 서명한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 '4·11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야권연대 합의문 서명식'에서 각자 서명한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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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3일 오전 11시 20분]

야당의 4·11 총선 필승 전략으로 거론되던 야권연대가 심각한 외상을 입으면서 야권 전체의 총선 레이스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에서 불거진 부정 경선 파문은 야권연대를 좌초 일보직전까지 몰고 가고 있다. 총선 후보등록 첫날인 22일, 이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을 벌였다.

이정희 대표가 민주진보진영의 원로들의 사퇴 압박에도 출마 강행을 선언하자 민주당은 '여론조사 오류 의혹'이 있는 경기 안산 단원갑의 백혜련 후보에게 공천장을 주면서 맞불을 놨다. '후보 등록 후 단일화'를 전제로 달긴 했지만 당 차원의 '경선 불복'으로 읽힐 위험을 무릅쓴 초강수였다. 게다가 관악을의 민주당 후보였던 김희철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위한 탈당 시한인 21일 자정께 탈당계를 내고 당의 영향권 밖으로 사라졌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정면충돌

통합진보당은 한 발 더 나갔다. 민주당이 백 후보의 공천을 철회하지 않으면 야권연대 미합의 지역에 통합진보당 후보를 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통합진보당이 거론한 곳은 민주당 후보 공천이 늦어져 단일화를 하지 못한 서울 동대문갑과 성동을 등이다. 특히 안산 단원갑처럼 통합진보당 후보가 미세한 차이(1.7%포인트)로 진 인천 남동갑에도 후보 등록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양당의 야권연대가 파국으로 치달을 조짐이 보이자 시민사회가 긴급 중재에 나서 양당 대표회담을 촉구했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야권연대 성사의 한축인 이정희 대표는 부정 경선 후폭풍을 뒤로하고 선거 지원을 위해 광주로 갔다. 민주당도 대표 회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양당이 퇴로가 보이지 않는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야권연대가 승리의 동력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당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새누리당과 1:1 구도를 만든 지역에서 조차 각당의 지지세를 단일후보가 원만하게 흡수하는 데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은 이미 이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유시민 대표가 민주당 지지세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해 패했고 지난 해 4·27 재보선에서 김해을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으로 양당 지지자들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당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에게 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지난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래로 보수진영은 더 이상 결집할 수 없을 정도로 똘똘 뭉쳐있는 상태"라며 "수도권에서 2000~3000표 이내에서 승부가 나는 지역에서는 3자 구도면 필패고, 새누리당과 1:1 구도라도 야권 지지층이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힘겨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처 입은 야권연대, 중도·무당파 투표 외면 우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2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하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2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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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상처 입은 야권연대가 이명박 정권 심판 정서를 가진 중도·무당파층의 투표 의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층과 중도층이 야권을 외면하거나 투표에 나서지 않는다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은 물론 안 그래도 힘겨운 영남 지역의 총선 전망은 크게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정희 대표가 이날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나와 "오염이 두 군데 같이 있었다", "상대 후보측에서 더 노골적으로 노년층에게 젊은층으로 (위장해 여론조사에 참여하라고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상대방 후보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새누리당이 뒤에서 웃음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이 선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징후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YTN이 한국선거학회와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1일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48.8%, 민주통합당 35.9%, 통합진보당 10.9%로 조사됐다(조사의 표본오차는 96% 신뢰구간에 ±1.54%). 새누리당 지지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지지자들이 강하게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부감을 심판 투표로 보여주고 싶은 젊은 유권자와 중도층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 야권에서 불거진 부정 경선, 경선 불복 등 잡음은 이들의 투표 참여 의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또 "부정 경선을 둘러싼 책임 공방은 관악 을 지역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야권으로서는 이명박 정부 심판 정서를 가지고 있는 중도층이 이번 선거를 외면하지 않도록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고 다시 투표 참여 명분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선거운동 나선 김용민·우원식·노회찬... "야권연대 위기 아닌 증거"

4.11 총선 서울 노원지역에서 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된 민주통합당 김용민(노원갑), 우원식(노원을) 후보, 통합진보당 노회찬(노원병)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노원지역 공동 선거대책본부 발족식'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과 정파와 정당을 넘어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 심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포부를 밝힌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4.11 총선 서울 노원지역에서 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된 민주통합당 김용민(노원갑), 우원식(노원을) 후보, 통합진보당 노회찬(노원병)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노원지역 공동 선거대책본부 발족식'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과 정파와 정당을 넘어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 심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포부를 밝힌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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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쇳소리가 나는 중앙 무대와는 달리 지역별 선거 연대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그나마 야권이 붙들고 있는 유일한 희망의 끈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출마하는 민주통합당 김용민(노원갑), 우원식(노원을) 후보와 통합진보당 노회찬(노원병) 후보는 이날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꾸렸다. 이들은 서로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했다.

이들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단결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연대의 정신을 노원에서부터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노회찬 후보는 '야권연대가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오늘 우리가 보여줬다"며 "가지가 많으면 바람 잘 날 없지만 그래도 가을에 대추가 주렁주렁 달리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야권연대, #이정희, #윤희웅, #안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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