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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4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2011년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4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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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해'입니다. 때가 때인지라 국회의원 후보 '표찰'을 붙인 제품들이 우후죽순 시장에 쏟아집니다. 본 길라잡이는 4년에 한 번 구입하는 국회의원 제품 구매 시 소비자들이 후회없는 선택을 하도록 '제멋대로위원회'에서 만들었습니다. 길라잡이 내용에 불만이나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정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안 겪어본 일 없고 모르는 것 없는 그분(?)께 여쭤 보세요.

한 명당 20억 원 호가, '묻지마' 구매 금물

국회의원 구매는 공식적으로 투표소에서 이뤄집니다. 유권자들인 소비자들은 투표당일 투표소를 방문, 투표용지에 도장을 '꽉' 찍습니다. 개표 결과 가장 많이 득표 한 후보가 다음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구매 확정' 증서를 받습니다. 얼핏 보면 소비자들은 큰돈 들이지 않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 같죠?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선거공영제 나라입니다. 투표용지 인쇄와 기표소 설치, 투·개표 인력 배치 등 국회의원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 전액은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소비자들 주머니에서 충당됩니다.

선거 비용뿐만이 아닙니다. 국회의원 1명의 월급은 각종 수당을 합쳐 월평균 1000만 원이 넘습니다. 여기에 보좌진과 운전사 등 국회의원 1명당 최대 9명의 급여가 제공됩니다. 사무실 운영경비와 기름값으로도 매달 700만 원 넘는 돈을 꼬박꼬박 줍니다. 이렇게 여러 명목으로 국회의원 한 명에게 연간 지급되는 돈은 무려 5억 원. 국회의원 임기 4년을 합산하면 20억 원에 이릅니다. 이 돈은 물론 고스란히 소비자들 몫이죠.

결국 소비자들은 단순 계산해도 20억 원을 호가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제품을 선거시장에서 구매하는 셈이죠. 다른 제품 구매와 달리 후불제이며, 본인이 설령 해당 제품 구매에 동의하지 않았어도 비용은 전가됩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일인 2011년 8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교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자료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일인 2011년 8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교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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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만 원짜리 옷 한 벌을 사더라도 소비자 대부분은 단박 구매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디자인과 가격대의 타사 제품과 견줘보고 제품 소재나 제조사 등도 꼼꼼히 따져 봅니다. 하물며 20억 원이 넘는 최고가 제품을 '묻지마' 구매로 결정한다면 훗날 벽을 치고, 땅을 치고, 피눈물 흘리는 일이 반드시 벌어집니다.

신중 구매를 위한 팁, 알려드릴까요?

우선 제조사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우리나라는 전국 선거시장에 국회의원 후보자 제품을 동시에 출시하는 대규모 공장이 몇 군데 되지 않습니다. 간혹 공장이 아닌 '나 홀로' 창업으로 생산된 제품도 있지만 나중에 대규모 제조사에 흡수되거나 파워가 신통치 않아 실망을 안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조사를 눈여겨봐야 하는 까닭은, 선거철이면 각 제조사도 대목인지라 쓸만하다 싶은 자원은 성분을 가리지 않고 일단 제품으로 출시합니다. 제조사마다 다년의 판매 경험을 축적해 포장술이 워낙 뛰어납니다. 자칫하면 소비자들은 현란한 포장술에 사로잡혀 충동구매 하게 되죠. 개별 제품이 아무리 우수해도 제조사 한계를 극복 못 하는 것이 국회의원이라는 제품의 중요 특징입니다. 제조사를 두 번 세 번 따져 보세요.

제품 출시 경력과 판매 실적이 높은 제조사 제품이라고 무작정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닙니다. 대규모 제조사들이 여태껏 함량 미달 제품을 양산해 소비자들에게 안긴 고통을 상기해 보세요. 과거 실적이 미천해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신생 제조사 제품 구매를 망설이지 마세요. 제조사 상호만 바꾼 것은 신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거, 다들 아시죠.

13일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손수조 후보 지원에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손 후보와 함께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13일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손수조 후보 지원에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손 후보와 함께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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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살아 보자고 구매한 건데, 상전 모시듯 떠받들며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고단할까요? 국회의원은 구매 후 관심 기울이지 않으면 그렇게 전락하기에 딱 좋은 제품입니다. 한 시민단체 조사 결과 18대 현역 국회의원 네 명 중 한 명은 선거 당시 자신이 내건 공약의 절반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구매 확정'을 통보받는 순간부터 자신을 구매해 준 소비자의 편익보다 자신이 소속된 제조사나 족벌·재벌·학벌 등 우리 사회 권세있는 '3대 그룹'의 그물망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움직이기 때문이죠. 국회의원은 철도와 선박 무료 이용, 공항 출입국 심사 시 공항 귀빈실 이용 등 유·무형의 특혜가 200여 가지에 달합니다. 소비자들을 위해 출시됐다지만 이런 특권을 당연시하고 하루이틀 젖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들을 남과 다른 윗자리에 놓고 사고하는 습성을 지니게 되죠.

구매 후 관심 필수, 재구매 신중히

제품 구매 후 도통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소비자들의 무책임도 이런 습성을 심화시킵니다. 본인이 구매한 국회의원이, 본인이 동의하지 않았어도 본인 세금에서 구매대금이 결제되는 국회의원이 어떤 활동 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원이나 그들이 속한 제조사는 알리고 싶어하는 소식만 홍보할 뿐, 정작 중요한 정보는 누락합니다.

초대하지 않았어도 동네 행사에 얼굴 디밀고 거리에서 반갑게 두 손 맞잡아준다고 그 제품이 정상 작동한다고 감개무량하지 마세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신과 당신 가족, 그리고 그 2세들의 재산과 평안까지 축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관심 기울이는 방법, 어렵지 않습니다. 각 제조사나 제품의 홈페이지, SNS 등에 사용후기와 상품평을 꾸준히 올리세요. 혹시 당신의 상품평이나 사용후기가 어느날 흔적없이 통째로 사라졌다면 인터넷 포털이나 언론, 시민단체 등을 적극 이용하세요. 일방적으로 삭제된다는 건, 뭔가 구린 구석이 있음을 반증합니다.

4.11 총선에서 최대 관심지역으로 떠오른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13일 오후 문성근 후보와 함께 구포시장을 방문해 전재수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4.11 총선에서 최대 관심지역으로 떠오른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13일 오후 문성근 후보와 함께 구포시장을 방문해 전재수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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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많습니까? 그럼 더 쉽습니다.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이 보장된 국회의원은 환불이나 반품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최대 불행이지만 소비자에게 최대 행복이 하나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어느 제품이나 유통기한이 4년이죠. 4년 뒤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성사되지 않으면(제조사들이 임의로 결정하는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국회의원은 임기 종료와 함께 뒷전으로 물러나야 합니다.

평소에도 재구매 권한을 십분 활용하세요. 제품 사용에 좋은 의견이 많다면 후원회 가입 등 소비운동을, 나쁜 의견이 많다면 불매운동을 준비하세요. 제품은 마음에 들지만 제조사가 영 거슬린다면 다른 제조사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동일 제품임에도 어느 해는 A제조사로, 어느 해는 B제조사로 출시되는 제품이 있다면 제조사나 제품 모두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판은 달라도 결국 속내는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참, 낯익었다고 재구매하거나 동정심에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것만큼 위험한 행동도 없습니다. 그동안 팔리지 않은 제품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동정심은 너무나 비싼 대가를 수반합니다.

세상과 지역을 바꾸는 건, 월등한 기능의 제품이나 특출한 제조사가 아닙니다. '기억하는 소비자'가 세상을 바꿉니다.

덧붙이는 글 | 윤평호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총선,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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