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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선언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문성근 최고위원이 21일 부산의 한 식당에서 만나 막걸리 한잔을 나누고 있다.
 4·11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선언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문성근 최고위원이 21일 부산의 한 식당에서 만나 막걸리 한잔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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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문성근 최고위원의 대화는 후반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언급이 오가면서부터 두 사람의 어조는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대 박근혜의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선거운동의 고단을 달래주는 피로회복제라며 한 모금씩 나눠 마셨던 막걸리도 한 순배 더 돌았다.

총선 쟁점으로 떠오른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문재인 고문은 "박 위원장이 장학회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억대의 연봉과 차량을 제공 받았다, 도대체 학생 몇 명 분의 장학금이냐"며 "장물에서 얻은 이익이 있는데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문 고문은 "박 위원장 이사장에서 물러난 뒤 최측근을 대신 앉힌 걸 온 천하가 다 아는데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하는 것은 눈만 가리고 '나 없다'고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 위원장이 추진하겠다고 한 남부권 신공항에 대해서도 "충청과 호남을 끌어들여 대구·경북이 원하는 입지를 선정하려는 꼼수"라며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이 정답"이라고 각을 세웠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총선 지원 문제에 대해서 문재인 고문은 "특정인의 당선을 위해 나서지는 않더라도 부산·경남의 정치지형을 바꾸는 일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문성근 최고위원도 "한나라당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으니 도움을 주신다면 적극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박근혜 억대 연봉, 장물에서 이익"... 문성근 "박근혜 비대위 미스터리"

4·11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2일 지역주민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4·11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2일 지역주민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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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문 상임고문은 트위터에 '장물을 남에게 맡겨 놓으면 장물이 아닌가요? 착한 물건으로 바뀌나요?'라고 했는데.
문재인 "박근혜 위원장은 정수장학회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하는데 머리만 숨기고 '나 없다'고 하는 식이다. 박 위원장이 2005년 대선 주자로 나서면서 비판을 받으니 이사장을 그만두고 나서 최측근을 이사장으로 앉혔다. 온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지금 내가 이사장이 아니니 나와는 관계없다'고 한다. 머리만 감추고 나 없다가 아니라 눈만 가리고 나 없다고 하는 꼴이다. 또 박 위원장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억대의 연봉과 차량을 제공받았다. 연봉이 많을 때는 2억이 넘었다. 도대체 학생 몇 명분 장학금이냐. 정수장학회는 과거 박 위원장의 활동에 물적 토대를 제공해 왔다. 과거 장물에서 얻는 이익이 있는데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문성근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화해위원회가 강탈이었다고 확인했다. 국가기관이 적법 절차를 거쳐서 밝힌 내용이다. 보수주의자는 국가와 준법을 중요시한다는데 이럴 때는 국가의 결정을 무시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행태다."

문재인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은 사실 간단하다. 유족들의 요구도 명실상부한 공익재단으로 만들어 부산시민들에게 돌려주라는 것이다. 측근을 이사장으로 앉히지 말고 명망 있는 부산시민들로 장학회 이사진을 꾸리면 된다. 쉬운 방법이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

-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중심의 새누리당 쇄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문성근 "사실상 새누리당 비대위는 박근혜 1인 독재 체제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 운영의 원칙 중 하나로 자리 잡았던 당권 대권 분리도 무너졌다. 그 체제가 들어서는 과정도 미스터리다. 친이와 친박이 그렇게 죽일 듯이 싸우다가 전권을 박근혜 위원장에게 줬다. 박 위원장이 이명박 정권의 적폐를 덮어주는 대신 전권을 넘겨주는 식의 밀약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기이한 사태다."

문재인 "과거 전두환의 국보위를 받들 듯이 비대위가 만들어지고 한 사람의 뜻에 따라 당명이 바뀌고 당이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나 문성근 최고위원은 80만의 국민들이 뽑았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 박근혜 위원장은 22일 방송기자클럽에서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해 "그분들 스스로 폐족이라고 부를 정도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고 말하는 등 심판론에 역공을 펴고 있다.
문성근 "참여정부는 역사적 재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정부에 대해 다 잘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오류도 있었다. 그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도 반성했다. 한미FTA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고문은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참여정부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하고 대안을 찾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위원장은 과거에 대해 반성한 적이 없다. 박정희 독재에 대해 이렇다 할 스스로의 반성이 없다. 혹시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세력이 영원히 폐족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라면 박근혜 위원장 먼저 정계 은퇴를 하는 게 옳다."

문재인 "참여정부는 당시 민심을 얻지 못해 심판을 받았다. 지난 대선에서 참담하게 졌고 총선에서도 참패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이 심판 받아야 할 차례다. 그런데 박 위원장은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로 간다고 한다. 다른 말로 심판받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겠다는 뜻이다. 4년 동안 함께 국정을 운영해 놓고 시치미 뚝 떼는 것은 비겁한 태도다."

"안철수, 부산·경남 바꾸는 데 힘 보태줬으면"

4·11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 문성근 민주통합당 후보가 21일 금곡동 공창복지관을 찾아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4·11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 문성근 민주통합당 후보가 21일 금곡동 공창복지관을 찾아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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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부산·경남의 민심 이반이 있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이 지역에서 뛰기 시작하면 다시 뒤집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는데.
문재인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에서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박근혜 위원장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이전까지 박 위원장이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 것은 그만큼 우리의 역량이 약해서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

문성근 "부산·경남의 총선 결과가 대선에 큰 영향을 줄 테니 우리가 열심히 해서 박근혜 위원장이 부산·경남을 못 떠나게 해야 한다. 박 위원장이 이 지역에 발이 묶여 다른 지역에 못 가면 수도권이나 충청도에 출마한 우리 후보들이 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선거 전략 아닌가.(웃음)"

-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다. 이번 총선에서 안철수 원장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번 총선에서 안 원장의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재인 "안 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우리와 함께하거나 도와준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다. 안 원장이 정치하는 분이라면 제가 통사정이라도 해서 도와달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정치에 뛰어들지 않은 분이어서 선거판에 끌어들이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욕심 같아서는 이번 총선에서 특정인의 당선을 위해 나서지는 않더라도 부산 경남의 정치지형을 바꾸는 일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문성근 "한나라당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으니 도움을 주신다면 적극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참여 여부는 그분이 판단할 일이다. 우리가 직접 만나 도움을 요청할 일은 아닌 것 같다."

- 김두관 경남지사가 <주간조선> 기자에게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지사가 문재인 고문에 대해 "요즘 뜨고 있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과거 기준으로 본다면 대통령감이 아니죠"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재인 "김 지사 본인이 인터뷰한 사실이 없고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했다. 100% 소설이라며 법적 대응을 강력하게 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가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한 이상 더 이상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

- 박근혜 위원장은 20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남부권 신공항은 찬성할 수 없다. 원래 동남권 신공항은 5개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신관문으로 추진됐다. 그럼에도 5개 지방자치 단체 간 갈등 때문에 안됐다. 그런데 여기에 충청과 호남을 끌어들여 남부권 신공항을 만들겠다는 것은 갈등 구조만 더 키우는 꼴이다. 아무런 관심 없는 충청과 호남을 끌어들인 것은 대구·경북 지역이 원하는 신공항 입지를 선정하려는 꼼수로 비친다. 특히 호남은 2007년 무안 공항이 개항하면서 남부권 신공항 논의에 끼어들 이유가 전혀 없다. 

해답은 동남권 신공항의 재추진이다. 당시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없었다. 객관적 기준을 세우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입지를 선정하면 모두 승복할 수 있다. 동남권 신공항이 경제성이 없다는 논리도 받아들일 수 없다. 동남권 신공항의 의미는 국가균형발전에 있다. 효율성만 따진다면 모든 공항은 서울 근처에만 있어야 한다."

문성근 "동남권 신공항은 국가 미래전략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부산은 세계 5위 항구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일본이나 대만에서 유럽으로 가는 물동량 상당 부분이 부산으로 올 수 있다. 그런 수요를 감안해 항만항공을 연결할 수 있는 물류 중심지로서 기능할 수 있는 신공항이 필요하다."

문재인 "다만 신공항의 입지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어느 쪽이 좋겠다고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공항 입지에 대한 평가 기준은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된 게 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동남권 신공항의 취지를 살리면서 그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하면 된다."

"남부권 신공항은 꼼수"... "참여해서 나쁜 정치 바꿔달라"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달라.
문재인 "선거 운동을 다녀보면 재래시장 상인들이나 길거리 점포들, 또 중소영세기업인들 보면 가슴이 아플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전 선거까지는 이분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당하면서도 새누리당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분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는 게 힘든 이유가 나쁜 정치 때문이라는 것을 드디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부가 넘치는데 한쪽으로만 쏠리다 보니 대대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게 나쁜 정치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분노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참여다. 참여해서 나쁜 정치를 바꿔야 한다."

문성근 "민주당도 공천 혁명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1인 독재로 30% 물갈이를 공언하고 그렇게 가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기로 했다. 제도는 민주적인데 시민들이 돌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신인들에게도 굉장히 불리하다. 통합이 늦어지면서 참신한 신인 발굴에 꼭 필요했던 시민전문가 배심원제가 불가능해졌다. 때문에 과감한 전략공천을 도입해야 한다."


태그:#문재인 , #문성근,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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