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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기네스북에 '마라톤'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사람이 있다. 51세 적지 않은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 10여년 만에 마라톤 풀코스 200회를 완주한 정영철(63세)씨. 그가 오늘 사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일반 마라토너의 꿈, 100회 완주를 넘어 200회 완주를 완성한 정영철씨. 그가 마라톤에 대한 집념과 열정의 사나이가 된 건, 2001년(그의 나이 51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 동기생의 권유로 군산 은파관광지(6.4Km) 한 바퀴를 달렸는데 예전과 다르게 무척이나 힘들었던 것. 한 때는 장교 출신(직업 군인)으로 체력만은 강인하다고 자부했건만, 스스로 변한 체력에 실망한 그는 그 뒤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2002년 4월 14일. 전주-군산국제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첫 풀코스(42.195Km)에 도전한 그는 본격적으로 마라톤과의 인생여정을 시작했다. 처음 3년간 2~3회에 머물렀던 풀코스 완주는 2005년 15회, 2006년 20회, 2007년 37회, 2008년 47회로 절정을 기록하며 해가 갈수록 실력을 더해갔다(2009년 38회, 2010년 21회, 2011년 14회 총200회). 시간대별 완주 시간도 다양하다. 3시간대 1회, 4시간대 166회, 5시간대 31회로, 남들만큼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완주를 포기한 적은 없다.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입니다. 평소 훈련과 몸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대회장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대회를 마치고 나서 회복도 중요하죠. 그래서 대회를 앞둔 일주일은 특별훈련기간입니다. 대회 이틀 전부터는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오후 8시부터 잠에 듭니다. 그럼에도 대회를 앞두고 설레는 마음, 걱정하는 마음은 여전한 것 같아요. 누가 그러던데, 이제는 달리기가 쉽지 않느냐고. 하지만 저는 마라톤 풀코스 200회를 뛰면서 한 번도 안 힘든 적이 없습니다." 

 

늘어가는 실력만큼 이론도 겸비했다. 2003년 2월 인터넷 카페 <마라톤 이론>을 개설, 보다 잘 달리고자 하는 달림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카페지기를 맡은 그는 마라톤에 관한 기본 상식부터 대회 준비, 회복방법, 트레이닝 방법, 마라톤과 건강, 영양 및 식이요법, 마라톤과 여성 등 다양한 메뉴로 전국의 마라토너들과 교류했다.

 

또 자신의 대회 기록과 달리기 일지, 체험기 등을 올려 실전에서 오는 경험을 나눴다. 그 결과 현재 4649명의 회원을 보유, 회칙도 없고 합동훈련도 없지만 각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마라토너들의 집합체로 인식되면서 지금도 인기가 대단하다.

 

학교에선 '마라톤 선생'으로 통해

 

마라톤에 푹 빠지면서 생활속 변화도 생겼다. 전직 교사(2010년 군산상고 퇴직)였던 그는 출퇴근을 마라톤으로 했다. 이런 그의 모습에 학교에서는 '마라톤 선생'으로 통했다. 지인들은 "교사는 부업이고, 마라톤이 주업이냐"는 핀잔(?)어린 말까지 들었다. 아내 역시 마라톤에 동참했다. 그가 풀코스를 뛸 동안 아내는 가볍게 마라톤을 즐기며, 먹거리 준비, 대회 봉사활동 등 내조를 했다. 지난 2005년에는 첫 부부완주상을 받으며 의미 있는 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마라톤을 배우고 즐기게 되면서 저절로 꿈도 생겼다. 그가 품은 꿈은 네 가지다. 하나는 <마라톤 이론>클럽명의로 마라톤 대회를 치르는 것. 이 꿈은 지난 2008년 2월 정읍내장산대회에서 성황리에 치뤘다. 다른 하나는 풀코스 100회 완주. 이 꿈 역시 2008년 5월 HCN충주마라톤대회에서 많은 회원들의 축하 속에 성공적으로 이뤘다. 또 다른 하나는 마라톤 가정박물관을 만드는 것.

 

현재 진행 중인 이 꿈은 그가 모아온 마라톤 관련 자료와 클럽 회원들에게 기증받은 것들(자료, 메달, 트로피 등)로 집 안 가득 채워지고 있다. 그 개수만 해도 거실 전체를 덮을 정도. 이 꿈은 마라톤을 하는 이상 계속해서 현재 진행형일 것이다. 마지막 꿈은 마라톤 관련 책을 내는 것. 2003년 신문사에 게재한 마라톤 칼럼과 대회 후기를 모아 책으로 내려는 꿈인데, 그는 이 꿈은 미완성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대신 122편의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놨으니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요긴하게 사용되길 바랐다.

 

"지금까지 꿈을 꾸고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뭔가 가치 있는 일을 이뤄내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200회 완주도 했으니 풀코스 마라톤은 지양하려 합니다. 힘겨운 풀코스 완주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마라톤을 하려 합니다. 그동안 마라톤 한다고 못한 다른 취미도 갖고, 소원했던 친구도 만나고, 무엇보다 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합니다."

 

50대에 마라톤을 만나 지구 반 바퀴 이상을 돈 영철씨. 이제 그는 남은 바퀴를 사람과 더불어 사는 데 쓰고자 한다. 열정과 집념의 사나이에서, 사람을 좋아하고 인생을 즐기는 사나이로 거듭난 영철씨. 왠지 마라톤 이후의 삶이 더 기대된다.


태그:#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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