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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인가 삭막했던 우리 동네 벽에 알록달록 그림이 칠해져 있다. 동네 사람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벽화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동네 벽화가 어느 순간부터 '또 하나의 문화관광지'가 돼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통영 동피랑 마을은 그래서 유명해진 곳이다. SNS에는 어느 지역, 어느 동네 벽화에서 찍었다는 사진이 넘치고 '벽화' 때문에라도 그곳에 가고 싶다는 사람들의 댓글로 아우성이다.

현재 군산도 그렇다. 동네 곳곳에 그려진 벽화가 전국 방방곡곡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암동 철길마을.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벽화로 이미 수많은 사람에게 찍힘(?)을 당한 곳이다.

지난 18일 기자가 만난 주인공은 경암동 철길마을에 동심을 불어넣은 공예·벽화작가, 김앵주(38)씨다. 그녀는 이미 군산 수많은 곳에 벽화를 그렸다. 신광모자원, 농아인 군산지부, 삼성애육원, 군산경찰서, 소룡초등학교, 군산중학교, 은적사 입구 오르막길, 지곡동 공원 등에서 그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재능 기부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그린 그림이다. 벽화들은 어렸을 때 한번 읊어 봄직한 시와 함께 기차, 나무, 자전거, 전화 박스, 창문, 구름 등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로 잔잔한 수채화풍 그림을 선사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는 벽화를 그리고 있다"는 앵주씨는 자칭 '친절한 앵자씨'라는 닉네임으로 벽화를 통해 군산을 알리는 문화 예술 활동가다.

벽화 그리며 재능 기부하는 '친절한 앵자씨'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는 벽화를 그리고 자신도 보람을 느낀다는 ‘친절한 앵자씨’
▲ 공예·벽화작가 김앵주씨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는 벽화를 그리고 자신도 보람을 느낀다는 ‘친절한 앵자씨’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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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누구에게나 쉽고 편하게 다가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제가 그려서 어려우면 다른 사람이 봐도 어렵잖아요. 어린 아이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그런 벽화를 그리고 있어요. 그런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면 저 역시 추억이 쌓이고, 힘들게 그림 그린 보람을 찾는 것 같아요."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살이 빨갛게 타는 고통을 참으면서도 그녀가 벽화를 그리는 이유다. 한 번 벽화를 그리면 일주일에서 한 달이라는 작업 시간이 소요되고, 수많은 인력과 재료비가 투입되는 벽화 그리기. 그림 사이즈로만 봐도 절로 부담감이 생길 법 한데, 그녀는 절대 주눅 드는 법이 없다.

벽화 그리기에 최적의 신체조건(키 180cm)을 자랑하며 자원봉사자들을 인솔한다. 꽤 오래 시간 그림을 그린 전공자의 느낌을 솔솔 풍기는 그녀에게 어렸을 때 "그림깨나 그렸겠다" 했더니 손사래친다. 미술학도도 아니고 그림을 잘 그렸던 유년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 그런 그녀가 벽화 그리기 총괄 팀장을 맡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익숙한 시와 함께 잔잔한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익숙한 시와 함께 잔잔한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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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범한 주부였어요. 전공은 호텔관광학이고요. 저 아는 사람들은 제가 그림 그린다고 하면 다 놀래요. 하긴 저도 제가 이런 일 할지 몰랐으니 삶은 참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초등학교 5학년과 4살 아이의 엄마인 그녀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댁인 청주를 가는 길에 포크아트를 처음 접한 그녀는 한순간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 길로 아기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가 포크아트를 배웠다. 서울에 방까지 얻는 열정으로 1년 가까이 배웠다. 공예방을 꿈꿨는데 거짓말처럼 이뤄졌다.

2009년 작은 공방을 오픈하고 그때 당시 군산에선 생소한 포크아트를 전했다. 그래서 군산대학교 포크아트 평생교육과정도 담당하게 됐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공예방의 세계도 치열해졌다. 그녀는 그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배움을 선택했다.

친절한 앵자씨의 벽화가 삭막한 길을 아기자기한 길로 바꿔주고 있다
 친절한 앵자씨의 벽화가 삭막한 길을 아기자기한 길로 바꿔주고 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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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데코덴, 스템프아트, DDA(플라워아트), 냅킨아트, 페이스페인팅, 세이석고, 플라워아트캔들 등 수많은 공예 자격증을 섭렵하며 군산의 공예 문화를 이끌어 갔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벽화 그리기 제안을 받고 이젠 벽화 그리기 봉사까지 나서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군산의 문화 알림이로서 지난해 8월, 가게를 군산의 근대문화관광중심지로 이전해(이성당 부근), 공방 카페를 열었다.

"벽화를 그리다 보니 관광객과 인연이 돼 만나는 사람들이 복합 다양해지고 있어요. 그 분들은 군산을 굉장히 궁금해 하시고 알고 싶어 하시죠. 그러다 보니 저희 부부는 자연스럽게 군산의 역사과 문화를 소개하고 맛집을 알려주고 있어요. 이제는 군산 여행 전문가가 돼 활동하고 싶다는 계획도 품고 있습니다. 가슴 설레는 일일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생각한 것을 방치하지 않고 실천한 앵주씨. 그래서 평범한 가정 주부에서 공예 작가로 자리 잡고, 군산의 아름다운 벽화를 남겼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을 인내하고 견뎌내다 보니 얻어낸 결실이다. 이젠 그 결실의 길에서 만난 새로운 길(군산여행전문가)을 꿈꾸고 있다. 그녀가 만드는 새로운 길이 벌써 궁금해진다. 그녀와 닮은 가슴 설레는 글과 함께 기사를 마무리한다. 

꿈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간다면, 꿈꾸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꿈은 기대하지 않은 순간 일상이 될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미국의 사상가, 문학가)

실제 집 창문을 활용해 기차를 달리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벽화
▲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벽화 실제 집 창문을 활용해 기차를 달리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벽화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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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해교차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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