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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창용이는 성냥으로 폭탄을 만들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성냥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참 아쉽다.
 친구 창용이는 성냥으로 폭탄을 만들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성냥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참 아쉽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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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야! 폭탄 한 번 만들어보자."
"뭐? 폭탄!"
"응."

동무 창용이는 과학자가 꿈이었다. 특히 그는 무엇이든지 잘 만들었다. 손재주가 많았다. 나는 아무리 정성을 다하여 힘들게 만들었지만 결국 허탕이었다. 과학자의 꿈을 가지고 있는 창용이의 손재주를 칭찬했지만 문제는 과학자가 되려면 물리와 생물, 화학, 수학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창용이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물건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부가 중요하다고 해도 마이동풍이었다.

"폭탄 만들자!"

"창용아! 폭탄을 만든다고? 어떻게 만드는데? 폭탄은 군인들이 만드는 거야. 네가 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폭탄은 폭약과 뇌관, 쇳덩어리가 있어야 한다."
"그럴 필요 없어 간단해. 성냥, 심지만 있으면 된다."
"뭐 성냥과 심지? 그것 가지고 폭탄을 어떻게 만드는데? 너 엉뚱하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엉뚱하다. 세상에 누가 성냥과 심지만으로 폭탄을 만드니.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엉뚱한 것 알지만 네가 한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창용이는 요지부동이다. 창용이다운 생각이지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야릇한 생각도 들었다. '만들기 대장인 창용이 아닌가? 진짜로 만들 수 있다면 대박이다. 그럼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럴지라도 창용이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쉬 가시지를 않았다.

"창용아! 거짓말 하지 마. 무엇이든지 잘 만들지만 아무래도 폭탄을 아니야. 너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야."
"동수야! 너는 보기만 해. 내가 성냥과 심지만으로 폭탄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줄게. 너는 준비만 하면 된다. 우리 집은 엄마와 아빠가 혼낼 수 있으니까? 어디가 좋을까? 그래 너희 집에 가자. 너희 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들이니까? 아마 내가 폭탄을 만들면 좋아 하실 거야."
"그래 알았다. 네가 만들지 못하는 것이 어디 있니. 나중에는 비행기도 만들겠다. 과학자가 되려면 물리, 생물, 화화 공부를 해야지. 너 같은 사람은 처음이다."
"야 임마. 과학 공부도 좋지만 무조건 만들어보는 것도 중요해. 만날 책상에 앉아서 실험만 하는 사람치고 과학자다운 사람은 보지 못했다. 훌륭한 과학자들을 살펴보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실험을 했는지 몰라, 실험하다가 다치고 심지어 죽은 사람도 있더라."

그래도 한 번 더 창용이를 설득하기로 했다.

33년 전 친구 창용이와 태워 먹었던 언덕산
 33년 전 친구 창용이와 태워 먹었던 언덕산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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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무조건 만들어 본다고? 창용아! 만드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원리가 중요하다. 원리를 모르고 어떻게 만드니. 그래 다친 사람, 죽은 사람도 있지만 너 같이 성냥하고 심지만으로 폭탄을 만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네가 무조건 만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지만 폭탄은 아니다. 그냥 우리 집에 가서 놀자. 응! 엉뚱한 생각 좀 하지 말고."

창용이는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우리는 항상 이런 식이다. 창용이는 무조건 만들어 보고, 나는 원리를 알아야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사실 원리와 방법이 일체가 되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아닌가? 그때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 창용이의 말이 맞는지 모른다. 책상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다 해놓은 방법 가지고 실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나름의 방법대로 연구하여 좋은 결과를 내 놓은 과학자가 진정한 과학자가 아닐까?

창용이는 막무가내 과학자 "무조건 만들어 보자"

"우리 집에 간다고 이 번 주 토요일에 집에 가자."

중학교 때부터 자취를 하였다. 토요일이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다. 창용이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한 번씩 집에 갔다. 토요일 창용이와 함께 시골집에 가서 노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다. 어머니가 아이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놀러왔다.

시골집은 작은 언덕 산 밑에 있었다. 키 큰 소나무와 잔디가 함께 어루어진 아름다운 곳이다. 축구게임도 하고 겨울에는 눈 썰매를 타기도 하였다. 비스듬하게 생겼다고 해서 '비슨등'이라고 불렀다. 요즘 아이들은 참 불쌍하다. 이런 터가 있어도 놀지를 못한다.

이른 봄이라 날씨는 쌀쌀하였다. 잔디는 누른빛이다. 이른 봄 바람은 짧고 강하게 분다. 회오리 바람이 부는 경우도 있다. 이른 봄 쌀쌀함을 잊고 우리는 폭탄 제조에 들어갔다. 쌀쌀함이 창용이의 의지를 꺾지 못했고, 바람이 의지를 꺾지 못했다. 우리는 이 짧고 강한 봄바람이 무엇을 예고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창용이의 폭탄 제조법은 간단하였다. 성냥에서 화약을 떼어 내었다. 능숙한 솜씨다. 아니 능숙한 솜씨가 아니라 폭탄을 만드는 사람들이 보면 배꼽잡고 웃을 일이지만 창용이는 진지하였다. 창용이 표 폭탄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33년 전 작은 언덕산을 태워 먹었던 창용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33년 전 작은 언덕산을 태워 먹었던 창용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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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용아! 이것이 어떻게 폭탄이 되는 것이야? 이것은 폭탄이 아니야, 화약이다. 하하하. 불을 붙겠니. 불이 붙어다고 하자 그럼 터질 것 같아. 뇌관도 없고, 파편도 없는 이것을 폭탄이라고. 하하하."

웃음이 절로 나왔다. 배꼽을 잡고 웃을 정도였다.

"응. 폭탄이야. 분명 폭발할 거야. 너는 보기만 해라. 창용이 표 폭탄. 너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내가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는지 아니?"

창용이는 성냥에서 떼어낸 화약에 불을 붙였다. 심지에 불이 타 들어갔다. 화약에 불이 붙었다. 정말 신기하였다. 창용이의 눈에는 성공했다는 자부심이 나타났다. 14살 중학생이 폭탄을 스스로 만들어 성공을 앞두고 있었다.

"창용아? 성냥에 불이 붙었다. 너 대단하다."
"그래 인마 내가 뭐랬니. 할 수 있다고 했지 폭탄을 어려운 것이 아니냐. 사람이 다치지 않지만 폭발하는 것 보라구. 나는 이제 성냥으로 폭탄을 만든 첫 사람이 될 거야. 앞으로 많은 것을 만들 수 있어. 폭탄도 만들었는데 다른 것을 만들지 못하겠어?"

그랬다. 화약은 탁탁 튀면서 불꽃을 뿜기 시작했다. 터질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14살 중학생들이 보기에 그것은 분명 폭탄이었다. 아니라고 말해도 우리는 믿었다. 아니 확신했다. 눈 앞에 폭탄이 폭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용이가 자랑스럽게 여겨졌고, 앞으로 자랑스러운 과학자가 되기를 바랐다.

불이 붙었는데 그만 두라고?

그 때 바람이 불었다. 순간적으로 잔디에 붙었다. 나는 꺼려했다. 급했다. 겁이 났다. 어릴 때가 생각났다. 어릴 때 조카와 함께 불을 가지고 놀다가 마구간을 태워 먹은 적이 있었다. 불현듯 그 때의 일이 머리를 스쳤다. 아직도 그 때 생각이 생생하다. 부모님과 이웃 사람들의 아우성이 귓전에 들리는 듯했다.

"야 그냥 나두어라!"
"뭐 그냥 두라고? 창용아 바람 분다. 지금 안 끄면 불 난다 말이야."
"그냥 둬!"
"뭐라고 창용이 너 정신이 있는 거야. 불을 꺼야지 불을 끄지 말라고?"
"그래. 내가 만든 첫 열매다. 그냥 두라고 조금 후에 끄면 되잖아. 조금 있으면 바람 불지 않을 거야."

하지만 창용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바람을 타고 불은 작은 언덕 산을 태우기 시작하였다. 잔디에 붙은 불은 '탁' '탁' 불똥을 튀면서 날뛰기 시작하였다. '탁' '탁' 튀는 불똥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더 급하게 하였다. 발로 불을 끄기를 수십 번, 소나무 가지를 끊어 끄기를 수십 번,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불은 이미 언덕 산 절반을 태우고 있었다. 불은 회오리가 되었다. 불이 날아다닌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불이 날아 다녔다. 불은 우리 손을 떠났다. 중학생 두 사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난 해 10월 타버린 형님 집. 형님 집은 내가 태워 먹었던 작은 언덕산 바로 위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해 10월 타버린 형님 집. 형님 집은 내가 태워 먹었던 작은 언덕산 바로 위에 자리잡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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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언덕산이 타 들어가는 것을 어른들이 보신 모양이다. 어른들의 손길을 빨랐고, 정확했다. 불은 잡혔다.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작은 언덕산은 자기의 속살을 다 드러내고 검게 타버린 모습으로 창용이와 나를 향하여 울부짖고 있었다. 어른들의 눈길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작은 언덕 산의 타들어간 속살이었다. 작은 언덕산은 말하고 있었다.

'사람의 작은 욕심이 우리에게는 큰 상처가 되는 것이야! 알겠니. 우리가 회복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려. 어른이 되었을 때에 오늘을 기억하면서 창용이와 네가 친구이듯이 우리를 사랑해주기를 원한다.'

작은 언덕산은 나의 놀이터였다. 봄날 새싹이 쏟아나고, 친구들과 뒹굴면서 놀았지만 고마움을 몰랐다. 생명이 얼마나 귀중한지 몰랐다. 하지만 검게 타 속살을 보면서 나의 놀이터를 생명의 땅을 해하였다는 아픔이 마음에 전달되었다.

사람은 작은 경험일지라도 자기의 인생을 바꿀 수있다. 14살의 어린 생각이 생명을 해하였지만 33년이 지난 오늘 작은 언덕산은 또 다른 생명이 잉태되어, 그 생명을 발하고 있다. 사람의 욕심이 새 생명의 잉태의 아픔을 낳게 하였지만 나 스스로에게 주는 생명의 사랑을 선물하였다.

33년이 지난 작은 언덕산, 파릇파릇한 생명 잉태

33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에게 말한다. 생명을 해하는 일을 하지 말라. 가스밸브를 잠그라. 젖은 손으로 전기기구를 만지지 말라. 물론 이런 일이 아이들에게 무슨 유익을 주는지 모르지만 내가 그 옛날 경험하였던 작은 언덕 산의 아픔을 우리의 아이들은 경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은 언덕 산이 말했던 그래 우리 친구로서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한다. 

사람의 욕심만 과하지 않으면 된다. 자연은 우리에게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요구하지 않는다.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하여 우리 것을 요구하거나 빼앗지 않는다. 우리 인간의 욕심이 자연을 해할 뿐이다. 그럼 자연의 보복은 강하다. 자연과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지는 못할지라도. 자연을 해하는 일만은 하지 말자는 것이 나의 삶의 작은 바람이다.


태그:#성냥폭탄, #산불, #작은 언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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