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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딸)가 졸업을 했습니다. 아내가 중국음식인 '울면'을 먹고 난 후 양수가 터져 나왔는데 벌써 초등학교 졸업입니다.
 둘째 아이(딸)가 졸업을 했습니다. 아내가 중국음식인 '울면'을 먹고 난 후 양수가 터져 나왔는데 벌써 초등학교 졸업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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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 1일 아내는 점심으로 울면을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어떤 타박을 들을지 몰라 시켜먹었습니다. 먹은 후 1시간쯤 지났는데 아내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보! 몸이 이상해요."
"무슨 일이에요?"
"양수가 터진 것 같아요."
"양수? 그럼 어떻게해요."
"빨리 병원에 가야해요."


부리나케 나섰고, 도착한지 1시간만에 건강한 아기가 태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벌써 초등학교 졸업을 했습니다. "시간이 유수"라더니 틀린 말이 아닙니다. 지난해 큰 아이 졸업에 이어 벌써 두번째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가 되어 무엇을 했는지 답답할 때도 많습니다. 아직 어려 그런지 아빠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막둥이는 빠지지를 않습니다
 엄마와 함께. 막둥이는 빠지지를 않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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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졸업때는 꽃다발 근처도 가지 못했는 데 거금 만원을 들려 꽃다바을 하나 샀습니다. 꽃 몇 개인데 만 원입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사주지 않으면 그래도 눈물 많은 딸이인데 눈 한 번 딱 감았습니다. 세상에가 가장 예쁜 아이고, 그런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입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는 책으로 공부 잘하며
우리들도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44년 전 초등학교 졸업때 불렀는데 아직도 졸업식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떨립니다. 많은 이들이 졸업식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5학년 동생들이 부르다가 그만 노랫말을 잊어버렸습니다. 속으로 요즘은 '연습도 안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에 가서도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친구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중학교에 가서도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친구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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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졸업장을 탄 우리 딸, 과연 중학교에 가서 잘 할 수 있을까요? 44년 전에는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우리들은 물러갑니다"라고 부르면서 여기서 '훌쩍', 저기서 '울먹'하면서 울음바다가 되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울음보다는 함박웃음입니다. 졸업식 때 꼭 울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6년 동안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는 데 마냥 웃음만 짓는 것도 왠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졸업식 최고 음식인 '짜장면'을 먹는 시간입니다. 며칠 전부터 큰 아이는 '짬뽕', 막둥이는 '짜장면'입니다. 동네 중국집이 아닌 '00쟁반짜장' 체인점 형식이라 옛날 짜장면 맛은 아니지만 중국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그런데 짜장면은 막둥이만 먹고, 주인공은 딸 아이는 '쟁반짬뽕', 큰 아아는 '짬뽕'입니다. 중국집은 원래 짜장면 아닌가요. 졸업이라 '탕수육'까지. 아내가 한 턱 냈습니다.

졸업날 중국음식이 최고입니다.
 졸업날 중국음식이 최고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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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먹고 태어난 딸, 빛나는 졸업장을 탔습니다.

서헌아 벌써 초등학교를 졸업하구나. 엄마가 울면을 먹고 낳았단다.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지. 건강하게 태어난 모습을 보고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간다. 초등학교때 너는 옆 친구들을 돌보고, 챙겨주는 아이였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 잊지 말고. 다른 사람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한다. 미움과 증오보다는 사랑하고 양보하고 섬기는 사람이 되거라. 그리고 불의를 보면 참지 말고 의로운 분노를 가져야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고 의와 거룩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아빠가-


태그:#졸업, #딸, #졸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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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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