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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한 전통시장 골목. 전등불 하나 없는 전통시장과 밝은 대낮같은 대형마트와 하늘과 땅 차이다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한 전통시장 골목. 전등불 하나 없는 전통시장과 밝은 대낮같은 대형마트와 하늘과 땅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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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마트 탐욕이 끊임 없습니다. 하이에나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야금야금 잡아 먹고 있습니다. 우리 집은 30년이 넘은 전통시장입니다. 전통시장 붕괴가 현실임을 눈과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1층 시장 골목을 지나다 보면 전등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볼 때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전등 불빛 하나 정도는 켜져 있었는데 이제 그 불빛마저 사라지고 없습니다.

전등 불빛 하나 없는 전통시장 골목

사람들도 북쩍거렸던 골목에는 잡동사니가 가득합니다. 대낮처럼 밝은 재벌마트와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러니 전통시장이 아니라 대형마트에 간다"고.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불빛 하나, 잡동사니로 가득한 전통시장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재벌마트 탐욕 때문임을 알아야 합니다.

1월 25일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2003년 1695곳에서 2010년 1517곳으로 7년 동안 178곳이 사라졌습니다. 해마다 25개가 사라진 것입니다. 하지만 SSM은 234개에서 694개가 늘어 929개였습니다. 해마다 약 100개가 늘어난 것으로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을 죽이기 첫발이었다면 기업형 슈퍼마켓은 마지막 숨통을 끊는 하이에나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아래 전통시장 골목 전화번호 앞 자리가 두 자리이다. 세 자리로 바뀐지가 10년이 넘었다. 전통시장이 붕괴 직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집 아래 전통시장 골목 전화번호 앞 자리가 두 자리이다. 세 자리로 바뀐지가 10년이 넘었다. 전통시장이 붕괴 직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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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가 된 재벌마트가 전통시장을 얼마나 파괴시켰는지 점포 전화번호에서도 확인됩니다. 점포 이름이 '하동식육점'으로 전화번호가 두 자리입니다. 요즘 전화번호 '국번'은 두 자리는 없습니다. 세 자리로 바뀐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어떤 곳은 네 자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10년 전부터 이미 저 점포는 주인 없었던지 아니면 그저 먹고 살기 힘들어 간판조차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삶이 팍팍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 국번이 아직도 두 자리... 무너진 전통시장 상징

저 전화번호로 아무리 걸어도 없는 전화번호입니다.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전화번호를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상권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아래 할머니는 1990년대 초반까지 동네마트를 했는데 이제는 누구하나 찾아오지 않고, 굴과 바지락 그리고 홍합을 까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햇빛과 비바람을 가리겠다고 만든 천막에 구멍이 숭숭뚫렸습니다.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분들 가슴에 구멍 숭숭 뚫린 것처럼 보입니다.
 햇빛과 비바람을 가리겠다고 만든 천막에 구멍이 숭숭뚫렸습니다.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분들 가슴에 구멍 숭숭 뚫린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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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내려다 보면 햇빛과 비바람을 가리기 위해 만든 천막이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 보입니다. 무너진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분들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처럼 보입니다. 말할 것입니다. 저렇게 해놓으니 손님이 오지 않는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돈 얼마나 들어간다고 깨끗하게 하면 고치면 손님이 올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놓은들 걸어 5분만 가면 있는 재벌마트로 발걸음을 옮기는 손님들 마음을 돌릴 능력이 이미 그들에게는 없습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숨통을 조금씩 조이는 재벌마트가 그 탐욕을 멈추지 않는 한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전통시장이 스스로 생존 능력을 키우라고 하는 것은 세살 먹은 아이에게 부모님 생존을 책임지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만큼 골목과 전통시장은 스스로 자신들 생존을 책임질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골목과 전통시장 숨통 조인 재벌마트, PX까지 내꺼

그렇다면 법과 제도를 통해 재벌탐욕을 제재하고, 골목과 전통시장은 지원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서 상인들에게 생존 능력을 키우라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벌마트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주시의회가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 대형마트를 강제 휴업시키는 조례를 통과시켰고, 서울시가 각 자치구별로 이르면 3월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심야영업을 제한하고 월 2회 강제휴무를 시행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주말에 장사하지 않으면 직격탄을 맞는다"거나, 헌법소원을 내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뻔뻔합니다.

재벌마트가 이제 PX진출까지 시도하고 있다.
 재벌마트가 이제 PX진출까지 시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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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재벌마트가 PX에 대형마트가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9일 강원도에 따르면 SSM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가 군장병과 가족 등이 이용하는 군인면세점 4곳에서 지난해부터 신선류 품목을 위탁판매하고 있는데 위탁판매는 춘천 2곳을 비롯해 양구 1곳, 화천 1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서울신문> PX까지 노리는 대형마트)

재벌마트 탐욕이 블랙홀처럼 상권이란 상권은 다 빨아들이려고 작정을 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과연 재벌마트 탐욕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요. 여기서 탐욕을 멈추지 않는다면 골목과 전통시장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는 자신들까지 무너질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 (야고보서 1장 15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통시장, #재벌마트, #골목상권, #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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