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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민단체 중에서 변호사가 상근하는 조직은 손에 꼽힌다.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단체이면서도 상근변호사가 오랫동안 없었던 참여연대에 작년 8월에 문을 두드린 사람이 김남희 변호사(사진)이다. 김 변호사는 이직하게 된 계기를 "성공하지 않아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고민"으로 꼽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화려한 로펌 변호사직을 포기하고, 정봉주 판결을 읽고 "정봉주법" 제정을 추진하며, "시민단체 일이 너무 적성에 맞는다"는 김 변호사를 지난 7일 만났다 - <기자말>



- 참여연대에는 언제 이직하셨는지요?

"2011년 8월 16일부터 출근했고, 3개월의 수습 마치고 11월 14일 정간사가 되었습니다."


- 이직의 계기가 있다면?

"참여연대에 이직하게 된 계기는 유학생활의 영향이 컸어요. 저는 로펌(법무법인(유) 태평양)에서 6년간 근무 후 유학 생활을 하면서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총 1년 8개월을 살았어요. 한국에서 엘리트의 위치에 있었고 주변인들도 엘리트 집단이었는데, 평범한 학생이자 동양인 아줌마의 입장에서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많이 목격했죠.

 

그때 다가온 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참 행복하게 살고있다는 것이었어요. 인상적이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성공하지 않으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분위기로 몰아붙이고, 성공해서 돈을 많이 모으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사회예요. 그런데 외국은 그렇지 않아요. 성공 여부를 떠나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어떻게 우리 사회가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지 2년 가까이 고민했어요. 그 고민과 로펌 업무와는 너무 상반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사회를 위해 더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결심이 서서 로펌을 그만뒀어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지 몰랐는데 친한 친구가 제 고민을 듣고는 참여연대를 소개해 줬어요. 그래서 근무를 하게 됐어요."


- 로펌에서 담당하셨던 업무분야는 무엇인지요?

"로펌에서는 기업법무, 기업 인수 및 합병(M&A), IT 부문 자문 업무를 담당했어요."


- 요새 각 로펌에서도 공익활동을 활발하게 하지만 공익법활동은 그렇지 못합니다.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가 가지는 공익법활동의 한계는 무엇인가요?

"로펌은 기본적으로 전문적인 법분야에서 정제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굉장히 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로펌도 공익법활동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것이 아니고 정의에 대한 법조인의 기본 욕구가 있지요. 그러나 고부가가치 산업인 로펌의 특성상 공익법활동은 부수적일 수밖에 없어요."


- 법률서면을 작성하시다가 보도자료나 성명서를 작성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써보니 딱 제 적성이더라고요(웃음). 변호사로서 의견서를 쓸 때는 유보적이고 가치중립적인 문장들을 써야 했는데, 자기 입장을 가지고 의견을 확실히 드러내는 글쓰기가 적성에 맞아요."

 

- 참여연대에서 받는 대우는 어떤가요? 로펌에서 생활할 당시와 달리 불만은 없으세요?

"대우는 들어오게 되면서 많이 포기했어요. 어차피 돈 벌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니까요. 현재 대우는 일반 변호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아요. 다만 공익변호사라 하더라도 적정 수준에서 임금을 받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적어도 생계를 포기하면서 일을 할 수는 없는 것 같고, 그런 부분에서도 앞으로 다함께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 다른 공익법 또는 공익단체 중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참여연대가 복지와 사회에 대한 구조적인 개혁에 대해 제일 고민도 많이 했고, 제가 가진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가장 맞는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 들어온 지 반년이 된 셈인데, 그동안 기억에 남는 활동들이 있다면?

"다 인상적이고 좋았는데, 국가보안법 폐지연대에서 활동하면서 홍제동 보안수사대 앞에서 일인시위 나간 것이 기억에 남아요. 당시 팻말을 들고 있는데 굉장히 추웠어요. 임신 중이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고. 활동을 하다 보면, 정신적인 노동도 있지만, 육체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도 많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더 재미도 있고 역동적인 것 같아요."


- 참여연대 활동에 대한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주변인들의 피드백은 많이 들어오죠. 인간관계는 정치적인 친밀관계와 다르니 스펙트럼이 다양한 친구들이 있는데, 정치적인 입장이 있는 글들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공감하니까 좋아요."

 

정봉주 판결문, 읽기 불편했다

 

- 구체적인 문제를 다뤄보죠. '정봉주 판결문'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사실판단과 법리의 문제점을 간략하게 짚어본다면?

"정봉주 판결문의 핵심은 당시 정봉주 의원이 문제제기를 할 때 이 사실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예요. 문제는 법원이 정봉주 전 의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무시하고 허위사실유포를 했다고 인정하여 유죄가 된 점입니다.


나경원(당시 대변인) 의원과 한나라당이 해명을 했기 때문에 허위의 사실임을 정봉주 전 의원이 알았다고 볼 수 없어요. 그쪽에서는 당연히 해명할 입장이고 그걸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죠. 또 기본적으로 정봉주 전 의원이 한 말이 의혹제기 수준에 불과해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죄로 처벌될 것이 아니고, 구성요건 면에서도 심하게 판단한 것 아닌가 싶요. 의견 정도의 수준, 의혹 제기 정도 수준에 있는 발언들에 관해 허위사실유포라고 판단한 것도 부당합니다.


위 판결문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어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특정한 공직 후보자의 범죄 혐의 등과 관련한 의혹의 제기는 원칙적으로 수사 및 재판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공적 기관의 보완적 역할에 그쳐야 하고, 공적 기관의 판단은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

 

사실 우리나라 검찰의 중립적 위치가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발표가 합리적이고 수긍할만한 것인가는 굉장히 의문이에요. 또한 법원도 굉장히 권위적인 입장에서 판결을 내렸다고 보이고, 실체적 진실과 구체적 타당성을 기한 것인지는 의문이 들어요."


- '정봉주법'으로 대표되는 형법, 공직선거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서도 개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개정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처벌조항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 생긴 규정이잖아요. 선거의 공정성은 중요한 가치이고, 표현의 자유로 일체의 흑색선전이나 비방이 난무할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의 문제는 공공 기관들이 위 법조항들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공정한 선거를 위한 법으로 사용해 왔는지가 의문시된다는 것입니다. 집행과정에서 편파적인 기소와 수사가 난무하고, 정치적 탄압의 수단으로 사용된 것도 사실입니다. 개정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집행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 [SNS 애정남녀]가 6회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대해 한정위헌결정을 내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인터넷, SNS를 사용한 선거운동은 허위사실유포를 제외하고 상시 허용되는 것인가요? 아직도 남아있는 한계는 어떤 것이 있을지요?

"그건 좀 의문의 여지가 있어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이 법원에 대해 갖는 기속력'의 문제인데,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을 대법원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것은 헌법재판소의 법률해석일 뿐이고, 대법원은 해당 법률을 한정위헌이라고 해석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지요. 따라서 종전 공직선거법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시민들에 대한 재심청구는 안 받아줄 것이고요.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규제를 안 하겠다고 말을 했지만,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검찰이 기소를 할지 여부, 법원이 판단을 제대로 해줄지 여부는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럼에도 한정위헌결정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데, 공이 법원이나 검찰에 넘어온 상황이죠."


- 지난 4년간 공익법센터는 공익소송과 입법 및 개정활동을 통해 표현의 자유에 주력해 왔습니다. 앞으로 공익법센터가 주력할 새로운 활동과 법률 분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몇 년간 표현의 자유에 대해 많이 활동해온 것이 사실인데, 이번 정권에서 표현의 자유 탄압이 노골적으로 심해지고, 그로 인해 정치적 자유가 심각하게 후퇴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부분의 활동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사회의 전반적 부분에서 법률이 공익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활동해야 할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공익소송을 위한 법제, 이를테면 집단소송제 같은 공익법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거예요. 법률을 통해 우리 사회 불합리와 부조리를 개선하는 것이 공익법활동의 한 축이라면 또 하나는 공익법활동 영역에서 활동할 법조인을 길러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인 것 같아요. 소수자나 법률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익소송도 병행할 겁니다."


태그:#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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