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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붕 세 가족' 통합진보당이 충선 후보 경선 갈등으로 인해 통합 성공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출범식에서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가 당기를 흔드는 모습.
 '한지붕 세 가족' 통합진보당이 충선 후보 경선 갈등으로 인해 통합 성공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출범식에서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가 당기를 흔드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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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부터 그와 유사한 혼란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징후를 알고 미리 막아보려고 애썼지만, 이런 저의 우려를 전달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지난 1일 당내 총선 예비후보 경선 룰 갈등에 대해 이처럼 무력감을 토로하면서 "경기도 지역 후보경선에 어처구니없는 혼돈을 일으켰던 1월 30일 밤의 사건"을 언급했다.

유 대표가 언급한 사건이 일어난 경기도 지역은 구리와 하남이다. 이곳에서는 원래 1월 30일 당 총선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이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 선관위는 갑자기 이를 중단시켰다. 현장 투표에서 사용할 투표용지에 '기권란'을 넣기 위해 투표용지를 다시 제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 중앙선관위와 경기도당 선관위는 선거 중단을 결정하면서 공식회의조차 열지 않았고 공동 대표단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이날 투표 진행에 대한 안내문이 선거인단에 이미 전달된 상태였지만 당 선관위는 투표 연기 사실을 당일 투표개시 1시간을 앞둔 오전 8시께 문자 메시지로 통보해 원성을 샀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선거 투표 용지에 기권란 추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당내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 논란으로 번졌다. 민주노동당 출신 후보가 국민참여경선에서는 열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투표용지 재인쇄를 핑계로 현장 투표를 연기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지역에서는 당원 투표의 경우 총 350명의 선거인단 중 210여 명이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같은 당에서 온 후보가 절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참여경선에서는 총 2100여 명의 선거인단 중 절반 가까이를 통합연대 출신 후보가 모은 것으로 알려져 민노당 출신 후보의 고전이 예상됐다.

이에 따라 투표 연기 사태에 대해 일부 후보와 당원들이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해야 할 선관위마저 특정 정파의 이익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분노한 일부 당원들 "10·26 부정선거와 뭐가 다르냐"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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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당원은 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10·26 선거부정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르냐"고 했고, 또 다른 당원도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당 운영 행태와 지금 우리당의 상황이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국민참여당 출신 일부 당원은 "다시 당을 쪼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백현종 당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민참여경선 결과를 여론조사 결과와 합산하는데 있어 여론조사의 '모르겠다'처럼 투표에서도 '기권'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당규를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그는 "일련의 모든 상황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각 정파 간의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참여경선이 연기된 하남에서는 특정 후보가 경선을 앞두고 새 당원들을 대거 입당시키면서 당비를 대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조승수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울산 남구에서도 기획 입당과 당비 대납 의혹이 불거져 경선 과정이 중단됐다. 조 의원 측은 당 선관위에 상대 후보의 당비 대납 의혹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 같은 통합진보당 내 갈등은 옛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통합해 한 지붕 아래 모이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결별을 부른 원인이었던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가 여전히 고질적인 병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결국 통합 당시 총선 후보를 결정할 때 합의 조정을 우선으로 한다는 합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중앙당 후보조정위원회와 대표단이 일부 지역에 권고한 후보 조정안과 국민참여경선 반영 비율을 높인 경선 규칙도 옛 민주노동당 출신 후보들이 모두 거부했다. 진성당원제 원칙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압도적인 당원세를 통해 경선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당이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져있다"고 무력감을 나타냈다.

유 대표는 그 원인으로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를 언급하지 않았다. 당내 화약고와도 같은 패권주의 논란에 대해 "어떤 분들은 '특정 정파의 횡포'를 거론하지만 저는 이런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피해 갔다. 참여당 출신의 한 당직자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꺼렸다. 

당비 대납 의혹까지...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가 당 망쳐"

하지만 당내에서는 공공연히 '패권주의가 당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민주노동당 출신인 정성희 전 최고위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정 정파의 패권놀음으로 몇몇 지역구 후보조정이 난항을 거듭해 당의 심각한 균열이 예상된다"며 "특정 정파의 무능과 패권이 통합진보당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참여당 출신 당원들이 총선 후보 경선을 통해 옛 민주노동당 당권파들의 패권주의를 접하게 되면서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내 갈등은 3일 긴급 소집된 전국운영위원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 전국운영위에서는 경선 파행을 빚은 구리, 하남과 울산 남구 문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후보 조정안을 거부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는 서울 성북갑, 성북을, 구로갑, 울산 동구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진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2일 울산을 직접 찾아 후보 조정안을 설득하는 등 중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2일 대표단 회의에서 "통합을 완성하는 것은 결코 평탄한 길은 아니나, 우리 당원들의 힘으로, 우리 당원들의 의지로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이해하면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갈등이 오히려 더 증폭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시민 공동대표 측이 문제를 일으킨 백현종 당 선거관리위원장과 일부 핵심당직자의 사퇴 요구안을 전국운영위 안건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 대표는 사퇴안 관철을 위해 대표직 사퇴 카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대표 측은 공동대표단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당의 구조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총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유 대표는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 확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넉 달 임기가 남은 과도기간 대표단이라고 할지라도 기민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 대표는 2일 당 대표단 회의에 다시 불참했다.

심상정 공동대표도 당 대표단 회의에서 당의 혁신을 요구했다. 심 대표는 "당이 천명한 진보적 대중정당 노선은 당의 혁신과 성찰을 포함한 과제였다"며 "그동안 진보정당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국민들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던 원인들, 낡고 분열적인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전국운영위에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실제로 유 대표가 사퇴 카드를 꺼내 들 경우 통합진보당은 통합 2개월여 만에 최악의 당 내분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5일로 예정된 총선 승리 전진대회도 반쪽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통합진보당의 한 당직자는 "공동대표단 사이에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전국운영위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지붕 세 가족' 통합진보당이 통합 성공의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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