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나로도는 나로도 아이들의 미래다. 나로도에 추진되고 있는 화력발전소 건설은 아이들에게도 물어봐야 한다.
 나로도는 나로도 아이들의 미래다. 나로도에 추진되고 있는 화력발전소 건설은 아이들에게도 물어봐야 한다.
ⓒ 송성영

관련사진보기


전남 고흥에 추진되고 있는 화력 발전소 건설에 대해 언론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요? 인터넷에서 화력발전소에 관한 기사를 검색하다가 <동아일보>에서 발행하는 <어린이 동아>의 '사고력 쑥쑥 뉴스읽기'라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쓴 이 기사(2012년 1월 30일 치)는 '화력발전소 우리 뒷마당엔 안 돼~'라는 제목으로 '님비 현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먼저 '전남 고흥군에 유연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최근 찬성과 반대 측이 이루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며 운을 뗍니다.

"찬성 측은 '발전소가 유치되면 지역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최신 설비가 들어서는 만큼 환경오염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은 '발전소 가동과 함께 공해가 유발되어 청정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라면서 '후손들에게 깨끗한 고향을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반박했다."

화력발전소 반대하면 무조건 이기주의자?

<어린이 동아> 기사
 <어린이 동아> 기사
ⓒ <어린이 동아>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얼핏 보면 찬성과 반대 입장을 공정하게 다룬 기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기사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님비 현상'을 설명하면서 노골적으로 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 뒷마당에는 안 돼~"라고 주장하는 이기주의자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기사를 좀 더 볼까요?

"어동이네 반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을 용기를 들여오기로 했어요. 친구들이 먹다 남긴 간식, 과일 등이 일반 쓰레기통에서 썩어 좋지 않은 냄새가 났기 때문이죠. 음식물 쓰레기 용기가 생기면 더욱 쾌적하고 청결한 교실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런데 이 쓰레기 용기를 어디에 놓을지를 두고 학생들의 고민이 시작되었어요. '냄새가 난다' '더럽다'면서 자기 책상 근처에 놓기를 반대하는 친구들이 많았던 것이죠. 학급에 꼭 필요한 음식물 쓰레기용기, 어디에 두어야할까요? 

이 같은 상황을 '님비(NIMBY) 현상'이라고 부른답니다. NIMBY는 'Not In My Back Yard'의 준말로 '우리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뜻이에요. 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어딘가에는 꼭 설치해야 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 설치되면 공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에요."


학급에서 친구들이 먹다 남긴 간식 과일 등의 음식물 쓰레기를 담을 용기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를 예로 들었습니다. 기사는 화력발전소를 '음식물 쓰레기 용기처럼 꼭 설치해야만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화력발전소는 당연히 건설돼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해가며, 그것을 반대하면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이 기사는 '님비현상'에 대한 설명을 통해 화력발전소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기사를 읽는 어린이들에게 '화력발전소 건설'은 선택의 여지없이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었습니다. 설령 자신들의 뒷마당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선다 할지라도, 반대하면 여지없이 '님비현상' 이기주의자로 몰리게 될 것이니까요.

공해 없는 세상, 어린이들의 미래는 누가 신경쓰나

이런 단세포적인 논리에 어린이들은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요? 입으로 들어가는 소중한 음식물들이 어디에서 오는가보다는 음식물 쓰레기 담을 용기 놓을 자리에 대한 고민을 하면 될 것이고, 화력발전소가 우리의 산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건설해도 상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기사에는 미래도 없고 희망도 없어 보입니다. 흙과 물과 햇빛이며 농부님들의 정성과 수고로움, 거기다가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들의 정성스런 손길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먹다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 담은 용기를 어디에다가 놓을 것인가? 화력발전소 건설로 인해 바다가 죽어가고, 어민들이 고통 받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화력발전소를 어디에 건설하면 될까?'를 고민하면 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기사에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음식물을 남겨 쓰레기 용기는 꼭 필요한 것이며 화력 발전소는 꼭 건설해야만 하는 것일까?'

음식물 쓰레기 용기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농부님들이 피땀으로 일군 곡식이며 그 곡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들의 정성스런 손길을 생각해서 음식물을 남기지 말자. 그렇게 되면 음식물 쓰레기 용기 따위를 어디에 놓게 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가르칠 수는 없는 것일까요?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전력 소비국가다. 다른 선진국처럼 화력발전소와 같은 공해 시설은 더 이상 설치하지 말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 나가면서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 전기를 아껴 쓰는 불편함을 감수하게 되면 그 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누릴 수 있다'라고 가르칠 수는 없는 것일까요?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말할 것도 없이 자본가들, 건설업자들입니다. 또한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 건설을 부추기고 있는 언론들은 '화력발전소 우리 뒷마당엔 안 돼~'라는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 <동아일보>와 같은 보수 언론들입니다. 결국 그들은 자본가들, 건설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공해 없는 세상을 누려야 할 어린이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왜 나로도 아이들의 의견은 묻지 않나요

그렇다면 화력발전소가 들어서게 될 나로도의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지난 1년 동안 나와 함께 글쓰기 공부를 했던 나로도 봉래초등학교 논술부 아이들이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가끔씩 그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아이들을 만나곤 합니다. 아이들은 나로도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싶어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 그 누구보다도 아이들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바닷가에 화력 발전소가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화력발전소가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글을 써 보라고 했습니다.

하루 만에 글 한 편이 올라왔습니다. 6학년 예빈이의 글이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예빈이는 논술부 후배 동생들을 잘 챙기는 속 깊은 아이입니다. 글쓰기 수업 중에 내가 천덕꾸러기 아이들에게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향해 화를 낸 것도 아니었는데 책상에 엎드려 오랫동안 눈물을 흘렸던 순수한 아이였습니다.

'화력발전소'에 관한 예빈이의 글은 지난 1년 동안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그랬듯이 부족한 나 자신을 일깨워 주고 있었습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자연의 '자정 기능'까지 언급했고 화력발전소와 같은 중요한 사업을 결정하는데 왜 자신들과 같은 어린이들의 의견은 묻지 않는지를 따지고 있었습니다. 예빈이의 글을 한 번 볼까요?

돈 때문에 자연 파괴... 이건 정말 아니잖아요

아침 해가 오르는 바로 저곳이 나로도. 만약 화력 발전소가 들어서면 과연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을까?
 아침 해가 오르는 바로 저곳이 나로도. 만약 화력 발전소가 들어서면 과연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을까?
ⓒ 송성영

관련사진보기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나로도에 화력발전소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 화력발전소는, 건설하는데도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또 그렇지 않아도 파괴돼 가고 있는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된다고 한다. (중략)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요즘 따라 도로도 다 부수고 쳐 내서 떼어낸 뒤 다시 깔고, 주황색 불만 깜박거리는 필요 없는 신호등이 켜져 있는 것일까. 내가 어린이여서 그런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지?

첫째로 환경이 파괴되는 게 싫다. 이곳은(나로도)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맑은 물과 산뜻한 숲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깨끗한 곳에 새까만 연기가 나오고 회색빛이 감도는 발전소를 세운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화력발전소로 인해서 수익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봤자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 우리 주민한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일까. 돈 때문에 그까짓 돈 때문에 자연이 파괴된다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연도 스스로 깨끗이 원래의 모습으로 만드는 '자정의 기능'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그 자정의 한계선을 지나가려하고 있는 것 같다. 자정의 기능은 어른들도 많이 모르고 있는 자연의 신비한 기능이다. 우유 200ml만 버려도 깨끗한 물 약 20000컵 정도를 부어야 정화가 된다. 그런데 화력발전소라니. 화력발전소를 세우면 그 주변 바다의 온도가 높아져 물고기(어패류)가 살기 힘들다고 논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동네에는 어민들이 많은데 그 많은 어민들을 무얼 하며 살아가라는 것일까. 

둘째로 우리 어린이들의 의견을 묻지 않는 게 싫다. 나는 우리 논술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건설 될 때까지 몰랐을 것이다. 난데없이 자는 데 벼락 맞은 느낌이다. 주민들의 유치희망 서명에서도 왜 우리는 빠지는지 이해도 안 되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클 만큼 컸는데 말이다. 돈이나 사탕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람들처럼 뒷거래도 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어린이들도 자연을 아낄 줄 알고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할 줄 안다. 창의력도 어른보다 뛰어나서 더 많은 경우의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을 살리는데에도 어린이들의 의견을 물어본다고 한다. 개를 도와주는 단체에서는 어린이들의 서명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개와 동물을 포함한 거대한 자연을 살리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중략) 이 중요한 문제에서 왜 어린이들의 의견을 묻지 않는 것일까. 개를 도와주는 곳에서도 어린이들의 서명을 받는데. 중요한 결정은 꼭 어른들만이 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 솔직히 두 번째 나의 불만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 어린이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른한테 잘 속는 것도 우리 같은 어린이이고. 하지만 첫 번째 나의 불만은 정말 중요하다. 지금 지구도 예전보다 온도가 상승해서 당연히 수온도 올라가고 그래서 남극의 빙하가 녹아서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고 있다. (중략) 화력발전소. 우리의 자연은 어떻게 될까. 우리의 자연이 위험하다." - 나로도 봉래초등학교 6학년 황예빈

예빈이의 글을 읽어 보고도 과연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님비 현상'이라 몰아붙일 수 있을까요? '너는 전기를 쓰지 않냐?'라는 단세포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을까요?

화력 발전소가 추진 중인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의 미래는 예빈이와 같은 나로도 어린이들입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나로도는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누려야 할 미래며 희망입니다. 예빈이 말대로 '그깟 돈' 때문에 이 미래와 희망을 자본가들, 개발업자들에게 팔아 넘겨야 되겠습니까?


태그:#화력발전소, #어린이 동아, #님비현상, #나로도 황예빈, #어린이들의 미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