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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추위에 강한 동물이지만, 송아지는 그래도 힘들지요. 옛날에는 옷을 입혀주었는데 요즘 '보온등'을 켜두면 녀석들이 한 번씩 와서 추위를 녹입니다.
 한우는 추위에 강한 동물이지만, 송아지는 그래도 힘들지요. 옛날에는 옷을 입혀주었는데 요즘 '보온등'을 켜두면 녀석들이 한 번씩 와서 추위를 녹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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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도 다 있습니다. 막내동생이 한우를 15년을 키우고 있는데 보온등 아래에서 추위를 나고 있는 송아지 녀석을 찍어 엄지뉴스에 올렸는데 이번 주 '엄지짱'에 뽑혔습니다. 한우는 추위에 강한 동물입니다. 웬만한 추위는 이겨낼 수 있지요. 하지만 송아지는 아무래도 추위에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에는 볏짚을 엮어 옷을 만들어 입혔습니다. 요즘은 아예 보온등을 만들어 놓으면 송아지들이 추위를 녹입니다. 녀석과 '가상대화'를 해봤습니다.

"주인님께 보온등 달아주신 것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우리 주인님 형님 되시나요?"
"응."
"우리 주인님은 이렇게 따뜻한 분이세요. 우리들이 춥다고 보온등을 만들어주셨어요."
"나도 안다. 네 주인님은 정말 좋은 분이란다. 보온등 달아주지 않아도 솔직히 너희들은 얼어죽지는 않아. 하지만 동짓달 긴긴밤과 쌩쌩부는 바람으로 행여나 추위에 떨가봐 보온등을 달아준 거다."

"그런 깊은 뜻이 있었나요?"
"너희 주인님이 이렇게 챙기는 이유는 아이 셋을 키우기 때문일거다. 부모 마음이란 사람이나 너희같은 동물이나 다 똑같은 법이니까."
"아무튼 주인님께 따뜻한 보온등을 달아주신 것 고맙다고 꼭 전해주세요."


송아지가 보온등 아래서 추위를 나는 사진은 '까치까치 설날'이었던 지난 달 22일이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녀석이 얼굴을 들이댔습니다. 큼직한 눈망울을 금방 눈물을 흘릴 것처럼 보입니다.

송아지 눈이 참 크고 맑고, 예쁩니다. 사진을 찍는 데 녀석이 얼굴을 들이댔습니다.
 송아지 눈이 참 크고 맑고, 예쁩니다. 사진을 찍는 데 녀석이 얼굴을 들이댔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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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눈망울은 금방 눈물이 주루룩 흐를 것 같아

눈만 큰 것이 아니라 덩치도 산 만한 녀석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고삐를 잡아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물론 숫소들은 암소보다 성격이 괴팍해 어른들도 한 번씩 들이받히면 위험할 수 있지만 어느 가축보다도 온순합니다. 아내는 소 눈망울 볼 때마다 울 것 같다고 합니다.

"소 눈망울을 보면 눈물이 주루룩 흐를 것 같아요."
"큼직한 눈망울 정말 눈물이 고여있지요. 덩치는 산만한 것들이 눈까지 커요."
"옛말이 작은 눈을 가진 사람이 간이 크다고 했는데."
"소 간이 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슬픈 눈망울처럼 성격도 온순해서 초등학교 아이들도 몰 수 있어요. 나도 어릴 적에 풀이 먹인다고 소 몰고 친구들과 많이 다녔어요. 고삐를 잡으면 그냥 가요. 어떤 때는 머리카락을 핥는 녀석들도 있어요."


마침 소값 때문에 많이 힘들 때였습니다. 사료를 먹지 못해 굶어죽는 소들까지 나왔었지요. 소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심정을 모를 것입니다. 소와 자식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료를 주지 못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입니다. 다행히 동생은 사료를 주지 못하거나 적게 주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사료를 포대로 주는 것이 아니라 사료저장통(?)에서 사료를 직접 받아 먹였습니다.

모든 게 신기한 막둥이

까치까치 설날, 막둥이가 삼촌이 사료저장고에서 사료를 싣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까치까치 설날, 막둥이가 삼촌이 사료저장고에서 사료를 싣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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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사료를 주지 않고 저장통에서 받아 주니까 훨씬 편하겠다."
"편할 뿐 아니라 사료값도 적게 들어간다."
"얼마나?"
"포대값하고, 인건비를 빼면 한 포대에 약 500원 정도 싸다."

"적은 돈이 아니네."
"무엇보다 편하고 건강에 좋다. 포대(20kg)를 계속드니까. 팔목, 어깨, 허리가 안 좋다."
"그래 하루에 수 십 포대를 들어야 하니까. 힘들꺼다."


사료값으로 한 달에 약 800만원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한 포대에 500원은 굉장히 큰 돈입니다. 저장통에서 사료가 쏟아져 내려오자 따라 나섰던 막둥이는 신기합니다.

"막둥이 삼촌이 저장통에서 사료 받으니 신기하지."
"저 통 안에 사료가 들어있어요?"

"응. 아빠가 생각하기에 200포대 이상은 들어있을 것 같다."
"200포대면 얼마예요?"
"한 포대에 20kg이니까 4000kg이겠네. 하지만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다."

아빠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뛰어다닙니다. 그런데 소들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있던 삼촌이 꾸중을 합니다.

"사람이 뛰면 소도 뛴다. 지금 소들이 임신을 했다면 말이다."
"…"
"소가 뛰면 새끼를 잃을 수 있어. 다시는 뛰면 안 된다. 알겠어!"


갑작스런 삼촌 꾸중에 막둥이가 기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금방입니다. 이리저리 다니면서 구경을 했습니다. 형과 누나 그리고 자신이 모은 300만원으로 산 소도 구경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체험하지 못하는 것을 막둥이는 삼촌 집에 올 때마다 누립니다. 소가 풀을 먹고 자라는 것을 책에서만 볼 수 있지만 막둥이는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굉장한 복입니다.

그리고 동생 소들은 참 행복합니다. 주인 잘 만나 먹고 싶은 만큼 사료를 먹을 수 있으니. 모든 소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축산농민들은 사료값 걱정하지 않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소값이 조금 오른다고 합니다. 축산농민들이 소 끌고 청와대 간다는 날이 다시 오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사료를 먹지 못해 굶어죽은 소들도 있었습니다. 동생 한우는 그래도 사료를 풍성하게 먹었습니다.
 사료를 먹지 못해 굶어죽은 소들도 있었습니다. 동생 한우는 그래도 사료를 풍성하게 먹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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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엄지짱, #송아지,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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